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주민자치는 마인드변화와 역량강화임을 명심하자!”

【기획 특집】서산시 동문2동, 주민자치위위원회를 만나다!

 

# 프롤로그

 

어느날부터인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읍·면·동사무소라는 이름이 없어지고 행정복지센터로 그 명칭이 바뀌어 나갔다. 그만큼 행정과 복지가 주민들의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의미가 되었다는 말이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행정복지센터. 그곳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름도 생소한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주민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들에 대해 자문 및 심의, 운영 등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 주민자치야 말로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

▲ 이중일 위원장

 

주민자치! 어디부터 출발해야 할까? 말 그대로 하면 ‘주민이 스스로 다스린다’는 뜻이다.

즉 주민자치의 주체는 주민이다. 주민자치의 현장은 마을이다. 마을을 알아야 의제를 발견할 수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아 갈 수 있다. 그래서 걸어야 한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마을의 담쟁이와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길모퉁이 쓰레기 더미도 발견할 때 우리는 마을의 주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주인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한다.

이것이 주민자치의 시작이다! 행정은 주민자치를 위해 주민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권한이 발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격려와 지지를 해 주어야 한다. 주민자치야 말로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의 근본이다.

 

# 동문2동 주민자치회, 마을의 희로애락을 느끼다

▲ 유장곤 부위원장

 

더운 날씨 속에 이중일 위원장과 유장곤 부위원장을 동문2동 주민자치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자가 “동문2동 주민자치위원들에 대해 소개를 해 달라”고 하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분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고문3명, 위원25명, 3개의 분과로 구성되어 있는 동문2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서산의 중심지답게 사업가, 교수, 예술가, 주부 등 다양한 층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3개의 분과는 수시로 모임을 가지고 회의도 하고 친목을 도모하며 지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함께 서로를 격려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그저 자주자주 만나는 것이 목적이다(웃음).

특히 그 안에서 마을의 희로애락이 쌓여가더라. 여기서 취합된 중론들은 임원회의에서 안건을 검토·채택한 후 월례회의에 최종 안건으로 상정하여 의결을 거친다.”

 

# 주민의 질적 삶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고행?

 

“우리는 무보수로 봉사를 하는 ‘명예직 마을리더’다. 또한 주민의 질적 삶의 향상을 위해 스스로 안건을 만들고 결정까지 하는 유일한 단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주민자치위원의 수준 높은 역량과 자질이 무엇보다 필요함을 느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 자질향상을 위한 돌파구로 주민자치위원의 마일리제를 실시하고 있다. 참여, 학습, 평가, 결과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월례회의시 결과 발표는 우수한 위원에게는 활발한 활동을 기대함과 동시에 성적이 부진한 위원은 자성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 좌충우돌 성장통, 결국 일을 내다!

 

​주민자치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 제1기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되고 의욕이 넘친 위원들은 나라사랑과 마을사랑을 위해 주머닛돈을 털어 가가호호 태극기를 나누어 주는 것으로 걸음마를 시작했다. 물론 이 속에는 책임감이 한몫 한 것도 사실이다.

“가장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미리 웃음부터 지으며 기자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옷을 모아 다문화센터를 통해 동남아에 보내며 겪었던 이야기다. ‘그래도 이왕 하는 것 헌 옷을 보내는 것보다 새 옷을 보내자!’는 위원들의 의견에 모두 한마음이 되어 뜻 있는 분들을 찾아 협조를 구하고 목표했던 분량을 확보하여 다문화센터에 가지고 갔다. 그런데 아뿔싸! 옷만 구입했지 운송비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지 뭔가. 막상 가서보니 옷값보다 운송비가 훨씬 더 많이 들었다.

정말 ‘배보다 배꼽’이라고 차라리 현금으로 보냈더라면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이밖에도 제1기~5기에 이르기까지 좌충우돌 성장통은 곳곳에 있었다. 하지만 훗날 이것이 치유와 더불어 결국 성장의 토대가 되어주었다고 말하는 두 분.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던 일, 마을 곳곳에 할 일은 보이는데 손에 든 것은 부족해 맘만 동동거렸던 상황들... 하지만 감사하게도 그때마다 묵묵히 위원들을 다독이고 이끌어 준 동문2동 주민자치위원회 임원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항해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 동문2동은 ‘충남형 제3회 동네자치 한마당 우수사례 발표’에 출전하여 당당히 2위를 수상했다. 우리는 확신한다. 언젠가는 ‘선진 주민자치위원회’가 되어 마을전체가 웃음꽃으로 뒤덮일 것이란 걸...”

 

# 다양한 가구들이 공존하는 동문2동에 빛을 전하다!

 

“동문2동은 서해안 제일의 동부전통시장과 버스 터미널이 소재하고 있는 상업과 교통, 금융의 중심지다. 서산의 중심가답게 상가 소유주, 고가 아파트 주민 거주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빈곤한 여인숙 1인 가구가 다수 거주 한다. 이러한 빈부격차의 해소는 동문2동 주민자치위원회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위원회가 늘 염두에 두고 사업을 구상하는 숙제기도 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소년소녀 가장을 발굴해 학습지 비용 매달 10만원 지원, 복지사각지대 놓여 있는 주민 50명에게 500만 원의 온누리 상품권 지원, 독거노인 20여명 매달 2회 목욕쿠폰 발급, 소외된 청장년 층 10가구에 맛있는 배달 도시락 사업, 햇살가득 바자회 수익금 2회 420만원 전달 등 동문2동 주민이 모두 함께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중이다.

