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웅 편집국장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서 계약직 노동자로 일하던 김용균 씨가 새벽 3시께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하기 전 김용균 씨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피케팅을 했지만, 본인이 해결하고자 했던 바로 그 비정규직의 처우조건 때문에 아까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개인의 문제인가 사회구조의 문제인가?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가 지금처럼 방치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면, 김용균 씨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모든 일은 우연인 것 같이 보이지만 필연이라는 원리가 작동한다. 우연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비정규직 비율 세계 최악의 나라가 한국이다. 정부 공식 통계로도 취업인구의 33%가 비정규직이다. 실제 비율은 60%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 각국의 비정규직 비율이 10%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노동자들은 지옥에 사는 셈이다. 노동유연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왠지 초라해 보인다.

열악한 고용환경. 계약직, 일용직, 임시직, 파견 및 파트타이머로 불리는 비정규직은 지금도 영락없는 파리 목숨 신세다. 계약기간만 끝나면 해고요, 재직중에도 급여나 복리 혜택이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 노동자들에게는 천형(天刑)이나 다름없는 이런 비정규직은 또 하나의 계급사회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사농공상에 천민, 백정의 수레바퀴가 지금도 작동하고 있는 사회다. 단지 그 작동 기저가 돈이라는 것뿐. 돈이 돈을 낳고, 빈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우리 서산지역의 비정규직은 약 3만 명. 전체 취업자의 33%가 넘는다. 대도시가 아닌 도농복합도시인 서산지역이 이토록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이유는 대산 석유화학단지 대기업과 지곡, 성연으로 이어지는 자동차 벨트 산업이 낳은 구조다. 그만큼 우리 지역의 고용불안은 일상화 되어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자본이 주인이며 다단계 하청으로 이뤄진 노동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생명 존중은 경시되고 산업재해로 죽어간 비정규직 노동자가 매년 줄지 않는다. 여기에는 정규직이 목표였던 젊은 노동자 김용균도 있다.

서산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센터장 신현웅)가 지난 3월 26일 문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사실 서산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권리를 높이기 위해서 2017년 6월부터 아산과 당진에 이어서 충남에서 3번째로 직영을 해왔다. 하지만 이름뿐 그동안 유명무실한 상태로 운영되어 왔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인식도 부족했다. 이에 서산시는 좀 더 전문적인 단체에게 위탁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조례개정을 통해 선정심의회를 거쳐 민주노총 서산시위원회가 위탁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센터 개소와 함께 그동안 숨죽여 왔던, 홀로 외롭게 싸워왔던 근로 계약이나 임금 체불 등 노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상담이 밀려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불법 행태의 고용문제들도 들러날 전망이다.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는 근로계약, 최저임금 위반, 임금 체불 등에 대하여 무료 노동법률상담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또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노동법과 노동인권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아르바이트 고용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다룰 전망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다. 법 이전에 노동은 인간적 삶의 문제다. 가장이 자신의 노동만으로도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다면, 그 사회는 절망의 사회다.

서산이 절망사회가 아니라면,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서산시비정규지원센터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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