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가치 재조명...갯벌·습지 복원을 위한 험난한 여정

【기획】천수만·가로림만의 생태관광 길을 찾다

 

▲ 유부도 도요새 모습

 

잘 보전된 자연자원은 인근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관광객에는 휴식의 공간을 제공한다. 개발되지 않은 상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기는 ‘자연관광’이나 지역사회가 관광으로부터 정당한 이익을 얻도록 하는 ‘공정여행’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역의 자연과 문화의 보전에 기여하고, 생태교육과 해설을 통해 참여자가 환경의 소중함을 느끼는 여행. 이것이 바로 생태관광이다. 이에 서산시에서는 천수만 부남호 역간척 및 가로림만국가해양정원 등 생태복원과 해양생태 관광거점을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기획취재를 통해 전국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생태관광 우수프로그램을 점검함으로써 그 방향성을 찾고자 한다. -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금강과 서해바다가 만나는 생명의 보고 ‘금강하구’

➁ 다양한 생물종이 가득한 연안 습지 ‘순천 순천만’

➂ 우리나라 해안선의 특징을 모두 품고 있는 ‘남해 앵강만’

④ 모래톱이 넓게 발달한 철새도래지 ‘부산낙동강 하구’

⑤ 생태환경의 새로운 보고로 탈바꿈한 저력 ‘울산 태화강’

 

메인 : 유부도 도요새 모습

사진 1 : 금강하굿둑 전경

사진 2 : 갯벌이 펼쳐진 유부도 전경

사진 3 :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 전경

사진 4 : 한반도 생태계를 비롯하여 세계5대 기후와 그곳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을 한눈에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전경

 

과거 산업화시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던 갯벌의 생태적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복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강원 강릉시 사천면에 위치한 순포 습지는 바다가 모래에 가로막혀 생긴 동해안의 대표적인 ‘석호’다. ‘순채(순나물)가 많이 나는 물가’라는 데서 유래한 지명으로, 부들·연·키버들·이삭 물수세미·새며느리 발톱·해란초·창포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농경지 개간과 토사 유입 등으로 내륙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1920년대 8만9천㎡에 달하던 호수 면적은 80여년 만에 1만5천㎡로 줄었다.

환경부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이 습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2011년부터 7년간에 걸친 공사 끝에 15만1천442㎡ 규모로 습지를 복원했다. 복원 이후 방울새·개개비·왜가리·흰뺨검둥오리·새매·황조롱이 등 한때 자취를 감췄던 조류는 물론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까지 찾아들고 있다.

인천 강화도 남단의 동검도는 1985년 강화군 선두리를 잇는 연륙교가 건설되면서 갯벌이 퇴적되고 어족자원이 감소하는 등 환경오염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다리 아래 해수 소통공간이 없어 바닷물의 흐름이 막히다 보니 생태계가 황폐해질 뿐만 아니라 뱃길이 사라지면서 인근 선착장도 기능을 잃었다.

이에 강화군은 50억 원을 들여 바닷물이 통과할 수 있는 교량으로 개선했고, 이후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와 저어새가 다시 찾아오는 등 갯벌 환경이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다.

전남에서도 갯벌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남도는 신안·무안·완도·강진·보성·순천 6개 시·군 11곳의 갯벌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2023년까지 생태계 복원 사업을 추진한다. 폐쇄형 연륙교 건설 등으로 해수 흐름이 단절된 갯벌의 옛 물길을 복원하고 폐염전이나 폐양식장 등 버려진 갯벌도 재생한다는 계획이다. 지속 가능한 갯벌 어업을 위해 갯벌 갈기, 종패 살포 사업 등도 확대한다. 해양오염 퇴적물 정화사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항 북항이 최근 해양수산부의 ‘2020년 해양오염 퇴적물 정화복원사업’ 대상지로 선정됨에 따라 초량천과 동천 생태하천 복원, 부산천 하천 정비 사업 등을 추진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북항 내 동천 하류, 관광선 부두와 영도 한진중공업 앞 해상의 심각한 퇴적물 오염 등으로 인해 대규모 정화작업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에 맞춰 해양환경이 개선되면 관광객 증가와 도시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금강하굿둑 전경

 

금강하굿둑의 득(得)과 실(失)

하굿둑 해수유통...농·공업용수 확보 마련이 과제

 

1990년 금강하굿둑이 준공된 이후 군산 신항만 기반 조성을 위한 북측도류제(1997년)와 군산산단(2839만 ㎡·2007년), 새만금방조제(33.9㎞·401㎢·2010년), 군산LNG복합화력발전소(2009년), 207만㎡ 규모의 군 산 해상매립지(군산항 내항 준설토 투기장·2012년), 동백대교(군장대교 3.2㎞·폭20m)가 차례로 준공됐다.

금강하굿둑의 완공과 담수호 금강호로 인해 장항-군산간 교통이 편리해졌으며, 농경지가 늘어나고 일부 지역은 침수피해가 줄어들었다. 또한 군산 등 공업지역에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 갯벌이 펼쳐진 유부도 전경

 

그러나 준공 30년이 다가오는 현재 금강하굿둑은 어떤 모습일까. 하굿둑은 하구의 기수역으로서의 갯벌의 산란기능이 사라지면서 황복어, 종어, 웅어, 재첩, 참게, 실뱅장어 등 기수역을 대표하는 어류들이 사라졌다. 금강 하류지역의 생태적 기능 상실은 어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았다.

