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의 여행에서 한 뼘씩 자란다

멀리서 만나는 정겨운 풍경

 

정선 jeongseon

 

# 정선5일장에서 아우라지 그리고 나전역까지 GO GO 씽~

 

여행을 가고 싶었다. 지난달에 이어 정확하게 한 달 만에 서산시대와 두 번째 여행을 했다. 이번 테마는 개인적으로는 일상의 나를 내려놓고 백만 송이 해바라기를 보며 꿈을 제정비하는 것이었다. 또한 서산시대로는 정선 5일장을 보면서 '우리 시의 전통시장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포부있는 걸음이기도 했다..

전날까지 장대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회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종전대로 진행하는 건가요?”

운영진에서도 분주하긴 마찬가지였다. 가는 것이 맞는 건지, 차라리 약속된 것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포기하자는 얘기 등 다양한 의견들이 속속 들어왔지만 “내일은 일기가 괜찮아진다고 하니 일단 추진합시다! 로 최종 의견을 모았다. 다만 기후 관계상 해바라기 개화가 늦어지면서 그곳 대신 정선5일장에서 아우라지 그리고 나전역과 단종유배지까지 급선회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단종유배지는 전날 호우로 인해 배가 뜨지 않으므로 돌아서 왔다는 슬픈 얘기가.....)

우여곡절 끝에 떠난 서산시대 쉼있는 풍경 그 두 번째, 강원도에는 전날과는 달리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맑은 날이 펼쳐져 우리 일행을 축복해 주었다.

 

# “얼른 가봐여. 여가 대통령상 받은 장터래요~~”

코레일과 연계된 정선5일 ‘아리랑시장’

 

지금으로부터 53년 전, 정선5일장 관광열차가 개통이 되면서 발전해 온 아리랑 시장. 생각에는 사람 빼곤 다 팔 것 같은 장을 기대하며 시장 앞 농협에서 돈부터 빼고 들어섰는데 웬걸 사람은 많은데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들어 선 장터와는 달리 일반 시장과 다를 바 없는 그냥 무난한 작은 시장이었다.

“옴마 뭐래요? 그냥저냥 일반 장이네요.” 놀라는 우리 앞에 “맛 좀 보드래요. 곤드레와 명이나물이 짭짤하니 딱 제맛이더래요”

이곳 장터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신토불이 증을 목에 걸고 있는 아주머니들. 그것이 궁금하여 물으니 “정선군에서 인증하는 정선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상인”이라는 뜻이란다. 이들은 우리 땅에서 자라는 물건은 모두 판매할 수 있다는데 단지 계피는 우리나라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으므로 이것만은 함께 판매할 수 있다는 의외의 사실.

다시 움직인 걸음사이로 옛 장터의 향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각종 산나물과 무진장 많은 약재들과 더덕, 송이, 장뇌삼 등등...

그런데 그때 나의 시선을 붙잡은 것이 있었다. 정선아리랑시장의 특색은 각 골목마다 특화된 업종끼리 입점을 시켜 관광객들의 선택 폭을 일목요연하게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메밀이야기 골목’ ‘콧등치기이야기 골목’ 등

여기서 콧등치기 유래를 들어보면 정말 재밌다.

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을 살펴보면 ‘콧등치기는 국숫발이 억세어서 먹을 때 콧등을 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과, 뜨거울 때 먹으니까 땀이 코에 송골송골 맺힌다고 하여 ‘콧등튀기’라고도 불린다는 유래설이 있다. 특히 정선장 다음 행선지인 아리랑의 문화유적지 아우라지와 가까운 여량에서는 ‘콧등국수’라고도 한단다. 역시 스토리가 있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의미가 있고, 의미가 있으면 찾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일행들과 마주앉아 콧등치기와 올챙이국수, 모듬전, 아우라지 옥수수막걸리와 황기막걸리 등으로 배를 채우고, 정선5일 아리랑시장 “백날 뎅게봐도 여가 최고레요”를 떠나 아우라지로 이동할 계획으로 장터 중간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음식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봤던 아리랑시장 초입길목에 세워진 상설무대! 깜짝 놀랐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들어찬 남녀노소 관광객들이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의 공연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라니!!!

