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나무디자이너 김도일 작가

최미향 기자l승인2019.07.04l수정2019.07.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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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세상과 소통하고 나무로 사랑을 나누고....

내 삶의 많은 부분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고 싶어

 

▲ 나무디자이너 김도일 작가

 

<그를 만나다>

 

나무로 세상과 소통하고 나무로 사랑을 나누는 이를 만났다. 한 눈에 보면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털털할 것 같아서 막걸리 한 사발에 세상 푸념 늘어놓아도 부담없는 그는 ‘김도일목공방’의 김도일 나무 디자이너다.

진지한 얼굴로 기자가 도착한지도 모르고 컴퓨터로 뭔가를 열심히 스캔하는 그. 문을 열고 들어서자 특유의 향기로운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겸연쩍은 웃음을 보내는 그에게서 달콤한 나무향기가 애정과 함께 묻어난다.

나무를 디자인하여 작품을 만들고 전시도 하고 강의도 하는 그. 온통 나무속에 빠져있는 그의 삶과 지나온 발자취를 들어다 보기로 한다.

 

Q 나무 만지는 일이 힘들 땐 없나?

 

▲ 가구 재활용과 목공수업을 언계했던 YMCA목공동아리 활동

 

>>>나무를 만지고 있으면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주변 사람들한테 가끔 얘기하죠. “나무를 만지는데 힘들다 또는 재미없다는 마음이 생기면 이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예요. 무슨 일이든 즐거운 마음이 있어야 정성을 다해서 임할 것 아닌가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재미있으니까 가구를 만들지, 힘들다 생각되면 정성을 다하지 않을 것 같아 못하죠. 제 성격상 주어진 일에는 최선을 다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Q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2018년도 진행했던 중고가구 리폼사업인 것 같아요. 당시 저는 가정에서 사용하던 헌가구들을 수거해서 고치거나 청소를 했고, 그것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하거나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나눠주곤 했습니다. 판매한 금액은 전액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썼고요.

쓰레기로 버려지거나 태워 없어질 가구들을 리사이클링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이었죠. 환경도 보호하고 어려운 이웃도 돕고 말이죠.

올해는 (헌 가구)보관할 장소가 없어서 부득이하게도 잠시 쉬고 있습니다. 나중에라도 보관할 장소만 생기면 다시 진행할 예정이에요.

 

Q 어린 시절 얘기를 해 달라.

 

>>>서산에서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얼굴을 10년도 못 봤어요. 제가 국민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거든요. 그러다보니 아버지의 정을 모르고 자랐습니다. 가족 모임 때 한번 씩 물어올 때가 있어요. 아버지와의 추억이 기억 나냐고. 저는 어려서 그런가 아무리 생각해도 하얀 백지마냥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많은 추억을 남겨주려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합니다. 우리 애들이 각자 사느라 바빠서 그렇지(웃음).

 

Q 학창시절 가장 기억나는 일은?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되는데, 기술시간에 목재로 책꽂이를 만들었었거든요. 도면도 꾸미고, 톱질도 하고, 못도 박고. 이때 배웠던 도면 그리는 방법은 지금까지도 유용하게 잘 써먹고 있어요. 이 일을 하기 전에 간판업을 오래 했는데 그때도 (기술과목)자격증 실기시험에 많은 도움을 줬어요.

보시다시피 지금 또 목공작업을 하잖아요. 여기에도 아주 큰 도움이 돼요. 가만 보면 기술이라는 과목이 실생활에도 많이 쓰이는 것 같아요.

 

Q 언제부터 만들기를 좋아하게 됐나? 

 

▲ 지난 4월 서산시문화회관 전시작품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해서 그런지 그리기와 만들기를 유난히 좋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친구들보다 더 잘 했던 것 같아요(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프라모델 조립을 엄청 좋아해요. 재료들을 하나하나 조립해서 완성했을 때의 그 희열!! 그건 뭐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어요. 지금도 만들기나 손으로 조작하는 것은 다 좋아하는 편입니다.

 

Q 가장 행복한 때는? 

