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약사의 「약」이야기-⑧

 

▲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약학대학 내 대학원 과정에는 다양한 전공이 개설되어 있다. 실험실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니까 약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흔히 생각하듯 모두 신약 개발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실 약학이 잡학 학문이다 보니 다른 전공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의학, 화학, 생물학, 생화학과 등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그러다 보면 막상 졸업해도 제약 현장에서 연구원으로 진로를 정하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대학원에 입학할 때 다른 학문과 겹치지 않는 소위 약학만의 고유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약학만의 고유 분야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대표적 분야가 ‘제제학’이다.

제제학이란 약물을 어떻게 흡수시킬지 제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물론 신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약물이 인체에 들어왔을 때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 약동학적 관점에서의 임상약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약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흡수시킬지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대학원에 다녔던 후배가 그랬다. “선배님! 약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인체에서 흡수될지 그리고 원하는 장기에 어떻게 전달할지의 방법론도 중요합니다.”

그렇다. 좋은 약이 있다고 하여 몸 안에서 온전히 흡수된다는 보장은 없다. 약을 잘 챙겨 먹어도 인체에서 흡수가 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작용을 하지 못할 것이다.

현재까지 약학자들은 최적의 약물 흡수를 보장하기 위하여 다양한 제형을 개발해 왔다. 제형이 어떨지는 약케이스 이름만 읽어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무심코 읽게 되는 ‘~정’, ‘~서방정’, ‘~캅셀’, ‘~연질캅셀’ 등이 있다.

우선 정제(~정)는 가장 오래된 제형으로 가격이 싸며 전체 의약품에서 생산 비중도 높다. 쉽게 생각하자면 약물과 밀가루를 섞어 압축하여 단단하게 만든 제형이다. 보통 단맛이 나도록 코팅하는데 무심코 씹었다가는 쓴맛이 나니 물과 함께 바로 삼켜야 한다. 이런 제형의 약들은 순식간에 녹고 위(胃)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효과가 빠른 편이다. 하지만 그만큼 작용 시간이 짧아 자주 먹어야 한다.

따라서 서방형 제제(~서방정)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제형은 이중 코팅하여 약물 방출 속도를 늦추거나 약물 자체가 서서히 방출되도록 한다. 따라서 약효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하며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캅셀(~캅셀, ~캡슐)은 주로 가루약 형태의 약물을 캡슐에 충전하여 복용하는 제형이다. 이러한 제형의 가장 큰 장점은 쓴 맛을 확실하게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캅셀의 재료에 따라서 위에서 흡수될지 장에서 흡수될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장용캅셀이란 장에서 흡수되도록 만든 제제이다. 현장에서 듣게 되는 환자들의 가장 흔한 궁금점은 정제와 캅셀의 차이이다. 사실 효과나 임상적 쓰임은 실질적인 차별이 없다.

마지막으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연질캅셀(~연질캅셀)이란 제형이 있다. 이러한 제형의 가장 큰 장점은 속효성과 높은 생체이용률을 들 수 있다. 복용하는 순간 위(胃)에서 순식간에 녹는다. 이때 약물은 액체 상태로 나오게 되며 위의 전 표면적을 덮는다. 따라서 우리 몸에서 이용되는 비율은 그만큼 높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장점으로 낮은 위장장애를 꼽을 수 있다. 정제는 위벽에 달라붙어 위궤양을 일으킨다. 그러나 연질캅셀은 위벽 전체에 퍼져 흡수되기 때문에 위궤양 발생 가능성이 낮다.

이처럼 동일 성분 약물이라도 다양한 제형이 시판되고 있다. 약물이 몸이라면 제형은 옷이다. 선호도와 상황에 따라 입는 옷에 차이를 두는 것처럼 제형도 약을 복용하는 목적과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좋다. 약물을 복용하거나 구입하기 전 확인하는 습관을 키워보자.

*제형이란? 의약품을 사용 목적이나 용도에 맞게 적절한 형태로 만든 것. 정제, 산제, 연고제, 주사제 따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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