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사 구혜정 영어교사

드디어 영어단어 시험이 끝났다. 교실 안은 시간이 갈수록 술렁임이 높아진다. 이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시원한 아이스크림. 언제부턴가 나는 영어단어 시험을 치고 난 후에는 꼭 아이스크림을 산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들의 입가엔 사춘기가 있기나 한 것처럼 행복한 미소가 속속 흘러나온다.

너무나 무서운 불치병 사춘기!

그렇다면 사춘기는 과연 시대의 흐름을 탈까? 먼저 나를 돌아보자면 해답은 나온다.

한적한 시골 뙤약볕에서 고추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자랐다. 그래서일까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봐서라도 허투루 쓸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 사춘기! 나는 감히 이 단어가 있는 줄도 몰랐고 설사 있다손 치더라도 언감생심 내겐 사치였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해를 따라 일터에 나가셨던 우리 부모님의 모습. 피곤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종일 기다렸을 자식들을 위해 몸 한번 뉘지도 못하고 부엌으로 나가셨던 분.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매일 마음속으로 ‘나중에 커서 열심히 효도해 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내 사춘기는 부모님의 힘든 모습을 보면서 자랐기에 별탈(?)없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소싯적 사춘기를 생각하다 은근슬쩍 한참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너희들의 사춘기는 대체 뭐니?” 그때 한 친구가 배시시 웃으며 “질풍노도의 시기요”라고 답했다. “그럼 질풍노도는 또 뭘까?” 꼬리를 무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양은냄비요~”라고 답하는 아이. 나는 그 대답에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왜 웃어요?”라고 묻기에 “정답을 찾은 것 같아서”라고 대답해 주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난 후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사춘기란 너희들이 성인이 되어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할지, 그리고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기인 것 같아. 어렵지?”

그렇다. 사춘기란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민감해지는 사춘기! 이 시기를 잘 넘기면 정말 멋진 청년으로 성장할 텐데.... 비록 감정의 기복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소리를 지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결국 길을 찾고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면 대견하기도 기특하기도 하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

어른들의 몫은 늘 곁에서 함께 동행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것이 아닐까. 처음엔 단답형으로 대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감정들을 쏟아 낼 수 있도록 친구 같은 마음으로 곁을 지켜준다면 충분히 안전한 항해가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이를 알기에 오늘도 나는 그네들에게 약 처방을 내린다. “얘들아 선생님은 니네들을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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