조 규 선 / 전 서산시장·한서대 대우교수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 (Johann Gottlieb Fichte 1762년–1814년)는 ‘혁신은 본래로 되돌아가는 것, 본질을 찾는 것이다’라고 했다. 강물을 혁신하는 것은 깨끗하고 맑은 물로 되돌려 놓는 것이 아닐까? 산의 혁신은 나무를 심어 푸르른 산을 만드는 것 일게다.
정당의 혁신은 정당이 가진 본래의 사명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정당은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이를 위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한다. 건전한 여·야 정당이 있을 때 국가는 발전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제1야당이다. 제1야당이 여당이 되는 것, 더 이상의 혁신은 없다. 여당이 되기 위해서는 총선과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민의 많은 지지(표)를 얻어야 한다. 국민의 지지는 정당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신뢰는 공천권을 국민의 몫으로 돌릴 때 시작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며 김상곤 혁신위가 출범한지 3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혁신기구를 만든 게 2008년 이후 7년 동안 7번째이다. 신뢰의 위기가 봉착할 때 마다 만들어지고 있다. 혁신안이 창고에 쌓이는 것을 본 국민이. 면피용으로 혁신위를 만든다면 뭐가 나오겠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하나도 이상 할 게 없다. 실제로 8차 혁신안까지 내어 놨지만 국민들은 공감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나 자신도 공소(空疎)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당원들은 물론, 일부 당 지도부 조차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조경태 국회의원은 혁신위 친위부대 발언으로 서면경고를 받기도 했다. 혁신위는 통합과 탕탕평평한 공천제도등의 혁신으로, 정권 창출의 역할을 해야 된다. 그런데도 혁신위 스스로 당의 분란을 초래해 신당 창당의 빌미를 줄 수 있지 않나 걱정된다.
문재인 대표도 “혁신의 목적은 우리당을 내년 총선에서 이기는 정당으로 그리고 집권 할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드는 것 한 가지”라고 한 이유를 혁신위만 모르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혁신위가 할 일은, 그간 선거 패배의 핵심 이유부터 찾아 그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그간, 새정치연합의 중요 패인은 지나친 좌파, 진보성향, 친노 색깔(계파), 집권 능력이 없이 비판만 하는 것으로 보인 것에 대한 이유부터 찾아서 고쳐야 진정한 혁신이 이루어진다.  민주정당 60년의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과거 야당은 민주화에 앞장서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당원이라면 누구나 한 두 번의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난날 선거운동을 하면서 마을회관에 가면 어르신들로부터 빨갱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원인은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연승하던 그해 겨울 당시 열린우리당이 국가 보안법 폐지를 추진하다가 거대한 역풍을 맞을 때부터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국보법 파동이후 야권세력은 10년 동안 대선과 총선에서 연패했다. 국보법의 인권침해 조항을 수정·완화 할 것을 기대했던 당시 여권(열린우리당) 지지층들은 집권여당이 국보법 완전폐지를 주장하던 장외세력에 휘둘리던 모습을 보고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혁신대상이 혁신을 한다는 일부 주장은 이런 연유에서 나왔다고 본다. 또한 2012년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 해군기지를 못 짓게 하는 등, 종북 이미지를 국민에게 주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우리국민은 북한에 대한 두려움이 표심으로 드러났다. 실예로 충남 서산에서는 딸이 투표하러 간다며 어머니에게 손자를 돌 봐달라고 부탁하였으나, 어머니는 자기만 투표하고 그냥 목욕탕에 왔다는 70대 어머니 이야기를 들었다. 좌파 성향 젊은이들이 투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6.25전쟁을 겪은 세대는 그 당시 좌익이든 우익이든 친북·종북 세력의 득세가 두려웠던 것이다.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는 “사람을 가장 확실하게 움직이는 것은 공포다. (중략) 차기 대선에서 대한민국이냐, 김정은이냐의 선택을 요구한다면 무자비한 김정은에 대한 공포가 유권자를 확실하게 움직일 것이다.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아무런 약속을 안 해도, 아무것도 안 해도, 국민은 지지 할 것이다”라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 여당이 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종북 이미지를 벗어내야 한다. 둘째, 친노 계파 색깔을 지워야 한다. 친노는 적극적이다. 그러나 국민 중에서 친노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매번선거에서 증명됐다. 