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석 서산차문화연구회원 , 한의학박사

겨우내 얼어붙은 공기가 햇살 속에서 따뜻하게 느껴질 때면 앙상한 가지에 환한 매화가 피어난다. 맑은 찻물에 갓 피어난 매화를 띄운 매화차는 단연 꽃차의 백미다. 손에 닿는 찻잔의 온기 사이로 퍼지는 향기는 어떤 난향보다 낫다. 그래서 사군자에서 매화가 난보다 먼저 불리는지 모른다.

조선시대 ‘고관산수도’로 유명한 강희안은 꽃의 품격을 구분하였는데 매화를 일품(一品)에 두었다. 그 이유로 첫째는 함부로 번성하지 않는 희소성 때문이고, 둘째는 나무의 늙은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며, 셋째는 살찌지 않은 마른 모습 때문이며, 넷째로 꽃봉오리가 벌어지지 않고 오므라진 자태 때문이라고 한다.

매화꽃은 우리나라에서 3-4월경에 피는데 잎보다 먼저 피며, 흰색․담홍색․홍색이 있다. 매화의 열매는 5월에서 6월 사이에 열린다. 이것을 매실이라 하며 식용과 약용으로 널리 쓰인다. 덜 익은 매실을 청매(靑梅)라 하고 매실의 껍질과 씨를 발라내고 볏짚을 태운 연기에 그을려 만든 것을 오매(烏梅)라 한다. 이 청매와 오매는 한방에서 기침과 구토에 많이 쓰고 구충제로 활용하기도 한다. 『본초강목』에서도 오매는 만성기침, 설사, 속이 더부룩할 때, 구토 등에 활용한다고 하였다.

매실은 유기산이 많이 들어있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머리를 많이 쓰고 맑은 두뇌가 필요한 학생이나 정신근로자에게 좋은 식품이 된다. 두뇌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해 왕성한 활동을 하도록 도와주고 뇌를 맑게 하며 피로를 없애는 데는 유기산이 더 없이 중요하다. 조선시대에는 단오 때 임금님이 ‘제호탕(醍醐湯)’이라는 청량음료를 신하들과 함께 나누어 마셨는데 여기에 나오는 제호탕은 오매와 꿀을 재료로 한다.

매실은 발효과정에서 레트릴(Laetrile)이라는 성분이 효소에 의해 시안화수소 즉 청산이라는 맹독성 물질을 생성한다. 그래서 매실엑기스를 담을 때 상처 난 매실은 쓰지 말아야 한다거나 여섯달 후에는 발효통에서 매실을 꺼내야 한다는 등의 분분한 이야기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담은 지 일년 이상 된 매실엑기스는 레트릴이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매실엑기스는 최소한 200일 이상 지난 다음에 음용하는 것이 좋다. 레트릴은 원래 아몬드에서 발견되어 아미그달린(amygdalin)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만큼 아몬드도 날 것으로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인체 내에도 아미그달린 분해효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매화는 직접 꽃잎을 띄운 꽃차로도 그 정취가 으뜸이고 우리 조상들의 시문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선비들의 친근한 벗이었다. 열매인 매실도 좋은 건강차가 된다. 평소 소화불량이 있거나 급,만성 설사에는 매실과 생강을 끓인 물을 마시면 좋다. 특히 세균성 장염이나 식중독에는 매실과 녹차를 함께 이용하는 것도 좋다. 또한 멀미를 잘하거나 쉽게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우라면 매실 끓인 물이나 매실 엑기스에 홍차를 함께 하여 차로 마시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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