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복지사가 올까?” 오늘도 아침밥을 먹고 조심스레 문지방을 나와 지팡이에 의지한 채 대문 앞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

“오늘은 복지사가 나를 보러 올까.......” 매일 독거어르신의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생활관리사를 기다리시는 97세 어르신.

“어르신~ 일주일에 한번만 와요. 밖에 나와 기다리시지 말고 방에 계세요.”

혹시라도 쓰러지시면 어쩔까 싶어 방문 때마다 말씀드려도 내 말의 반은 알아 듣지도 못하신다.

요즘은 대문 앞 화단에 백일홍이 곱게 피어 할머니를 즐겁게 해준다. 작년까지만 해도 집 뒤 텃밭에 마늘도 심고, 야채를 심어 반찬으로 드시곤 했는데, 올 들어 일상 생활에도 힘들어 하신다.

꽃을 좋아하셔서 봄이면 집 근처에 봉숭아, 백일홍, 천일홍 등을 심어 꽃을 보는 시간이 즐겁다고 하신다. 방문 때면 나를 데리고 꽃밭을 구경시켜 주시며 환하게 웃는 어르신이다.

요즘 웃는 일이 줄어든 어르신의 모습을 보기가 마음이 짠하다.

방문 때마다 어르신은 수십 년 전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신다. 17세에 시집 온 이야기부터, 아들을 못 낳아 할아버지께서 아들을 낳기 위해 속 썩인 이야기를 바로 어제 일처럼 말씀하신다.

할머니의 기다림은 젊은 시절에서 머문 듯하다. 젊은 나이에 먼저 떠난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속에서 꽃을 피운다.

그 말씀을 끊고 차마 일어설 수가 없어 한참을 앉아 있다가 일어나려고 하면,

“왜...가려고? 더 있다 가지...내가 커피 타줄까?”

어르신은 내가 커피를 제일 좋아하는 걸로 안다. 그래서 커피를 타 주는게 큰 대접이라 생각하시는 할머니께서 “커피 타 줄께...” 하시면 일어나지를 못하고 도로 앉을 수밖에 없는 일이 매번 되풀이된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모기가 극성을 부린다고 하셔서 후원품으로 가져간 모기약을 집 구석 구석에 뿌려드리고 일어서자 어르신은 또 커피를 타주시고.......

또 주저앉아 10분이 지나서야 일어났다.

나오지 말고 그냥 계시라고 해도 어르신은 매번 대문 앞에서 나를 배웅해 주신다. 좋은 사람을 보낼 때 하는 인사라고 생각하시는 어르신. 차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시는 어르신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때가 많다.

하루종일 사람과의 대화가 없을 때가 많은 어르신. 외로움이 얼마나 힘든 건지 아직 난 그 깊이를 잘 모른다. 깊은 우물에 던진 돌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오늘도 어르신을 만나고 돌아서는 길. 자꾸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서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재촉한다. <김영선 독거노인생활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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