지금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존경하는 대통령이란 여론조사를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친노라 하면 다수의 국민이 싫어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친노가 싫어서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표를 주지 않는 것을 안다면 혁신위는 친노 계파를 벗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혁신위가 이 현실을 절실하게 깨닫고 이들과 정면으로 마주하여 바로 잡아야한다. 국민들은 이전 혁신기구들이 모두 실패한 것은 극성스러운 친노와 그 외곽 지지 세력들의 보복이 두려워 이 핵심을 모른 척 넘어갔다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그 동안 공천혁신 추진단 등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혁신안이 실행되지 않고 그대로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그간의 실패 근본 원인 중 또 하나는 세상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보고 자기만 옳다는 독선에 빠져서 매사에 운동권식 투쟁 논리를 들이 대는 우리 야당의 체질의 문제이다. 많은 국민은 야당의 80년대식 운동권적 형태에 염증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독선과 운동권식 투쟁의 근거지가 흔히 친노라고 보고 있다. 친노의 이런 배타적 성향이 친노 대 비노의 계파로 양분하기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일은 없겠지만 만약 공천제도등을 놓고 다투다가 계파가 적당히 단합하는 혁신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체 유권자(국민)가 아닌 자당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 등으로 공천을 계속한다면 친노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당내에서는 이기고 바깥선거에서는 지는 상황이 되풀이 될 것이다. 그래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줌으로써 당당히 국민의 심판을 받아 본선에서 이기는 공천 제도를 주장하는 첫 이유이다.
셋째, 무능력하게 보이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무능력하다는 것은 집권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격이 없다는 것은 선거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이 정권을 맡길만한 능력이 없다고 보는데 표를 주겠는가? 
1995년에 내가 겪었던 이야기다. 대전일보 기자 당시 서산관내에 소재한 대기업의 임원과 식사를 했다. 서산시장에 출마하겠다고 고민하던 때였다. 선거에서 돈과 조직이 제일 중요한데 돈도 없고 조직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선거에서 더 중요한 것은 자격과 자질이라고 했다. 그렇다. 국민은 어떻게 보는가. 정부와 여당에서 하는 일을 비판하고 반대만 하는 것으로 본다. 정책은 제시하지 않고 내부 싸움만하는 무능력한 정당으로 보는 시각을 돌려야 한다.
야당에는 훌륭한 인재가 많다. 그러나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많은 국민이 여당이 부패하고 개인욕심에 차있는 전형적인 기득권 세력으로 보고 있다. 권력에 안주하고 국민보다 자기 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본다. 그러나 선거 때  지는 이유는  정치를 맡길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순수한 열정으로 깨끗한 정치를 한다고 해도 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을 위해 얼마나 많은 각계 전문가를 영입했던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던가? 그 당시 해박한 지식을 가진 많은 대학교수와 학자들이 참여했는지 국민들은 알고 있다.
야당의 집권을 위해서는 유능한 청·장년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비판을 받는 이유를 알아야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혁신은 성공할 수 없다.
결론이다. 혁신위 안이 조금이라도 공평하지 못하다면  혁신이 분당을 향해 내달릴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공천권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진정한 혁신이 없다면 어떤 정치 혁신도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나태주 시인의 ‘마당을 쓸었습니다’ 시를 소개한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나 태 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 졌습니다

이 시 속에 혁신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본다. 진정한 혁신은 나부터,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할 때 국민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신뢰하고 표를 줄 것이다. 정치는 내가 필요해서가 아니다. 국민이 필요해서, 국민이 요구해서, 국민이 찾아서 하는 것이다.
나는 지역주민과 함께 평생을 살아왔다. 이들과 함께 꿈꾸어 왔던 많은 일들, 좋은 정치를 통해 꼭 실현하고 싶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