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여름

여름이 오면 생각나는 그 때
집 앞 옹달샘에서
물동이 무지개로 물을 나르던 샘
오이 타래박으로 물 길어 먹던 여름
저녁이면 작은 아버지와
등목을 서로 해주며 푸푸 거리던 여름   

우물 청소 할 때면
우물 임자인 누런 뱀장어
고히 모셨다가 다시 넣어 주었던 여름

가마솥더위가 내리면 왕겨 모닥불 피우고
풀잎으로 덮으면 연기가 펑펑
모기와 날파리 눈물 빼며 달아나고
감자 옥수수 구워 후후불며
밀짚 멍석에 앉아 달빛과 함께 나누어 먹고
얼굴에 숯검정으로 문신도 하던 여름

초가지붕에 눈꽃 같이 피어오른 하얀 박꽃
개구리가 별 보며 반갑다고 목청소리 높이고
귀뚜라미 풀벌레들 밀어를 나무며 합창하고
밤하늘에 빛을 밝혀주는 반딧불이 맴돌던 여름

바닷물 밀려오면 망둥어 낚시질하고 
뻘거숭이로 물싸움하고 무자맥질하며 놀던 원시갯벌 
개흙쥐고 나와 서로 얼굴에 칠하고
썰물 때면 농게 칠게 다슬기 잡던 여름

하늘에 걸린 소나기 구름
가슴을 억누르는 잡다한 생각
말끔히 씻어버리고
저녁 노을 빛이 바다에 내려오면
동심으로 돌아가 모래성을 쌓고 싶은 여름이어라

이건화 / 한국문인협회 서산시지부 회원
교직 41년 교장 퇴임
황조근정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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