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시 문화회관 정유순

얼마전 대법원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피해보상 판결이 있었다.

사법적 판결에 대하여 정치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의 옳고 그름의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일본은 이 문제에 반도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라는 경제적 보복의 치졸한 방법까지 들고 나왔다.

3가지 핵심소재 중에서도 불화수소를 제외한 리지스트 등 2개 품목은 일본 의존도가 90%를 상회하고 있다 한다.

알다시피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 경제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고 현재에도 그러하다.

가히 우리 정부와 관련 국내 기업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큰 의문이 든다. 기업이라면 원재료의 확보를 위한 공급처를 하나의 국가 또는 하나의 기업에서 집중하여 공급받게 되는 것이 기업경영에 얼마나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지는 굳이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원론적이고 상식적인 기본에 속하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기업 삼성이 이런 위기 상황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하였나, 경영 리스크 상황 해소에 과연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 리스크 상황을 애써 외면해 왔던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더군다나 그룹 총수는 해결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부랴부랴 일본으로 대만으로 돌아다니고 있다. 일본 총리가 발표한 조치를 관련 기업인들을 만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때그때 일시적 위기만 모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그의 행보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의 경제보복 조치는 장기적인 상황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내 대기업들은 비록 단기적인 피해나 충격은 크겠지만 위기를 기회 삼아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어가야 한다.

수입선을 다변화하여 단기적인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국내의 핵심소재와 부품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 연구시설이나 중소기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일은 국내 대기업들이 주역을 맡아야 함이 분명하다.

정부에서는 반도체 핵심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 한다.

이제라도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관련 소재, 부품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그들에게 충분한 이윤을 보장하고 그들의 기술개발이나 기업활동을 존중하여 상생발전하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하며 그렇게 만들어진 구조가 대기업을 받치는 튼튼한 기초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대기업들은 경제발전에 크나큰 기여를 해왔음은 자명한 일이나 그 이면에는 또한 몇몇의 대기업들이 투명하지 못한 경영승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착취에 가까운 납품단가 인하요구 등 바람직하지 못한 경영으로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얼굴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과거 해외 여행중에 야경을 보게 되면 하늘 높이 솟아오른 빌딩에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는 ‘SAMSUNG’, ‘HYUNDAI’와 같은 우리기업의 상호를 마주하면서 뿌듯하고 가슴 설레었던 기억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때의 기억처럼 우리의 기업을 진정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마주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대기업들이 새롭게 태어남에 가까운 내적인 기업정신의 변화와 외적인 산업구조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