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선 시민기자

감자 꽃이 예쁘게 피는가 싶더니, 어느새 뽀얀 감자들이 주렁주렁 호미 끝에 따라 올라온다. 해마다 감자축제에 도시에서 온 아이들은 땅속에서 나오는 감자를 신기한 듯 주워 담는다. 이른 봄 다른 작물보다 일찍 심는 감자는 벼나 밀에 비해 재배기간이 짧고 쉬워 어디서나 잘 크고 수확량이 많아 옛날 쌀이 부족한 시절 보릿고개를 넘게 해주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주어 서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작물이었다.

감자를 처음 유럽으로 가져온 스페인 신부 코르망은 “모든 인간의 간절한 바람에 현명한 자연이 베푼 훌륭한 음식”이라고 예찬했다고 한다.

"당신을 따르겠어요"라는 꽃말처럼 감자꽃은 순수하고 착하고 예쁜 꽃이다.

금동(琴童) 김동인의 단편소설 ‘감자’가 생각나 마음이 아프기도 한 감자 꽃을 나는 좋아한다.

어린 시절 집집마다 감자를 심지 않은 집이 없을 정도로 텃밭이며, 산기슭에까지 심었던 감자, 무성한 잎새 사이로 수줍게 피어나던 6월의 긴 긴 해는 감자 꽃으로 눈부셨다.

감자꽃은 피면서 바로 잘라주어야 밑으로 영양이 가서 좋은 감자를 캘 수 있어서 예쁜 감자꽃은 그리 오래 가질 못했다. 꽃이 필 때쯤이면 보리수확도 채 끝나지 않아 배고픔에 아마도 감자꽃 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동네 아이들은 감자 꽃이 지기도 전에 남의 밭에서 감자 서리를 해 몰래 먹다가 배탈이 나곤 했다. 하지만 그때의 그 감자 맛을 잊을 수가 있을까.

감자를 캘 무렵이면 장마가 시작 된다. 가마솥에 쪄 낸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를 호호 불며 먹던 기억은 시골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생각나는 추억이다.

찐 감자를 식기 전에 절구통에 찧으면 인절미처럼 쫀득하게 된다. 강낭콩을 삶아 찧어 고물을 만들고 쫀득하게 된 감자를 인절미 모양으로 만들어 강낭콩 고물에 굴리면 맛있는 감자떡이 된다.

한가한 장마철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이런 저런 농사 이야기를 하며 해 먹었던 여름 별미였지만, 지금은 서양 푸드에 밀려 젊은 사람들은 그 맛을 잘 모른다.

감자떡에 열무김치, 막걸리를 걸치면 이보다 좋은 여름 음식이 어디 있을까. 이번 장마엔 감자떡에 감자전을 해서 이웃과 추억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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