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허당(聚虛堂) 한기홍의 서산갯마을

 

▲ 한 기 홍(향토사학자)

기록을 통해서 확인해보면 서산에는 2곳의 봉화대가 있었다. 한곳은 서산시내 주산(일명 북주산, 부춘산, 봉화산)에 있었던 봉화대이고 다른 한곳은 부석 도비산 정상에 있었던 봉화대이다.

봉화는 옛날에 널리 쓰인 통신 수단이다. 요즘의 유무선 통신수단으로 유전전화와 핸드폰 같은 역할을 수행하였다. 우리는 이를 봉수, 봉화, 봉수대, 봉화대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봉화의 신호체계는 밤에는 횃불을 피워 불빛으로 알리고, 낮에는 연기로써 이쪽 산봉우리봉화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저쪽 산봉우리 봉화대로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변방의 위급함을 중앙에 통보하였다.

현 서산시 고북면과 홍성군 갈산면 경계상에 위치한 홍주 성산(城山) 봉화대에서 신호를 받아서 이를 부석의 도비산 봉화대로 전하면 도비산 봉화대에서 부춘산의 봉화대로 전달했다. 그리고 부춘산 봉화대는 이를 다시 현 당진시에 있는 은봉산(안국사지 뒷산) 봉화대로 전했다.

이러한 봉화 시스템이 언제부터 발생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고대시대부터 전쟁을 치루면서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체계화되고 발전된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조선시대에는 고려의 봉화체계를 이어받아 좀 더 체계적인 봉화제도를 확립하였다. 그리하여 1446년(세종 28)에는 봉수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고, 1447년 3월에는 연변연대(沿邊煙臺)와 복리봉화(腹裏烽火)라는 내지봉화체계를 각각 설치하는 제도가 확립되었다.

이에 따르면 연변봉수(沿邊烽燧)의 연대(煙臺)는 높이가 25척, 둘레가 70척이며, 연대의 바깥쪽으로 30척 밖에 참호를 파도록 하였다. 이때 참호의 규모는 깊이와 너비가 각각 10척씩이었다. 이를 영조척(營造尺)으로 계산한다면 연대의 높이는 7.8m, 직경 6.95m이고, 둘레는 약 21.8m에 이른다. 이러한 연대의 밖에 있었던 참호는 깊이와 너비가 각각 3.1m이고, 둘레가 약 100m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조선의 봉화(봉수)제도는 노선에 따라 직봉(直烽)과 간봉(間烽)이 있고, 성격에 따라 다시 경봉수(京烽燧), 내지봉수(복리봉수), 연변봉수가 있다. 이중 서산 지역을 포함한 충청남도 서해안 일대에 설치되었던 봉수는 연변봉수에 해당한다. 이러한 연변봉수는 전라북도 옥구(沃溝)의 화산봉수(花山烽燧)에서 시작하여 충청남도 서천 운은산(雲銀山)→ 비인 칠지산(漆枝山)→ 남포 옥미산(玉眉山)→ 보령 조침산(助侵山)→ 홍주 흥양산(興陽山)→ 결성 고산(高山)→ 홍주 고구(高丘) 등을 거쳐 서산의 봉화로 이어졌다.

이와 같이 해안가를 따라 설치되어 있었던 충청남도 지역의 연변봉수는 조선말 개항기까지 지속적으로 운영되다가 개항기 이후에 폐지되었다.

서산 지역의 봉수로는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산봉수(主山烽燧), 도비산봉수(島飛山烽燧), 가 있다. 그리고 이를 받아서 전한 당진의 안국산봉수가 있는데 안국산의 봉화대는 현재 복원되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각 봉화대의 위치와 역할은 다음과 같다.

- 주산봉수: 현재의 서산 시내에 있는 봉화산(烽火山)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 최근 발굴 조사를 통해 확인되었다. 부춘산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데 서산교욱지원청 뒷산 가장 높은 봉우리에 해당한다. 기록에 의하면 주산봉수는 태안의 백화산봉수를 받아서 해미현의 안국산봉수(현 당진시)에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본래 북주산성이 있었던 옥녀봉 주변에 있다가 필요에 의해 이곳으로 봉화대의 위치를 옮겼을 가능성도 있다.

- 도비산봉수: 서산의 남서쪽에 자리하고 있는 도비산봉수는 천수만을 향해 돌출된 반도의 남쪽 끝에 자리하고 있다. 기록에는 서산군 치소에서 남쪽으로 20리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서산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10㎞ 떨어진 도비산의 정상부에 해당된다. 이 도비산봉수는 동쪽에 있었던 홍주목 관내의 성산봉수(城山烽燧)를 받아서 서쪽으로 태안의 백화산봉수와 서산의 주산봉수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였다.

- 안국산(은봉산)봉수: 현 당진시에 해당하는 안국산봉수는 조선시대에는 해미현 관할이었다. 지금의 서산과 당진의 경계 지점에 해당되는데, 서쪽으로는 서산의 주산봉수와 연결되고, 북쪽으로는 당진현의 고산봉수(高山烽燧, 현 당진시 고대면 고산)와 연결되던 봉수이다. 봉화대의 위치는 지금도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 많아서 고산봉수대가 있던 자리에는 지금도 공군이 주둔하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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