 

>>>행복이란 별거 없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가족들과 저녁시간 뒹굴뒹굴 하면서 TV로 야구랑 배구 시청하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아들만 둘인데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거의 매일 같이 함께 저녁 먹고 스포츠 경기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하루를 마감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큰 애가 대전으로 대학가면서부터는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무엇보다 제가 예전보다는 그래도 건강해진 것 같아 그게 제일 행복해요.

 

Q 건강에 무슨 문제가 있나?

 

>>>심장혈관이식수술을 받았습니다. 유전적인 요인으로 30대 초반에 협심증과 당뇨병이 찾아왔어요. 그러다 2016년도 봄, 결국 쓰러져서 스텐트 시술을 삽입 받았습니다. 조심한다고 했지만 그해 겨울 다시 막혀 혈관을 우회하는 절개수술을 하게 되었구요. 결국 3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했고 병원에서 몇 번의 죽을 고비도 넘기고... 여러 번의 시술과 치료로 혈관에 스텐트가 대략 10개가 삽입되어 있어요. 자주 시술받다보니 언제부턴가 개수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웃음).

한동안 병원생활을 하다 보니 퇴원해서 현장에 복귀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죠. 그 후유증으로 아직도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진통제로 통증을 참아내고 있습니다.

그때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수술비 도움을 주셨던 석림사회복지관 관계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너무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Q 간판업을 내리고 목공방을 하게 된 계기는?

 

>>>한마디로 재미가 없어져서 전업했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일 만에 간판가게에 취직했어요. 목공, 전기, 페인트, 글자도안 등등 정말 많은걸 배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천직이다 싶어 오직 한길만 고집하며 걸어 왔지요. 당시에는 기술(디자인)을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디자인 관련해서는 현장에 들어가서 소비자와 밀착되어 있다는 자부심도 상당히 좋았고요.

당시는 업체들마다 개성 있는 디자인과 도안 서체들이 있어 길을 걷다가도 간판을 보면 어느 업체에서 제작했는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것이 도시 환경을 망치는 주범이 되고 법을 어겨가며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가장 결정적인 건 LED채널 간판으로 시장이 변화된 것이었죠. 서울 청계천에 가로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 간판들이 획일화가 되었어요.

전국 어디나 간판 스타일이 똑같아지면서 더 이상 간판에 매력이 없어져버렸습니다. 간판 일을 1개월 한 사람이나 10년 한 사람이나 뭐 크게 다르질 안잖아요.

고민에 빠졌습니다. ‘무엇을 하면 나이 들수록 인정을 받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취미로 했던 목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연륜이 쌓이면 장인 소리도 듣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지금 생각하면 탁월한 선택인 건 분명해요.

 

▲ 목공수업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학생들

 

Q 앞으로의 꿈은 뭔가?

 

>>>내가 배우고 익혔던 기술들을 사회를 위해 쓰고 싶어요. 체력이 된다면 집수리봉사와 사회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는 일들도 하고 싶구요. 그것이 목공일과 관련이 있다면 더 좋겠죠. 결국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살고 있잖아요.

 

<글을 마치며>

 

>>>100년 200년 후에도 사용되어질 정갈하고 멋진 가구들을 만들고 싶다는 ‘김도일목공방’ 김도일 나무 디자이너. 2018서천군관광기념품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광고일을 할 때는 매년 큰 상들을 많이 탔었는데 업종변경 후에는 처음 받았던 상이라 기억이 더 많이 나는 것 같네요”라고 선한 웃음을 지었다.

“제가 많이 아팠잖아요. 아프고 보니 사는 거 별거 없더라고요. 그냥 힘닿는 대로 제가 할 수 있는 나무로 세상과 소통하고, 나무로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제 삶의 많은 부분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고 싶거든요. 제가 아플 때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았던 것 처럼요.”

그가 바라는 대로, 그가 원하는 대로 그렇게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며 기자는 시원한 음료 한 병을 마시고 돌아서 나왔다. 그날따라 내려오는 계단 사이로 보이는 목공 재료들이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


최미향 기자  vmfms08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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