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란 무대의 주인공은 주민들”

세상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돈키호테라 부르지만 정작 당사자는 손사래를 친다.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평범한 그것도 아주 지극히 평범한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평가다. 그러나 지금껏 그가 살아온 발자취를 뒤돌아보면 최소한 ‘평범하다’란 단어와는 거리가 있음을 대번에 알 수 있다. 13년 전 서산ymca 총무 역할로 본격적인 서산에서의 활동을 시작한 후 지역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 온 까닭에 에피소드도 많다. 즐거웠던 일도 있겠지만 아쉬운 일도 자주 겪었다.
“광우병 촛불집회와 관련해서 2007년도에 ymca에서 해임됐죠. 지금 생각해보면 지역 정서와의 부조화를 조율하는데 실패한 것 같아요.”
열정과 비례해 실망감도 컸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한다고 그 후로도 지역에서의 시민운동 판에 그는 머물렀고, 계속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2008년 생활정치서산시민모임도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신선한 시도였다. 비록 너무 앞서간 탓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지역정치의 주인공을 시민이 맡아 생활의제를 정치의제로 만들어보자는 과감한 노력은 몇 년 후 실제정치에 뛰어드는 밑거름이 됐다.
정치선배들과 맞붙은 정치판에서도 그의 신념(세상 사람들의 시점으로는 유별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에 찬 행동은 생방송으로 튀어 나왔다. 선거도 축제처럼 치러보자는 생각에 무소속으로 자전거를 타고 선거 유세에 나선 모습이 로시난테에 올라탄 돈키호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뜻대로 축제 같은 선거를 치렀지만 결과는 여전히 높은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그래도 그것이 실패라 생각지는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정치의 주체인 유권자(시민)가 관객으로 전락했습니다. 선거에서 그 점을 깨뜨리고자 유권자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나름 많은 성과를 거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여전히 도전 중이다. 이번에는 마을공동체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마을 번영의 첫 단추로 마을공동체 탱자성협동조합을 구성해 지역민들과 지역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찾고자 한다. 또한 마을의 아이들 교육은 마을공동체가 일정부분 책임져야한다는 생각에 아이들과 함께 해미천을 누비며 지역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마을사람들의 소통의 공간인 ‘카페 탱자성’에서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 낭송회, 조합원 재능기부로 이루어지는 방과후학교, 마을의 필요한 예산을 찾아내는 시민예산 학교 등 그의 머릿속에는 마을을 위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정진호란 돈키호테가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사뭇 흥미로운 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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