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힘 모아 깨끗한 저수지 만들 수 있길”

무슨 일이고 참견하고 간섭하는 사람을 오지랖이 넓다고 표현한다. 수년째 잠홍저수지 환경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는 김동균 씨도, 어찌 보면 사서 고생을 하는 오지랖 넓은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의 오지랖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27년 전 서산에 둥지를 튼 그가 환경지킴이가 된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는데 지금의 부산2리에 처음 들어와 농사를 짓던 6년 전 겪은 어이없는 사건이 계기가 됐다.  
“6년 전 홍수가 나면서 저수지가 범람했는데 농경지가 온갖 쓰레기에 묻혔습니다. 논이 망가진 것도 문제였지만 내가 살고 있는 저수지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있다는 것이 충격적 이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사건을 겪은 김동균 씨는 그 후로 저수지 주변의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며칠하다 그만두겠지 하는 시선이 많았지만 한해 두해를 넘기다 보니 마을사람들은 물론이고 시에서도 인정해주는 공식 잠홍저수지 환경지킴이가 됐다.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수지에 온갖 쓰레기를 거리낌 없이 버리는 낚시꾼들과 다투기도 하고, 욕을 먹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는 매일매일 저수지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수거한다. 환경지킴이인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할 일 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는 그의 오지랖이 더 넓어졌다. 우연스럽게 저수지에 들어갔다가 어마어마한 양의 폐그물을 발견하고, 수거에 나선 것이다. 폐그물 수거는 쓰레기 줍는 것과는 차원이 틀리고, 환경지킴이 임무에 포함된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또 스스로 앞장섰다.
“폐그물 수거는 정말 힘듭니다. 길이가 30~40m에 이르다 보니 자체 무게도 보통이 넘고, 갯벌에 파 묻혀 있으면 50마력짜리 모터를 단 보트로도 간신히 끌고 나올 수 있습니다”
자주 마을 사람들이 도와주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 일을 해결해야할 때면 난감한 경우에 봉착한다. 그럴 때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몸은 또 저수지를 향한다. 그만큼 정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수변개발사업이 한창인 잠홍저수지를 볼 때마다 김 씨는 저수지 바닥에 널린 폐그물들이 마음에 걸린다. 겉만 번지르르한 저수지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번 날 잡아 대대적으로 폐그물을 수거했으면 좋겠지만 혼자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저속 감속기 모터라도 하나 설치하면 더 많은 폐그물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김 씨의 모습은 영락없이 오지랖 넓은 환경지킴이의 바로 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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