물론 아직도 부족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 오늘도 비어가는 상점들에 가슴이 아프다!

 

▲ 2018년 마중물 사업 봉사단과 주민자치위원들이 동문동 현대아파트 앞 벽화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우리 동네는 여러 가지 현안들이 중첩되어 있다. 무엇보다 상권의 경기 침체와 상실 현상은 지역주민에게 큰 타격으로 다가 온 문제다. 이것은 호수공원 신시가지 조성으로 인해 동문2동 먹자골 및 주변 상가들은 극심한 쇠퇴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금 현재도 상가들은 비어가고 결국 문을 닫는 가게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슴이 많이 아프다. 분명 ‘한 가정의 가장일 텐데...” 라는 생각에 손 놓고 있을 수가 없다.

우리 주민자치위원들은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작은 일부터 변화하는 것을 시작이라고 생각하자!’라는 것에 뜻을 모아 환경정화 캠페인, 주민 스스로 자신의 점포 앞 청소하기, 먹거리골 살리기 위한 꽃길 조성, 이야기가 있는 문화거리 조성 등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주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 생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은 지양

 

“동문2동은 상업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주변에 학원, 헬스장 등이 상주해 있다. 그래서 우리 센터에는 주민의 생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은 지양하고 있다. 동문2동 주민자치센터에 헬스장이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자치센터에 어떤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이 우리 주민들에게 가장 유익할까? 박성현 동문2동장님과 위원회는 늘 함께 고민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힐링상담실’이다. 현대인들의 삶의 질 저하를 유발하는 스트레스, 우울증 등을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자 대도시 전문병원이나 전문상담실을 방문하여야만 받을 수 있었던 상담실 운영을 주민자치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전문가 2명을 배치하고 체계적인 상담을 통해 치료의 기회를 제공했다.

자그마치 약1,700여건의 상담을 했다. 정말 어마어마하지 않나? 이것으로 타 지자체로부터 벤치마킹 문의가 쇄도 하였던 사례는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전문가 초빙이 어려워 임시 폐강 상태다. 제일 가슴 아프다.”

 

# 주민자치위원회는 공무원들의 일?

 

▲ 동문2동 주민자치위원회 정기회의 모습

 

“우리는 한때 주민자치위원회 운영을 공무원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주민자치위원회는 말 그대로 주민 스스로 안건을 만들고 결정하는 단체란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하지만 안다고 해도 이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위원들 대부분 따로 생업이 있고, 자신의 생활만으로도 하루 일과가 아주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처지의 사람들이다. 그런 가운데서 시간을 쪼개 주민의 질적 삶을 위해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때로는 실패와 좌절에 스스로 위축되어 손을 놓고 싶다가도, 또 누군가 우리로 인해 감사해한다는 말을 들을 때는 힘이 버쩍 나기도 한다. 이러면서 여기까지 성장해 왔다. 이제는 마을 일들을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는 위원회가 되었다.”

 

# 변화될 동문2동 거리에 벌써부터 가슴이 떨린다.

 

▲ ‘2018 주민자치사례 우수상’을 받고 기뻐하고 있는 위원들

 

“얼마 전 길거리를 지나는데 아기를 데리고 지나던 엄마가 현대아파트 담장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는 걸 봤다. 정말 가슴 벅차더라. 사실 그곳은 ‘반가워, 빛나는 나의 길’이라는 주제로 작년 생활자치 마중물 사업에 공모되어 지역경제 활성화 및 도시미관 개선을 위하여 만들어진 길이다.

여기에 LED 조명을 설치해 어둡고 칙칙했던 먹거리골 중심가에 생동감을 주었더니 시민들이 스스로 ‘추억과 행복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더라. 앞에서도 잠시 말했지만 이 사업으로 충청남도 2위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먹거리골 이야기가 있는 문화거리 조성’ 제2탄으로 어린이 놀이터 「즐거워, 문화와 함께 노는 어린이 공원」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멋지게 변화 될 거리조성과 미관에 벌써부터 기대가 부풀어 있다.”

 

# 관심과 열정이 변화를 일으킨다!

 

“스스로 무엇인가 이루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그 기쁨이 얼마나 달콤하고 뿌듯한지 알 것이다. 우리 주민자치위원회가 그렇다. 이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딛기 시작했다. 몇 걸음 걷고 고개 들어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 또 몇 걸음 걷고 하늘 한번 보고 그리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안도한다.

우리는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 한사람이 우리 동네에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는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부분이 있다. 주민자치위원 스스로 재원을 마련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늘 한계에 부딪치곤 한다. 위원 스스로 주머니를 털고 공모사업에 공모해 보조금을 확보하고... 수익사업을 해 보려고 참 많이 고민해 보지만 그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 옆 동네 당진시는 주민세의 일정부분을 주민자치위원회의 재원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그런 점이 참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주민자치위원들의 역량과 자질이 우선 되어야 함은 더 없이 강조 되어야 하는 것을 밝힌다.”

 

# 에필로그

 

긴 시간 성장통을 얘기할 땐 짠한 미소를 짓다가도 함께 희망을 이뤘을 때의 행복한 얘기에는 기자조차도 가슴 벅찬 감동이 고스란히 마음으로 전달되는 듯 행복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서로 손을 맞잡고 걷고 달리고... 그러다 잠시 틈이 날 땐 하늘을 바라보며 행복해 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이중일 위원장과 유장곤 부위원장.

그들이 걷는 길이 아직은 비포장 길일지라도 절대 지치거나 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길이 비록 고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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