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약사의 「약」 이야기-⑦

▲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약국이란 임상현장에 있다 보면 다양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환자가 질문을 하는 순간 시간 배분 문제도 있으니 매번 반갑지만은 않다. 솔직한 고백이다.

약사도 사람이다. 특히 바쁜 시간대에 질문과 상담이 길어지는 경우 반길 약사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몇 해 전 약사의 불성실한 복약지도에 대해 언론에서 비판적으로 다루었었다. 서운하였던 환자들에게 임상약사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변명하고 싶지도 않다. 개인부담금에 복약지도료가 포함되어 있으니 환자들은 얼마든지 비판할 권리가 있고 약사들은 개선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약국에서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식후 30분에 드세요.”, “다른 약과 간격을 두고 드세요”, “물과 함께 드세요.” 등의 복약지도가 따지고 보면 생리학과 의학, 약학이 종합적으로 접목되어 정형화되었다는 점이다. 매번 약국에서 듣다 보니 성의 없어 보일지라도 말이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째, “식후 30분에 드세요.”

약은 왜 식사 후에 먹어야 할까? 사실 식사와 직접적으로 관련지을 만한 직접적인 근거는 없다. 그보다는 약 복용의 주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일상에서 식사만큼 규칙적인 행위는 없다. 깜박 잊고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도 없다. 따라서 약 먹는 시간대를 식사와 관련짓는다면 약 복용의 주기성 확보가 용이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식사 후 시간은 왜 ‘30분’인가? ‘10분’도 아니고 ‘1시간’도 아니고 ‘30분’이다. 이는 위 비움 시간(gastric emptying time) 때문일 것이다. 식후 30분에는 위가 어느 정도 비워졌을 시간이다. 음식물과 섞이지 않고 흡수되기에 적당한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30분을 기다리다가 약 복용 자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약은 식후 바로 복용하는 것이 좋겠다. 식간이나 식전에 먹어야 하는 약도 있다. 식간에 복용해야 하는 약물들은 음식물과 섞이면 흡수가 잘 안 되는 약물이라 별도로 먹어야 한다. 식전에 복용해야 하는 약물들은 음식물이 들어오기 전 우리 몸에서 미리 작용해야하는 약물이다. 보통 식간, 식전에 복용해야 하는 약물들의 복용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식사 중이나 식사 후일지라도 기억이 났을 때 복용하는 것이 좋다.

둘째, “다른 약과 간격을 두고 드세요.”

약물도 일종의 화합물이다. 따라서 화학반응을 방지하기 위해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한다. 다른 계열의 약물들은 동시에 복용할 경우 위장에서 흡수되기 전 서로 반응하여 약효를 약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특히 산도(pH)에 민감한 약물들이 그렇다. 하지만 약물의 종류가 많을 경우 현실은 어떨까? 만약 어떠한 환자가 관절약, 당약, 혈압약, 전립선약을 처방받았고 평소에 비타민제 1종을 복용하고 있다면 이 환자는 하루에 7~8회 약을 먹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하루에 식사 횟수(보통 3회)에 맞추어 약물을 적당히 배합하여 복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러나 위염약처럼 산도(pH)를 바꿀 수 있는 약은 따로 복용하여야 한다. 다른 약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셋째, “물과 함께 드세요.”

제약회사는 약을 물로 삼킬 것으로 가정하여 제조한다. 따라서 약을 물과 함께 복용하였을 때 약의 최대 흡수와 최적의 효과를 보장할 수 있다. 산성도가 높은 쥬스나 탄산음료와 복용하였을 경우 흡수율은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상상만큼 크지 않다. 우리 몸 위(胃)에서는 강력한 염산을 분비하고 있다. 소장에서는 약알칼리 상태를 유지하도록 소화액이 항상 분비되고 있다. 따라서 쥬스나 탄산음료의 영향은 미미하다. 하지만 약은 물과 복용하는 것이 좋고 여의치 않을 경우에만 음료수와 복용해야 한다.

이처럼 약국에서 매번 듣게 되는 “식후에 복용할 것”, “여러 종류의 약은 간격을 두고 복용할 것”, “물과 함께 복용할 것” 등의 복약지도도 따져보면 나름의 원리와 근거가 있다. 모두 지키면 좋겠지만 못 지켜도 당장 인체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말자. 다음 복용부터 잘 지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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