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 특별 인터뷰】 수도사 주지 수진(이세영) 스님

김영선l승인2019.05.15l수정2019.05.1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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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사 주지 수진(이세영) 스님

 

“살면서 부딪히고 만나지는 우연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수진 스님 “글을 쓰고 있으면 하나의 들꽃이 된 듯 자유롭고 행복하다”

 

『선운사 동백』

 

한 송이 꽃만으로도 봄은 오고

뻐꾸기 울음 한 소절에도 봄은 갑니다

사랑 하나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데

미움은 왜 그리도 많은지요

봄을 알리기 위해서는

많은 꽃이 아니여도 좋고

니르바나에 이르기 위해서는

부처의 광장설이 필요치 않습니다

염화미소 한 송이면 넉넉합니다.

 

- 수진 스님의 『선운사 동백』 중에서

 

불기 2563년 부처님 오신날. 화창한 봄 날. 5월 12일 서산 도비산 자락에 다소곳이 자리잡은 수도사에서 시와 음악이 어우러진 산사음악회가 열렸다.

올 처음 열린 ‘제1회 수도사 산사음악회’는 충남사회적기업 (주)제이씨 기획 주관으로 서산시인회, 서산시낭송회와 충청오페라단이 협연하고 신성대학교 최지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시인으로 잘 알려진 수진스님답게 1부에서는 서산 출신으로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잘 알려진 이생진 시인을 비롯해 시인 김가연, 시낭송가 권정아, 하인숙의 시낭송이, 2부 음악회에서는 이음 피아노 트리오 피아노 연주와 차이코프스키 국립음악원 출신의 바리톤 김태형의 '청산에 살리라, '투우사의 노래', 테너, 김남표, 소프라노 김혜원의 '넬라 판타지오', '칸초네 메들리' 등 수준 높은 한국 가곡과 아리아가 이어졌다.

수진 주지스님은 사실 인터뷰 승낙이 쉽지 않은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어려운 아이들을 거두어 돌보는 스님으로 알려져 있지만 언론에 보도가 되면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에게 혹여 상처가 될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기자도 아이들을 키우는 한 엄마로써 동의하고 사찰음식 전문가이며, 시인이기도 한 스님의 이야기로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 편집자 주

 

Q. 스님이 되신 까닭이랄까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싶다?

 

(수진 스님) 다른 이유는 없었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여자라는 이유로 가르치지 않았던 그 시절의 반항아였습니다. 부모님의 허락도 없이 무작정 절로 들어갔어요. (여자가 스님이 되었다고 하면 무슨 사연이 있나 궁금하겠지만)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게 꿈이었던 사춘기 소녀일 뿐이었습니다.(웃음)

어린 나이에 개심사로 들어 간 후 이곳 수도사로 보내지게 되어 큰스님을 만나게 되었죠, 이후 서울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그토록 간절히 소망하던 공부였기에 참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 2018년 가을 광화문에서 열린 ‘한국 음식페스티벌’에 참가해 서울시장상을 수상한 수진스님

 

Q. 사찰음식전문가가 되신 계기는?

 

(수진 스님) 살면서 부딪히고 만나지는 우연이 모든 것의 시작인가 봅니다. 서울에서 공부를 하던 중에 우연히 궁중음식을 하는 스님들과 가까이 지내게 됐습니다. 우연히 시작된 사찰음식이랄까, 돌아보면 특별히 배운다는 것보다는 엄마 손맛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딸처럼 일상의 생활이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또 지금의 수도사 노스님 역시 사찰음식에 조혜가 깊으신 분이셔서 많이 배우게 된 것도 행운이었던 같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음식솜씨가 소문이 나면서 방송국에서 촬영이 들어오고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서 덜컥 겁이 나더라 구요. 그래서 대한조계종 사찰음식 1기로 입학을 해 체계적인 사찰음식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웃음)

이렇게 사찰음식 조리사 과정을 마쳤고, 너무 부족한 솜씨를 주변에서 잘한다고 계속 칭찬을 해주니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Q. 다도(茶道)로도 무척 유명하신데...?

