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한화토탈 유증기 피해지역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특별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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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한화토탈 유증기 피해지역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특별진료
  • 최미향 기자
  • 승인 2019.06.05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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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가스 냄새를 맡았지만 그날은 코피가 터졌어"

독곶리 주민들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사는 게 지옥”

 

서산의료원과 서산시 보건소가 지난 5월 30일, 한화토탈 유증기 사고로 피해가 가장 심했던 대산 지역 주민들을 위한 ‘따뜻한 공공의료 찾아가는 무료진료’를 실시했다. 이번 특별진료는 서산의료원이 기획하고 서산시보건소가 함께 참여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동행 취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 편집자 주

 

▲ 서산의료원 김영완 원장이 진료를 하고 있는 모습

 

김영완 서산의료원장 “비상진료체제 가동 중”

“이번 특별진료는 서산의료원이 기획했고 서산시보건소가 함께 하는 특별진료다. 유증기 사고는 특별한 케이스 아닌가. 예전 유류사고 이후 두 번째로 가진 행사다. 사실 공공의료부문에서 이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연세 많으시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병원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한다.”

“대부분 어르신들이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속이 매스껍다’고 한다. 우리는 이분들께 혈액검사, 요 검사, 흉부엑스레이 등을 한다. 결과는 우편으로 직접 받아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맹정호 시장 “T/F팀 만들어 대산공단 관리하겠다”

“그동안 특별진료를 했던 적은 그동안 없었다. (서산의료원)김영완 원장님이 들어오시면서 처음 하는 진료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단 말씀을 꼭 전한다.”

“시민들께 죄송하다. 한화토탈 화학 사고를 비롯해서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서산시는 근본적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대산 전체 회사를 상대로 시설물 안전점검을 하려고 한다. 재정비, 대보수 등이 진행돼야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기업이 매년 조금씩은 하고 있지만 대대적인 시설보완들이 있어야 된다. 기업들에게도 시설안전 점검이나 시설보완을 계속 건의하고 촉구하고 있다는 말씀 전해드린다.”

“오늘(5월 30일) 대산읍사무소에 대산 공단만을 전담으로 하는 T/F팀을 만들었다. 특히 사고가 났을 때 대응을 좀 더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충청남도에서는 이미 대산 전담조직을 하나 만든다고 말하더라. 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서산시를 위해 힘써달라고 부탁했다.”

 

“유증기 성분 밝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 - 안효돈 시의원

 

“이런 사고는 해마다 있었다. 자잘한 사고들은 접수도 하지 않은 채 은폐하고 축소한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의 사건과는 양상이 좀 다르다. 주민들이 ‘살기 어렵다. 나가야되겠다’고 하더라. 안타깝다.”

“다른 때보다는 관계기관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있는데 사실 신뢰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 사고 원인은 다 밝혀졌다. 그런데 확실히 검증된 게 아니다. 주민들이 실제적으로 흡입한 유증기 성분이 뭐냐. 이건 확인이 안 된 상황이다. 잘못하면 조사결과가 사실과 다르게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화학 전공자들이 참여해서 (유증기)성분이 무엇인지 밝히는 게 중요하다. 조사결과가 기업에게 면피용이 되어서는 안된다.”

“대산공단이 여수공단과 다른 게 있다. 여수공단은 우리보다 20년이나 더 오래되었지만 냄새가 안나더라. 여기는 냄새가 난다. 겉으로 보기엔 그게 큰 문제다. 대기오염은 보이지 않게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

 

▲ 2019년 순회무료진료에서 독곶리에 사는 주민이 흉부X-ray 검사를 진행중인 모습

 

“자식들이 새로 집을 지어줬어. 편하게 살라고. 그런데 버리고 갈 수도 없잖아.” - 독곶 1리 주민

 

“애들이 다 서울에 사는데 연대로다 하루마다 전화를 한다. 여기 있으면 계속 아프니까 그냥 서울에 올라오라고. 밥도 간신히 먹는데 못가. 애들이 나중에 여기 내려와서 산다고 새로 집을 지어줬거든. 버리고 갈 수도 없잖아. 누군가는 지켜야지.”

 

“갈 때가 됐으니께 그런가벼. 나야 괜찮지만 여기 젊은 사람들이.....” - 독곶2리 주민

 

“많이 놀랐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머리가 얼얼하다. 그 전에는 조금 아팠는데.... 지금은 뱃속이 많이 아퍼. 갈 때가 됐으니께 그런가벼. 나야 괜찮지만 여기 젊은 사람들이 애가 타지 뭐.”

