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곧은 품격을 지키려는 마음가짐 꼭 필요”

박만진(68) 시인은 서산지역 문화예술의 산 증인 중 한 사람이자 맏형 노릇을 해온 인물이다. 서산지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만큼 문학 방면에서야 그렇다 쳐도 다른 분야에서 보여준 활동 또한 그가 팔방미인임을 보여준다.

예총은 물론 연극협회도 없던 90년대 초 불모지인 서산에 극단 둥지를 창단한 것만 봐도 문화와 예술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가 있다.

“젊었을 때 영화사 연출부에 얼마 동안 근무한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20대 초반 국립극장에서 ‘지평선 너머’란 연극에 단역으로 출연한 작은 경험이 불씨가 된 인연이라면 인연이었겠지요.”

당시 극단 둥지의 탄생은 지역 문화예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문화적 갈증에 목말라하던 지역예술인들에게 오아시스가 됐다.

창단 초 ‘토끼와 포수’라는 작품으로 충남연극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극단 둥지는 승승장구 했지만 시인의 외도(?)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자신의 전공 분야인 시 쓰기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둥지를 떠난 지 오래지만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많은 예술단체장들이 과거 둥지에서 박 시인과 더불어 예술의 열정을 오롯이 함께 하던 출신들이어서 지금도 끈끈한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 경지에 이른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그렇듯이 박 시인도 처음부터 조명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73년도 어린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고향 서산에 내려와서는 가난 때문에 노점상을 거쳐 식품 대리점을 경영했지만 마음속에 똬리를 튼 문학에 대한 열정이 못내 사라지지 않았다. 문학에 입문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지만 76년도「현대문학」의 최종심에서 낙방했을 당시 박목월 선생이 보내준 한 장의 위로 편지가 그에게 크나큰 이정표가 됐다.

“비록 낙선을 했지만 응모한 시편들이 참 좋았으니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격려의 말이 담긴 편지를 계기로 하여 시인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힌다.

그런 인연 때문이었는지 박목월 선생이 창간한 월간「심상」을 통해 등단하게 된 박 시인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통해 한국 문단에서 알아주는 유명 시인이 됐다.

이제 곧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문화와 예술에 대한 열정이 세월과 비례하는지 박 시인의 활동은 더욱 더 왕성해지고 있다. 올해부터 이융조 충북대학교 명예교수의 후임으로 서산문화발전연구원 원장에 취임하는 박 시인은 앞으로 서산지역의 문화, 예술, 역사에 대한 다양한 작품 활동에 매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오는 26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산문화원에서 열리는 제31회 학술발표회가 첫 신호탄이다.

또한 6월쯤에는 60여 편의 시를 빚은 제8시집도 출간할 예정이어서 그의 발자취 하나하나가 서산지역 문화풍토의 품격을 높이는 시발점이 되고 있다.

문화예술인이라면 올곧은 자존심으로 자신의 품격을 지킬 줄 알아야한다는 박 시인의 모습에서는 튼실한 맏형의 듬직함과 함께 서산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희망이 묻어났다.

>>다음호에는 박만진 시인의 추천으로 김현구 전 문화원장의 인터뷰를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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