유속의 흐름을 바꾸어 토사의 퇴적을 불러왔고 하굿둑 안쪽은 부양화로 인한 오염이 가속화됐다. 금강호는 수질 악화로 더 이상 농·공업용수로 쓰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고, 수심이 얕아져 장항읍 저지대에서는 장마철만 되면 침수사태가 벌어지고 항구기능은 쇠퇴했다.

금강하굿둑 조성이후 발생한 문제로는 수산업의 쇠락, 장항항 토사 퇴적, 금강 물의 수질악화, 서천 연안 어장 황폐화 등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이처럼 1980년대 이후 담수 확보와 산업발전이라는 목적하에 낙동강, 금강, 영산강 하굿둑들은 담수의 안정적인 공급을 돕는다는 효과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닷물의 흐름을 막아 하구 수생태계가 단절되고, 녹조 등의 수질관리를 곤란하게 한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했다.

문제는 하구 자체의 복원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예컨대 하굿둑이 건설된 이후 주변에는 생활·공업·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여러 취수장들이 들어섰다. 지하수 이용, 어업 인허가 등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전라북도와 군산시가 농·공업용수 확보의 대안이 없는 금강하굿둑 해수유통 반대활동을 전하는 배경이다. 이들은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로 수자원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농·공업용수 확보는 주민들에게 생존권의 문제라는 것이다.

 

금강과 서해바다가 만나는 생명의 보고 ‘금강하구’

연간 100만 명이 방문하는 국립생태원...생태문화 확산의 허브

 

▲ 한반도 생태계를 비롯하여 세계5대 기후와 그곳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을 한눈애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전경

 

금강하구는 봄·가을엔 도요물새들, 겨울엔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쇠오리 등이 서식하며 먹이를 찾아다닌다. 또 갈대군락과 염생식물이 자라는 곳은 천연기념물 개리와 큰고니, 멸종위기인 검은머리갈매기, 넓적부리도요 등 희귀철새들의 천국이다.

 

▲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 전경

 

금강이 서해바다와 만나는 자리에 모래펄이 쌓여 만들어진 섬 유부도. 이곳은 환경적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천연기념물 제 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의 최대 서식지이며, 56종 39만 마리의 조류와 125종의 저서동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곳. 서천군은 생태환경도시이다. 서천군은 장항 갯벌 300백만 평을 매립해서 국가산업단지를 세우겠다는 국가정책을 갯벌 보전 정책으로 이끌어 냈다. 갯벌을 지킨 댓가로 대안사업인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장항 내륙생태 산업단지를 조성했다.

국립생태원은 생태연구를 선도하고 생태가치를 확산하는 생태연구·보전·교육·전시 기능의 생태종합기관으로 2013년 10월 28일 환경부 산하기관으로 출범했다.

국립생태원은 명실상부 아시아 최대의 종합생태연구기관으로 자연생태계 보전 및 생물다양성, 야생생물 관리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국토환경보전 기본정책 수립과 생태계 복원에 관한 연구 및 기술개발은 물론 동·식물 등 생태관련 전시, 체험 및 홍보시설을 조성하고 운영하고 있다.

연간 100만 명의 관람객이 자연을 만나고 자연을 배우는 생태문화 확산의 허브이기도 한 이곳에서는 생태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교육 프로그램 개발·운영 및 생태관광사업, 생태지식문화도서 출간 등 가능한 모든 영역에 걸쳐 생태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전 국토에 걸쳐 어떤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지 5년 단위로 조사하는 자연환경조사사업을 수행해 지난해 제4차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올해 제5차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그간의 생태조사연구는 연구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동식물 현황을 조사해 왔다.

제5차 전국자연환경조사는 드론, 위성영상 등을 적극 활용한 새로운 기법의 조사방법을 도입해 더욱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조사기법을 고도화했다. 정밀하고 공신력 있는 생태자료 확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말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붉은 불개미와 같은 유입된 외래생물 위해성 분석과 확산방지 연구도 생태원의 주요 연구다. 그간 총 155종의 위해우려종을 지정건의해 침입외래종 관리방안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기후변화연구, 생태모방연구, 생태계 서비스 연구 등 기초연구로 160여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는 성과도 달성했다. 연구결과들은 모두 에코뱅크라는 국립생태원 생태정보포털에 담겨 국민에게 제공된다. 내가 사는 주변 지역에 어떤 동식물이 살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고, 기후변화에 따른 국토의 생태적 변화도 확인하실 수 있다. 이처럼 생태원은 공공정보의 대국민 제공 서비스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시분야의 성과도 컸다. 개원 이래 매년 크고 작은 전시를 열어왔다. 주요 전시를 살펴보면 국내 최초로 외국개미를 전시한 ‘개미세계탐험전’을 비롯해 ‘우리 독도 이야기’, ‘생물모방’, ‘생태계와 기후변화’ 등을 주제로 한 전시가 개최됐다.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은 2006년도 자연환경보전·이용시설의 설치사업으로 설립되어 체험교육 학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물다양성, 미래해양산업, 해양주제영상, 4D영상 등과 함께 기획전시 기능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전시관이다.

서천군의 시민사회단체의 노력도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2009년 푸른서천21 시절부터 막혀 있는 금강하굿둑을 트기 위한 해수유통 운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 서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활동이 모범적이다.

그동안 협의회는 해수유통을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금강하굿둑 해수유통 당위성을 알리기 위한 대국민 홍보활동을 펼친 금강도보순례, 충남15개 시,군 대도민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15만6,101명의 서명부를 국무조정실,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에 각각 전달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해양수산부에서 5개년 용역사업으로 금강하구역 정책협의회를 통해 금강하구 국책시설에 대한 연구 조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2019년도를 목표로 서천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천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해 민간 서포터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 취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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