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많이 낳아서 그런가? 자꾸 기억에 비상이 걸려요”

훗날 내 자식들에게 남겨줄 유산은 봉사뿐

 

▲ 국제치매예방연합회서산지부장 국악인 김경주 선생

 

서산시 운산면에서 축산업을 하는 남편과의 사이에 1남 6녀를 둔 국악인 김경주 선생. 느지막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고, 중앙대학교 국악과에 다니며 공부를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속내를 밝혔다.

어느 날부터인가 위기의식을 느낀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도전장을 던졌다. “애를 많이 낳아서 그런가 기억력이 자꾸 떨어지더라구요. 거기다 애들이 많다보니 지지고 볶고 스트레스도 많았고요. 저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치매에 대한 자격증을 따고 치매 예방운동을 벌였지요. 무엇보다 우리 어르신들에게 노래공부도 공부지만 치매 예방법을 가르쳐주면서 동시에 저도 다시 배우니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상당히 보람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봉사하는 곳에 취재차 가면 자주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환한 얼굴로 반갑게 맞아주곤 했다.

“취미생활에는 이만한 것이 없어요. 집에서 애들이랑 싸우고 나와도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받다보면 바로 행복바이러스가 제 온 몸을 사로잡아버린답니다. 사실 저는 봉사를 하는 입장이 아니라 제가 받는 입장이에요”

시어머니에 대해 묻자 그녀는 “감사하게도 연세에 비해 건강하신 편입니다. 그럼에도 요즘은 조금씩 몸이 예전만 못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럴까요. 요양원이나 경로당에서 연세 드신 분들을 뵈면 괜히 저희 시어머님 생각이 퍼뜩 나요. 그럴 때마다 ‘더 잘해드려야겠다. 즐겁게 해드려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같은 여자로서 짠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그래요.”

기자가 그녀와 인터뷰를 하는 날은 노치원(성심주야간보호센터)에서 노래봉사를 하는 날이었다. 주로 이런 곳에서 어떤 봉사를 하냐는 질문에 “노래도 부르고 치매예방 운동법을 가르쳐 드립니다. 아주 잘 따라하셔요. 저는 노치원뿐만 아니라 마을 경로당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들어가 봉사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 국제치매예방연합회서산지부장 국악인 김경주 선생

 

노치원에 대해 궁금하다고 하자 “유치원처럼 잠은 집에서 주무시고 아침에 센터에서 제공하는 차를 타고 이곳으로 옵니다. 사실 정확한 명칭은 주간보호센터예요. 어르신들 상대다 보니 흔히 ‘노치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곳들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다양해서 어르신들이 지루할 틈이 없거든요. 젊은 사람들만의 점유율 같은 네일아트도 하니 얼마나 멋져요”라고 말했다.

“늙음은 결코 피해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나이든 분들에게 다가가 봉사를 하다보면 훗날 우리가 늙었을 때 또 다른 사람으로부터 대접을 받게 된다고 봐요. 우리나라는 근본이 경로사상이잖아요. 움직일 수 있을 때 이런 곳에 와서 함께 즐기다 가시면 이 또한 복이지요.”

그날 그녀는 화창한 하늘보다 몇 곱절이나 파란 색깔의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보송보송 땀방울이 콧잔등에 돋아나고 있었다. 기자가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녀는 “한복을 입어서 더울 뿐이에요. 힘들진 않아요. 하지만 이런 건 있어요. 어르신들에게 오는 공연자들은 인내가 없으면 힘들어요. 재밌게 웃는 분들이 있는 반면에 화를 내거나 나가라고 소리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건 어디까지나 성향문제예요. 박수치지 않는다고 서운할 필요도 없고요. 단지 제가 주어진 시간만큼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해드린다는 마음가짐이면 되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 육산한마당축제 공연모습

 

마지막으로 그녀는 이런 말을 남기며 밥차봉사를 가기위해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치매는 정말 두려워요. 치매에 걸리면 가정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상당히 손해잖아요. 치매예방법은 남녀노소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치매예방법 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한 봉사에도 이유가 무엇이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이 훗날 내 자식들에게 남겨줄 엄마의 가장 값진 유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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