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 이야기 / 도원석 - 도원석 한의원장, 한의학 박사

짙은 초록의 대지와 더위를 머금은 파란하늘에 뭉게구름이 빛나는 날, 화려한 박하향은 가끔 여름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박하는 생긴 모습보다 향기가 아름다운 내면이 고운 꽃이다.
 박하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야식향(夜息香)·인단초(仁丹草)·구박하(歐薄荷)라고도 하며 민트라는 말로 더 유명하다. 동양종과 서양종으로 나누는데 서양종은 정유의 성질에 따라 페퍼민트(M. piperita), 스피어민트(M. spicata), 페니로열민트(M. pulegium) 등으로 구분된다. 동양종은 일본박하라고도 하며 줄기가 붉은 적경종(赤莖種)과 그렇지 않은 청경종(靑莖種)으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서양박하라고 해서 서양이 원산지는 아니다. 태고시대에 중국에서 인도를 거쳐 유럽에 전파된 것을 서양박하의 기원으로 보기 때문이다.
 박하는 주로 습기가 있는 들이나 산지에서 자라며 60∼100cm정도까지 큰다. 잎 표면에는 기름샘이 있어 여기서 기름을 분비하는데 정유의 대부분인 멘톨은 이 기름샘에 저장된다. 동양종은 멘톨 채취량은 많으나 향기는 서양박하보다 떨어진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 박하는 ‘서늘한 기운과 매운 맛을 가지고 머리와 눈을 시원하게 하고 몸속 깊은 화기(火氣)를 낫게 한다. 약효가 몸의 윗부분에 작용한다’고 하였다. 실제 한방에서도 박하는 감기 등으로 몸에 미열이 있으면서 머리가 무거운 경우에 피부에 땀을 유도하여 열을 내리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하는데 사용하고 소화장애, 설사 등에 응용한다.
 『동의보감』에서도 언급했지만 박하향을 대할 때 우리가 느끼는 시원한 감각은 최근까지 막연히 멘톨의 향기 때문에 생긴 이상감각이라 여겼다. 그런데 2002년, 과학적으로 신선한 발견이 이루어진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줄리우스 교수팀은 감각기관에서 온도에 반응하는 이온채널을 연구하다가 차가운 온도에 반응하는 이온채널 단백질(TRPM8)을 발견했는데 이 단백질이 박하의 멘톨에도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찬 공기가 몸에 닿을때 느끼는 온도감을 박하향을 통해서도 대뇌가 똑같이 느낀다는 것이다. 이들은 앞서 1997년에는 고추가 몸에 열을 느끼게 하는 이유를 알아내는 연구업적도 이루었다. 
 그래서 박하와 차를 이용한 박하차는 여름철 건강음료로 적당하다. 이때 쓰는 박하는 동양종이나 페파민트, 스피아민트 모두 상관없지만 신선한 것일수록 좋다. 생엽을 따서 바로 쓰기 보다 그늘에 말려 사용하면 더욱 좋다. 그늘에 잘 말린 박하잎을 5분정도 끓인 물에 녹차를 우려 마시면 된다. 더위에 몸이 지치고 머리가 무거울 때 몸을 식히고 머리와 눈을 가볍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구취를 없애고 감기로 목이 붓고 아플 때도 박하차는 좋은 건강음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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