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갯벌 복원 차원의 역간척은 아닌 듯...궁금증 증폭”

【뉴스 초점】 부남호 역간척 어떻게 볼 것인가?

 

▲ 양승조 충남지사가 3월 31일 서산B지구 부남호 방조제에 있는 태안군 관광안내소를 방문해 부남호 현황을 듣고 있다.

 

양승조 지사는 3월 31일 맹정호 서산시장, 가세로 태안군수 등과 함께 부남호를 방문해 “막혀있는 부남호 방조제를 바닷물과 민물이 드나드는 방조제로 바꿔 갯벌이 드러난 기수역을 복원하고, 해양 생태도시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양 지사는 이를 위해 “5월까지 부남호 역간척 기본계획 용역에 착수하고, 천수만살리기협의회도 개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도는 부남호 역간척에 따라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천수만 해역에 대한 어업 보상 협의와 여론 수렴을 위해 어민과 관리청, 전문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천수만 해양살리기 협의체’도 구성할 예정이다.

부남호 역간척이 민선 7기 주요 공약이기도 한 양 지사는 지난해 8월 정부의 ‘지역과 함께하는 혁신성장회의’에서 “가난하던 시절 식량 증산을 위해 갯벌을 마구 막았다. 그러나 둑으로 막혀 고인 물은 많은 환경 비용을 유발하고 있으며, 민간투자 의지도 가로막고 있다. 부남호는 여러 역간척 후보지 가운데 장애 요인이 가장 적다. 이곳에서 역간척을 시행해 새로운 해양생태 도시 시범 모델로 삼고, 성과를 검증해 서해안 전역으로 확대하면 좋을 것”이라며 부남호 역간척을 공식 제안했다.

충남도의 부남호 역간척 계획은 △갯벌이 드러나 기수역이 조성될 수 있도록 방조제 구조 변경 △해수유통구 확장 및 통선문 설치 △부남호 하류·천수만 상류 오염 퇴적토 준설 △부남호 상류 생태하천 조성 △하천 유입 생활하수 처리 방안 마련을 통한 생태환경 회복 △복원된 해양생태환경을 기반으로 한 해양신도시 육성 등이 뼈대다.

 

부남호 “‘역간척’인가 ‘추가 간척’인가?”

2007년처럼 특정기업 특혜 시비는 없나?

 

부남호는 현대건설이 지난 1980년 5월 착공해 1995년 8월 완공한 서산 AB지구 간척사업중 B지구에 해당한다.

개발시대 대표적인 간척 성공사례였던 서산 AB지구는 완공된 지 20년이 넘으면서 수질이 5~6등급으로 떨어져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것조차 부적합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1,456ha가 가뭄과 염해 피해를 입어 복구비로 3억 2천만 원이 투입되는 등 해마다 염해와 가뭄이 반복되면서 농지로서의 기능이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이를 두고 지역주민들은 현대 측에서 중간보 일부를 뚫어 해수를 유통시킨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B지구는 태안기업도시 및 서산바이오웰빙특구 등 간척농지 3,616ha 가운데 2,121ha를 산업용지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다.

김윤섭 도 해양환경팀장은 “부남호에는 현대건설 등이 태안 기업도시, 서산 웰빙 특구를 조성하고 있으나 수질과 선박 접근성 문제 때문에 국내외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부남호를 역간척해 생태가 복원되고 선박 접안시설을 갖추면 충남 서해의 혁신 성장을 이끌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의 발언중 주목되는 부분은 선박 접근성(배가 드나들 수 있는 통선문)과 선박 접안시설에 대한 부분으로 태안기업도시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부남호 역간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업도시 내에 국제적인 골프장과 관광산업 투자를 위해서는 바닷물이 들어오고 레저선박이 접안해야 한다는 중국 투자자들의 이야기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결국 이는 일부 주민들이 생각하는 갯벌복원의 역간척이 아니라 재간척이라는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 부남호 하구복원 추진 계획도

 

여기에 3월 7일 가세로 태안군수는 충남도청에서 열린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기본계획 최종보고회’에서 ‘부남호 역간척’과 연계해서 천수만과 가로림만을 연결하는 ‘굴포운하 복원 및 공원조성’을 주장했다.

가 군수는 부남호 인근 태안기업도시 등에 마리나항(해안산책길, 상점, 식당가, 숙박시설 등을 갖춘 항구)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해양생태도시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가 군수는 역간척 사업의 법적근거 마련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간척농지 용도변경을 위한 농업진흥구역 해제, 기업도시 및 웰빙특구 변경계획 승인 등을 진행해 줄 것을 건의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부남호는 유일하게 관리책임이 민간인 현대건설이고 간척농지의 66%가 현대건설 소유로 돼 있어 부남호 역간척이 특정기업을 위한 특혜 사업이라는 시비도 우려된다.

실제 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10월 24일 태안기업도시 기공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는 사업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국가균형발전과 특정 기업이 주도하는 ‘기업도시 정책’ 사이에서 고심했던 노 대통령은 “기업이 여기에 와서 돈을 얼마나 벌지 모르지만 그 기업이 안 왔을 때는 이 지역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을 지금 이룰 수 있게 됐다. 기업이 잘 돼야 그 돈이 돌고 돌아서 일자리가 생기고 우리 국민들 함께 참여해서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각종 요트들이 드나드는 마리나항과 골프장 등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농업진흥구역 해제로 농지는 사라지며 첨단 자동차 생산공장이 들어서는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갯벌이 살아나고 수질개선과 생태복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부남호 역간척의 비전.

일부 주민들은 “실제 배가 드나들려면 부남호 하류·천수만 상류 준설이 필요하고, 방조제에는 통선문이 만들어져야 하는 등 대단위 토목건설사업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바닷물이 유통되어 갯벌이 되살아나고 자연생태계가 복원되는 말 그대로의 역간척이 아닌 기업도시와 산업단지 개발을 위한 ‘추가 간척’이 더 정확한 말은 아닌지...” 충남도의 구체적인 계획안에 대해 궁금증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영수(민주‧서산2) 의원이 3월 28일 오후 진행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충남도가 추진 중인 부남호 역간척 사업과 관련해 홍보비 5000만 원을 추경에 세운 것에 대해 “부남호 역간척 사업은 아직 주민 이해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누구보다 역간척을 중요시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부남호 역간척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홍보를 해도 늦지 않다”고 삭감을 주장했다.

한편, 충남도는 올해 예산에 기본계획용역비 3억 원을 확보해 3월부터 부남호 역간척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가는 등 부남호 역간척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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