나는 갑자기 우리 서산의 동부시장 무대가 생각났다. 우리도 차라리 동부시장 골목 초입에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특성화된 상인들을 입점 시켰더라면? 해미읍성과 연계하여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건 등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많았던 정선5일 장터였다.

 

 

# 정선아리랑의 유래지로 널리 알려진 ‘아우라지’를 가다.

 

버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들린 강원도 정선의 아우라지. 전날 장대비로 인해 하천은 이미 누런 황토가 촘촘히 놓인 돌다리를 가끔씩 잠겨버리게 하곤 했다.

함께 움직인 여행객들은 각자 자신의 길을 가는 것처럼 일부는 초승달 조형물로 이어진 흔들다리로, 또 일부는 물살을 헤치며 돌다리를 건너 맞은편 여송정과 아우라지 처녀상이 있은 곳으로 갔다.

‘아우라지’란 송천과 골지천이 합류되어 ‘어우러진다’ 하여 ‘아우라지’라 불리고 있는 곳이다.

또한 이곳은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정선아리랑의 대표적인 발상지 중 한 곳이며, 땅이 비옥하고 물이 맑아서 예부터 풍요로움과 풍류를 즐기던 문화의 고장이기도 하다.

새삼 아우라지까지 왔으니 유튜브로 정선아리랑을 듣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부끄럽게도 처음으로 완창을 들었고 가사 하나 하나에 정성을 기울였다. 당시 정서로 어찌나 감정이 깊던지 솔직히 놀라고 신기했다.

‘담배 불이야 번득번득에 임 오시나 했더니 그놈의 개똥불이야 나를 또 속였네’

‘산천이 고와서 되돌아 봤나 임자 당신이 보고 싶어서 뒤를 돌아 봤지’

 

 

# 추억의 감성 캐미 ‘나전역’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다

 

 

정선의 나전역은 시와 추억이 잘 어우러질 것 같은 풍경을 선물해 주었다. 한참을 근심걱정 모두 털어버리고 그저 편한 맘으로 앉아 있어도 될 것 같은 나전역.

60년대 석탄산업이 한창일 때는 보통 역으로서 여러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댔던 곳이지만 나전광업소가 폐광되면서 간이역으로 전락되어 결국 역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되었다.

대합실에는 그때 당시 사용했던 간이의자와 난로 등이 재현되어 있었고, 역무실 내부에는 업무를 보던 복장 그대로 재현되어 우리 일행을 맞았다. 무거운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온 할머니서부터 교복을 참하게 입고 긴 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 여고생까지.

개찰구를 빠져나와 철길로 들어서니 태양 한 묶음과 추억 한 다발이 서로 미소를 보내며 환영한다. 아 그냥 지나쳤으면 어쩔 뻔 했나.

제대로 된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빠져든 듯 우리는 마치 영화배우가 되어 철길을 걸었고, 기차를 기다리는 곳에 놓인 하얀색 공중전화를 붙들고 얼마전 떠난 그를 기다리며 전화를 했다. 마치 그 모든 일들이 어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나전역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모래시계’ ‘킬미힐미’ 등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을 받았던 곳이다. 무엇보다 서태지가 굴욕을 당하는 콘셉트의 휴대폰CF로도 유명하다니 인터넷으로 서치하지 않을 수 없다. 서태지가 “난 알아요” 하니까 어떤 학생이 “아저씨 난 몰라요”라는 흐흐흐흐~ 우짜쓰까나(웃음).

‘설마 기차역이 이곳에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여유롭고 조용한 동네 ‘나전역’

감성 돋았던 나전역에서 보낸 짧은 순간은 지금 생각하니 마치 동화마을에서 꿈을 꾸고 온 듯 싶다. 두 팔을 들고 기찻길 바닥에 누운 이가 있는가 하면, 조용히 철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긴 이도 있었던 쉼이 있는 여행!

강원도에서 줄기차게 내렸던 햇살과 더불어 보름치 광합성을 다 받은 듯한 착각에 또 다시 주어진 일상이 기대될 정도다.

마지막으로 서산시대를 사랑하고 함께 동행해 준 많은 벗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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