 

“그날은 코피가 터졌어. 입에서도 눈에서도 나오더라고” -독곶리 하정재 씨

 

“나는 30년 동안 양쪽에서 가스 냄새를 맡아서 그런지 그 전에도 맨날 머리가 아팠어. 유증기 터지는 날, 같은 시간에 나는 코피가 터졌지 뭐야. 멈추지 않았는데 이놈의 피가 입에서도 눈에서도 나오더라고. 결국 인천 국제성모병원으로 엉겁결에 구급차 타고 올라갔어. 대비책을 해줘야지 이건 아니다 싶어. 도통 해결이 안돼.”

 

▲ 서산의료원과 서산시보건소가 함께 했던 순회무료진료에서 오지2리 주민들이 진료를 받고 있는 모습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 독곶리 김종극 이장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동안도 계속 일어났던 일이다 보니 정말 이사 가고 싶다. 가스 터지고 나서 중앙병원으로 주민들을 태우고 갔다. 거부하더라. 두 시간 동안 싸워서 겨우 진료를 받았다. 짜증난다. 기업에게 사고재발방지대책을 가져오라 해도 무성의하다. 방재국도 없고 컨트롤타워도 불분명하고.... 우리는 신고도 어디에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매뉴얼은 있는데 자기들끼리만 공유하고 주민들은 아예 모른다. 이번 사건도 공장에 있는 사람들은 대피하고 정작 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주민들이 계속 어지럽다는 분들이 많다. 20년 동안 제대로 건강검진 한번 해주는 사람이 없다. 돌아가셔도 왜 돌아가셨는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주민들이 있어야 서산시도 충남도도 있는 거 아닌가. 이주를 시켜 달라.”

 

“그냥 일 년 일 년 사는 게 지옥이다” - 독곶리 신만복

 

“철조망 펜스도 없고 방음막도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 한사람의 생명을 귀중하게 생각한다면 이렇게는 안한다. 서운한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냥 일 년 일 년 사는 게 지옥이다. 진짜로 답답하다. 미래가 없다. 아픈 것도 더 아프다. 튼튼했었는데... 웬만하면 안 아픈데... 1년에 담석이 여덟 번씩이나 왔다. 헬기타고 날아갔다 오곤 한다. 냄새는 심해도 이제 습관이 돼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불빛과 소음은 여전히 괴로움이다. 사람들이 ‘왜 안 떠나?’라고 한다. 내보내줘야 떠날 것 아닌가. 이주대책이 해결책이다. 모두 나쁘다. 30년 동안 막 터져 죽어 자빠져 나가는데.... (잠시 말을 잊고 있다가) 그래도 살아야지 그러면 죽나?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지금도 아프다. 몸도 마음도....”

 

“동네가 못살 동네다” -대죽리 김동섭

 

“동네가 못살 동네다. 냄새는 익숙하지만 아직도 고약해서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다. 이번 사건 아침에는 유난히 가스냄새가 많이 나더라. 그러더니 아니나 달라 점심시간 지나선 엄청 심했다. 사건 터지고 30분이나 지난 뒤에야 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가스 유출사고라는 방송이 마을 스피커에서 나오더라. 문자는 없었다. 일이 많아서 머리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지만 병원에 못 갔다. 마침 특별진료가 우리 동네로 온다고 해서 이렇게 왔다. 참 고맙다.”

 

▲ 대산읍 주민들과 함께 기념좔영

 

“우린 모르니까 밭이나 메고 있었다” -대죽리 김지운

 

“목이 컬컬하니 아프다. 계속 컥컥거려서 진료하러 왔다. 그날 나는 도로가 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현장인부들 차가 엄청 쏟아져 나오더라. 의아했다. ‘토요일도 아닌데 왜 일찍 퇴근하지?’ 알고 봤더니 그쪽은 다 내보내고 우린 모르니까 밭이나 메고 있었다. 나중에 방송 듣고 이장님이 부랴부랴 주민들을 싣고 서산 의료원으로 갔다. 늑장대응에 분통터진다.

그나마도 서산의료원에서 특별진료나 하니 진료 받지 그렇지 않으면 이런 것도 못 받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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