 

(수진 스님) 1970년경 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였습니다, 서울에서 전통차에 대한 특강을 듣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차 문화가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였죠. 그 후 무언가 우리 정서에 맞는 차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러던 차에 서울교대에서 꽃차 강의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주저 없이 등록하고 일주일에 2번씩 올라 다니며 초급, 중급, 고급과정을 모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꽃이 차가 되고, 풀도 차가 된다. 얼마나 신기한가요. 열심히 하다보니 2015년 전국 ‘차맛’ 경연대회에서 전국 1등을 수상했고, 2018년 가을 광화문에서 열린 ‘한국 음식페스티벌’에 참가해 서울시장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한국한방꽃차 전시회 출품작

 

Q. 시 쓰는 스님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수진 스님) 어렸을 적 고은 시인과의 인연으로 시를 좋아하게 됐어요. 어느 날 함께 공부한 친구들과 설악산에 갔을 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이었지만 ‘민중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스님이라는 직분 때문이랄까 그토록 쓰고 싶었던 민중시는 쓰지 못했습니다. 글 쓰는걸 좋아해 노트에 써놓은 시가 많지만, 등단은 생각도 못하고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중 출판사에 관계되시는 분이 절을 방문해 사찰음식 관련 책을 내게 되었는데, 음식 시식 코너와 글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받고 시를 쓴 것이 등단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연은 그렇게 돌고 돌아서 다시 찾아오나 봅니다.

 

Q. 시를 쓰고 있으면 어떤 마음인가...?

 

(수진 스님) 글을 쓰고 있으면 자연과 동화되어 하나의 들꽃이 된 듯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찾아오시는 분들이 저에 대한 시를 써서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어찌 보면 글을 쓰는 분들에게 내 자신이 하나의 자연으로 시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아 정말 행복합니다.”(웃음)

수진 스님은 현재 서산여성문학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작년에 서산지역에서 문학 활동을 하는 시인 6인이 모여 첫 동인지를 발간했다. 수진 스님은 빠르면 금년, 아니면 내년 초쯤 나의 첫 시집이 나올 것 같다고 귀뜸해 줬다.

 

Q. 출가 이후 혹시 후회되는 일이나 기억하고 싶은 사연이 있는지...?

 

(수진 스님) “어린 나이에 부처에게 귀의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나이 30이 되어 돌아보니 아무것도 한 일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홍성교도소를 찾아가 교도소에 수감된 무기수를 위한 ‘무주상보시’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사형수를 하려 했는데, 그 당시 홍성교도소에 사형수가 없어서 무기수를 대상으로 15년 동안 교화 활동을 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주일에 한번 씩 찾아가 그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과 이야기를 듣고 원하는 것들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때는 시내버스에 서산-홍선간 일반버스를 갈아타고 다니자니 힘든 적도 많았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했습니다.

그렇게 15년이 되던 해 건강이 좋지 않아 보시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뒤로 무기수였던 한 분이 모범수로 석방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한통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많이 고마웠다”는 내용이었죠. 사연을 다 말할 순 없지만 새 삶이 행복하기를 기도드립니다.

반면 지금 생각해도 후회 되는 일도 있답니다. 홍성교도소를 다니면서 알게 된 젊은 여자 수감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 수감자에게 3명의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고 그 아이들을 보살피려 했으나 그 때, 아이들을 거두지 못한 게 지금도 후회가 됩니다.

지금은 홍성교도소 서산지소에 2달에 한번 씩 교화를 다니고 있다고 말하는 수진 스님 눈가에 촉촉한 이슬이 맺혔다.

 

▲ 수진 스임이 제1회 수도사 산사음악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수진 스님) 부처님오신날 행사가 끝나면 일반인들에게 다도(차) 강의를 할 계획입니다. 그냥 취미로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번 씩 강의를 할 계획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취미생활을 원하시는 분들께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희망이 있다면 무어냐고 묻는 기자에게 “지금 이대로”라며 활짝 웃는 수진 스님. 인터뷰를 마치며 “모든 게 우연이었습니다. 살면서 부딪히고 만나지는 우연이 모든 것들의 시작이었다”고 말하는 스님의 미소가 봄 햇살처럼 따스하게 빛났다.

 

▲ 제1회 수도사 산사음악회

김영선  noblesse05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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