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웅 편집국장

마음이 음흉하고 불량하여 겉과 속이 다르다. 사자성어로 표리부동(表裏不同)이라 말한다.

우리 서산시대신문사로 한화토탈에서 전화가 왔다. 배너광고를 실어달라고 한다. 지난 유증기 사고로 인해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는 문자도 광고 문의와 함께 보내왔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광고내용을 유증기 유출 사고와 관련하여 주민들에게 사과하는 내용으로 할 것이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그냥 인터넷판에 한화토탈 로고만 싣고 계산서를 발행해주면 광고비를 주겠다고 한다.

그게 무슨 사과 광고냐고 되물으니 지역에 있는 언론사들에게 일괄적으로 주는 달래기용 광고란다. 서산시대는 광고를 싣지 않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지역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유증기 유출 화학사고로 지역주민 2330명이 병원 진료를 받았다. 더구나 한화토탈은 충남도 특별 합동 점검에서 대기오염물질 ‘불법 배출시설’ 설치 등 법 위반 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위반 행위도 단순 실수가 아니었다. 적발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폴리프로필렌(PP) 제품 건조 원심력 집진시설에 대기오염물질을 무단으로 배출 할 수 있는 ‘가지 배출관’을 설치했고, 제품 포장시설 4기 중 미 가동 상태인 2기의 공기조절장치를 열어 둬 외부 공기가 여과집진시설로 유입되도록 해 대기오염물질을 희석 처리했다. 또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유분을 회수하는 시설을 설치하면서 도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당당해 보였다. 피해주민들에게 진정 미안한 마음은 없어 보인다. 공식적인 사과도 없다.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보다,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식이다.

안타깝게도 몇 개의 지역언론에서 이 광고를 실었다. 아마도 별 다른 생각 없이 일상적인 광고라고 생각했나 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공적영역이지만 사적영역이기도 하다. 광고료로 지탱하는 언론사 입장에서 광고주를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돌이켜보면 서산지역 대산공단 내 대기업의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사에게 예외 없이 반작용이 있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앙언론이던 지역언론이던 언론은 국가와 시민사회의 중간에 있는 존재다. 국가에게는 시민사회의 입장을 대변하고 시민사회에게는 진실을 전하는 역할을 한다.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공모하지 않는다.

저널리즘은 언론사의 최소한의 양심이며 존재의 이유다. 이번 한화토탈의 언론 달래기식 광고를 보며 진정한 반성없이 사고는 재발될 것이라는 우려를 씻을 수 없다. 겉 다르고 속 다른 기업이나 언론으로는 ‘시민의 안정과 행복’을 담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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