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해년 볍씨 파종을 하며 ‘쌀’을 생각하다

이현우l승인2019.04.11l수정2019.04.1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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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우 서산농부들

4월은 농사의 시작의 달이라 할 수 있다.

볍씨를 파종하고 일 년의 농사를 계획한다. 쌀 미(米) 자를 파자하면 팔(八)+십(十)+팔(八)자로 이뤄져 있다. 88번의 손길을 거쳐야 비로소 한 알의 쌀이 완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쌀은 소금과 함께 인류 생명의 원천이었다. 조사에 의하면 미(米) 자가 들어간 한자어는 모두 249개. 벼 화(禾)가 들어간 한자는 284개. 곡식 곡(穀)에도 화(禾) 자가 들어간다. 보리·팥·조·수수·콩·기장 등 수많은 곡식 가운데 으뜸은 역시 쌀이란 의미다.

시간의 가장 작은 단위인 초(秒)에도 계절의 변화를 일러주는 계절 계(季)에도 화(禾)가 들어 있다. 속담에도 쌀 이야기는 빈발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쌀독에서 인심난다.”

호서대 정혜경 교수에 따르면 1998년 충북 청원군 소로리 구석기 유적지에서 오래된 볍씨가 발견되었는데 놀라운 사실은 이 볍씨가 세계 최초의 볍씨로 판명났다고 한다. 소로리 유적은 한국토지공사에서 조성한 ‘오창과학산업단지’내에 있다.

2차 학술조사(2001)에서는 고대벼와 유사벼로 밝혀진 볍씨가 집중 출토되는 원지점(in situ)을 확인했고, 그 지점에서 많은 볍씨들이 출토돼 볍씨가 외부로부터 흘러왔을 것이라는 일부의 의문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1•2차조사를 통하여 59톨의 소로리 볍씨를 찾았고, 작물학•유전학•고고학•지질학•식물학 등 여러 학문분야와의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그 연구결과는 ‘제1회 소로리 볍씨 국제학술회의’(2002.12.)를 개최해 종합적인 발표를 하였다.

이 회의에 참가한 여러 전문학자들은 그때까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졌던 중국 양자강 유역의 옥섬암 유적 출토 볍씨(약 1만1천년 전)보다 소로리 볍씨가 2~3천년 앞서는 세계 최고의 재배벼로 인정하였으며, 소로리 유적의 보존 필요성 및 공동조사•발굴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소로리 볍씨가 갖는 중요한 인류사적•식물학적 의미는 전 세계 수십억 인구의 주식인 벼의 기원이 구석기시대에까지 이르고 있으며, 아열대에서만이 아니고 아한대에 가까운 한국의 소로리도 기원지의 하나임을 밝힌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밥이 천대받기 시작한다. 쌀밥은 ‘탄수화물 덩어리’. 그걸 많이 먹으면 각종 성인병에 걸릴 염려가 있다고 믿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로 쌀이 만성질환의 주범일까?

우리의 식단을 보면 왜곡된 정보에 불과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우선 삼시세끼 밥만 먹는 사람은 없다. 반찬과 국, 찌개 등과 함께 먹는다. 밥은 사람에게 균형 잡힌 식사를 하게 만든다. 2015년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관계당국에서 ‘쌀 소비량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쌀 소비가 식단의 질을 높이고 비만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쌀은 밀에 비해 단백질의 함량이 낮고 글루텐이 없어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낮은 식품이다. 쌀은 상대적으로 적은 단백질 양에도 불구하고 높은 아미노산가와 소화흡수율로 체내 이용률이 높다. 이 외에도 쌀의 식이섬유 성분은 장내 유해물질을 배출해주며 체내 해독작용에 도움을 준다.

한국인은 오랫동안 ‘밥심’으로 살아왔다. 한국인의 DNA에는 조상 대대로부터 새겨진 쌀에 대한 기억이 있다. 산모는 아이를 낳자마자 미역국에 쌀밥을 먹었다. 우리 몸이 그럴진데 서양의 밀로 만든 빵이 주식을 대신할 수 있을까. 우리의 건강을 대신할 수 있을까?

만성질환의 실제 주범은 쌀이 아닌 밀가루였다. 올 한해 볍씨 파종을 하면서 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본다.


이현우  서산농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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