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량 성모안과의원 원장

5월 말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해결이 안되고 있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의한 총체적 난국을 통해, 병원감염에 있어서 수많은 문제점이 노출 됐고 이에 대한 해결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첫 환자 한명으로부터 현재 184명까지 감염된 확진자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표출된 실책을 되짚어 보자. 초기에 평택성모병원에서 환자가 발생된 이후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확진 되고부터 철저한 격리와 방역이 이뤄지지 못했던 점이 첫 번째 잘못이고, 이과정에서 관련된 병원명이 공개되지 않은 사이에 수많은 접촉자가 발생하며 만여명에 이르는 격리대상자가 속출했다.
접촉자와 격리대상자의 무지와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여러 병·의원과 지역을 다니느 바람에 관리는 더욱 어려워 졌고 계속 확진자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늘어났다. 이러한 판국에 병·의원의 폐쇄와 환자 관리를 철저히 감독하고 책임져야할 사령탑 역할로써 질병관리센터가 아닌 비전문가 기관이 관장하며 한심한 난맥상을 보이고 말았다.
평택성모병원에서의 관리가 제대로 되었더라도 지금과 같은 파국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 기회도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에서의 부실한 확진자 관리 및 접촉자 감시 누락과 의료진의 방호복 착용 잘못으로 감염자 확산이 벌어진 결정적인 실수였다.
의료진까지 확진자가 나온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러한 와중에 언론은 공포분위기까지 조성하며 외국 관광객이 급감하고 병·의원기피 현상과 행사 취소와 함께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말았다. 10세 이하 소아 발병률은 2%에 불과한데도 전국적으로 수천개에 이르는 초·중고 휴업 조치가 이뤄져 학사운영에 차질까지 벌어졌다. 앞으로의 문제는 이번 사태가 해결된 이후 어떻게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느냐에 달렸다.
최근 많은 전문가와 의협 등에서 대안을 제시해 오고 있듯이 의료 및 보건 전문가로 이뤄진 국가기관(보건부 독립)의 전문화작업이 우선돼야겠다. 보건복지부 차관급에 단 한명의 의료전문가도 없고 실무책임자에 의료인 출신은 2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해결책은 이러한 집단감염병 발생 시 전문기관인 ‘질병관리센터’가 일선책임자로서의 모든 권한과 관리를 맡아야 된다는 점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전염병 발생 시 질병관리센터 책임 하에 모든 국가기관이 지시에 따르고 있다.
또한, 감염병 관리 전담병원과 그에 걸맞는 시설확충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의 경우에 환자이송 중 접촉감염까지 발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염환자 관리 시 의료진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훈련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방호복 착용과 환자 접촉 시 수칙을 지키지 않아 의료진이 110명이나 감염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우리는 잘못된 환자 방문 관습과 간병인제도, 의료수가의 하향 조성으로 인한 병·의원 선호도 등 하나씩 해결하고 고쳐야 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물론,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대형병원의 오만과 독선으로 인한 어처구니 없는 잘못도 고쳐야 될 문제다. 그러한 자세를 묵인 방관한 보건 당국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리 국민이 대처하는 자세다.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지키면서 일상생활을 지켜 나가면 되는데도, 온 세상이 세균에 노출된 것처럼 모든 활동을 억제하고 행사까지 취소하는 과민반응은 앞으로도 반성할 부분이다.
감염이 의심된다고 학교도 못 오게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지는 데에는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언론도 이번 기회에 자성을 해야되는 것이, 토론을 하거나 전문적인 의견을 구할 때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를 통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얻어야 된다는 사실이다.
감염병전문가가 아닌, 가정의학의나 미생물학, 약리학 교수의 의견을 듣는 것은 본질을 벗어나고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공포분위기를 조성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대처방법과 극복의지를 심어 주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언론의 자세일 것이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잘못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할 것이고 전반적인 의료체계의 재검토와 감염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루 속히 메르스가 종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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