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식 / 서산교육지원청 장학사

유대인하면 잡초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 질긴 생명력, 그 질기게 이어지는 정체성. 세계 최강 문명이었던 로마에 당시 통용되지 않는 종교적 가치 때문에 살던 터전이 폐허가 되고 강제로 이산의 세월 2,000년을 견디어내야 했던 민족, 유대인, 그 처절한 삶의 이야기가 묻어나오는 탈무드와 토라 그리고 하브루타.
그 생명력과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이어져온 정체성에는 질문하고 토론하는 유대인들의 교육방법인 하브루타가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의 오랜 교육방법인 하브루타에 관한 내용을 다룬 도서를 읽으면서 무더운 8월을 보냈습니다. 전성수씨가 쓴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하브루타로 교육하라’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저자는 초등교원 전문 양성기관인 서울교대를 졸업하여 대한민국 교육의 장의 자리인 초등학교, 중등학교 등에서 30여 년 간 현장교사로서 생활하였기에 읽는 이에게 더 큰 울림과 공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바로 가는 먼 길, 돌아가는 지름길’이라는 탈무드의 한 우화로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에둘러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마라톤이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는 표현으로 우리의 교육이 지향했으면 하는 교육의 방향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종전의 ‘ 더 열심히, 더 많이, 더 빨리’가 아닌 ‘다르게, 새롭게’생각할 것을 주문하면서 열심히 하되 옳은 방향, 옳은 방법,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범람하는 교육관계 서적들을 보면 일종의 흐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노르웨이 교육, 독일 교육, 핀란드 교육, 유대인 교육 등 나라마다의 자연환경 및 인문환경인 문화 및 오랜 전통 위에 만들어진 그 나라만의 독특한 교육제도가 마치 천편일률적으로 어디서든지 통용 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양 포장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노르웨이, 독일, 핀란드, 이스라엘처럼 왜 하지 못하느냐고 꾸짖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좋지 못합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조선 봉건사회, 일제 식민지 사회, 민족상잔의 한국전을 겪으면서 폐허 위에 내 팽개쳐져야 하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이런 폐허위에서 OECD 회원국이 되기 위해 우리 것에 대한 최소한의 자부심마저 버리면서 우리는 근대화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던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미국문화와 유럽문화를 다투어 받아들이고 그것으로 치장하는 서구문화에 대한 사대에 경도할 수밖에 없었던 6,70년대의 사조가 오늘 2015년에도 외국의 제도라 하면 무조건 찬양 일색으로 흐르는 교육 사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하여튼 각설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오늘 우리의 가정교육과 학교 등 교육현장을 되돌아보게 하는 훌륭한 도서라고 봅니다. “아이를 ‘정답의 노예’ 아닌 ‘해답의 주인’으로 키워라”라는 장에서 제시하고 있는 ‘알고 있는 것’보다 ‘ 할 수 있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인재는 머리만 있으면 되지만, 할 수 있는 인재는 머리 외에 마음과 정신도 제대로 준비돼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유대인 학생들은 혼자 공부하는 법이 없다. 그들은 언제나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공부한다. 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여기에 겹쳐지는 영상이 있습니다.
해마다 수능 전국 최고 득점자의 인터뷰가 연례행사처럼 공영방송 및 언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합니다. 그들의 인터뷰 내용에는 변하지 않는 어조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정규 교과만 열심히 했어요”, “잠은 7시간 이상 충분히 잤어요” 등 자신의 학습양 및 방법을 나타내지 않는 내용이 많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교육현장의 모습이고 우리 교육현장의 미덕입니다. 공부는 철저하게 혼자 하는 것, 조용히 혼자 책을 보고 혼자 풀어보는 것, 이런 것이 통용되는 것이 안타깝게도 오늘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저자는 “시끄러워야 진짜 공부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토론과 논쟁을 통해 소통하면서 지식의 저장이 아닌 사고 방법, 즉 사고력과 상상력, 그리고 창조력을 키워내는 교육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정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외적 동기보다는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는 내적동기를 강조합니다. 아울러서 정체성의 중요성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우리교육에서도 서구 사조나 문화에 휘둘리지 않을 우리만의 가치와 정체성을 찾아야겠습니다. 정약용 선생은 자녀들에게 공부하는 방법, 책을 저술하는 방법 등에 대해 서간문 형식을 빌어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적으로 우리는 시회 등 모여서 토론하면서 진리를 찾는 공부 문화였습니다. 암군 중의 하나로 칭해지는 조선조 광해군 시절 과거 시험 문제가 “섣달 그믐밤 이렇게 서글픈 까닭은 무엇인가?", 또 중종 때는 "당신이 왕이라면 어떻게 정치를 하겠는가?"였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하의 우리 문화 말살 정책 탓에 미처 못 찾고, 근대화라는 급한 파고 앞에 찾을 여유마저 잃어버렸던 선조들의 교육분야에 대한 지혜와 숨결을 살려내는 것이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오늘을 사는 이들이 지닌 책무라는 생각을 가지며 이 책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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