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자동차 정비사, “아직도 생소하세요?”

매니큐어 대신 기름 때, “하지만 자랑스럽죠”
자동차 정비 남자보다 꼼꼼한 여자가 낫다

[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서산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아직까지도 사회에서는 ‘자동차’와 ‘여성’을 조금 낯선 조합으로 여긴다. 여기서의 자동차가 ‘자동차 정비’ 처럼 거칠고 남성적인 직업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계와 관련된 자동차정비 관련 업무가 여성과는 먼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김은혜(20·부 김재필, 모 한선옥) 씨는 그것이 잘못된 고정관념임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남자들 만의 직업?
선입견 버려야

앳된 얼굴에 아직 여고생 티를 다 못 벗은 은혜 씨. 하지만 브레이크 패드도 교환하고 점화플러그도 손쉽게 바꿔 낀다. 2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타이어 바퀴도 동료의 도움을 받아 무난히 끼워 넣는다.
“남자들만 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버리세요. 오히려 섬세한 여자들에게 더 어울리는 직업일 수 있어요.”
차와 정비에 대해 배우는 건 크게 힘들지 않았다. 실무 위주로 교육이 되다 보니 지루하진 않았다. 그동안 겉으로 디자인 정도만 봐왔던 차를 낱낱이 뜯어보면서 차가 굴러가는 원리를 조금씩 터득해 갔다.
매니큐어 대신 기름 때 묻은 거무잡잡한 손, 겨울이면 갈라지고 정비를 하다보면 다치는 일도 많다.
또래 여자들에 비해 거칠기만 한 손이지만 음암면 애향자동차 정비공업사(대표 김종순) KIA 자동차 정비기사인 은혜 씨는 자신의 손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이처럼 차량정비를 하다 보면 손과 얼굴에 기름이 묻는 건 당연하다. 처음엔 약간 꺼려지기도 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어느새 그 냄새와 느낌이 좋아졌다. 손에 물집도 많이 잡히고 거칠어졌지만 그럴수록 점점 정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부품을 분해해서 그 안에 든 부속물을 확인하는 재미,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낼 때의 쾌감을 계속 찾게 됐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기름을 묻혀 조립하고 제자리에 장착시킬 때면 마치 내가 세상을 조종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려서 부터 조립하고 분해하기를 좋아했어요. 고민 끝에 운산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죠. 부모님도 제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 진작부터 알고 계셨던 터라 든든한 후원 하에 입학하게 됐죠.”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자동차 정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은혜 씨는 지금 몸을 담고 있는 애향자동차 정비공업사에 취업해 졸업과 동시에 정식 채용 됐다.
하루라도 빨리 기술을 배우고 싶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선택했다. 특히 여성이란데 거부감도 없었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직장이란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힘 보다 섬세함으로

남자에 비해 근력이 약해 조금은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지만 특유의 섬세함으로 완벽한 일 처리를 고수한다는 그녀는  “차량의 문제를 정확하게 집어 내 고객이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 있으면 주변의 동료들이 은혜 씨의 일을 거들어 준다. 서로 부족한 부분은 체워주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있어 ‘여성’이라는게 문제가 될 요소는 없다고 말한다. 은혜 씨는 “정비사란 직업이 여성이 할 수 없는 직업은 아니다”라며 “여성 자동차 정비사가 없어 생소해 하시는 고객분들이 있을 뿐 일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동차 정비는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맞다고 말하는 은혜 씨. 항상 차량을 꼼꼼히 볼 수 있고, 남자보다는 섬세한 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평생 정비사로 살아가고파

그녀는 최고의 정비기사가 되기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기술을 갈고 닦아 자신이 운영하는 자동차 전문 정비소를 운영하는 게 꿈이란다.
“정비사는 여전히 꿈이죠. 내일도 정비사이기를, 내년에도 여전히 정비사로 있고 싶어요. 제대로 된 정비사가 되기 위해 배우고 도전하고 꾸준히 나 자신을 키워 평생을 정비사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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