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먹거리 정의'로 바라 본 푸드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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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먹거리 정의'로 바라 본 푸드뱅크
  • 박두웅
  • 승인 2019.04.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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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두웅 편집국장

푸드뱅크는 1967년 미국에서 민간에 의해서 처음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IMF 이후 급격한 실업률의 증가와 이로 인해 파생된 사회문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정부 주도로 1998년 도입됐다.

시행 초기에는 복지적인 성격보다는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으로 인식되어 대상자에게 낙인감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더구나 대상자 개개인보다는 사회복지시설에 물품을 배분하고, 공급자 중심에서 일률적으로 배분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먹거리 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가둬두려는 우리들의 인식도 문제다. ‘각자 알아서 먹고 살자’는 이기적이고 야박한 논리가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있다.

그동안 푸드뱅크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결식은 아니지만 먹거리의 절대량이 부족해 항상 배고픔을 느끼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10%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먹거리 안전’은 더 큰 문제다. 무엇보다 저소득 빈곤층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먹거리의 안전도와 영양수준은 매우 취약하다. 취약계층 지원물품 대부분, 신뢰도가 낮은 수입 식재료나 냉동식품,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인 게 현실이다.

실제 기부 식품 대다수가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신선 식재료가 아니라 가공식품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신선식품의 경우 유통문제와 가격대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푸드뱅크 기부자 중에는 기부의 선의 보다는 각종 세제 혜택이라는 실익을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비로소 먹거리 양극화와 이에 따른 영양, 건강 불평등 문제를 ‘먹거리 정의(Food Justice)’의 문제로 접근하는 추세다. 이른바 먹거리 대안운동 진영에서는 “현재의 먹거리 체계가 지불능력이 있는 소수의 계층만이 선택 가능하고 접근할 수 있는 ‘부정의(Injustice)’한 상태”로 규정한다.

유엔은 2008년 모든 사람은 먹거리 권리(Right to Food)를 가진다는 선언을 해 국가가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각 국가는 소속 공동체의 문화적 전통에 부합하는 양적‧질적으로 적절하고 충분한 먹거리에 대해 직접적이거나 금전적 구매수단을 통해 정기적이며, 영구적이고, 무제한적으로 접근성을 가질 권리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물리적이고 심리적이며, 개인적‧집단적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 두려움 없는 삶을 보장한다는 의미다.

안전한 먹거리의 전달체계 역시 이윤과 수익보다는 공익을 우선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구축해야 한다. 빈곤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보편적인 식량지원 프로그램, 사회복지시설을 비롯한 소외계층에 대한 공공조달 등 사회복지와 먹거리 기본권을 연계하는 사회경제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먹거리의 문제는 ‘차가운’ 시장경제가 아닌 ‘따뜻한’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선 먹거리 보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성숙시켜야 한다. 먹거리의 양적 충족을 보장이라 주장하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인식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먹거리 위기를 인식하는 데 생산자와 소비자, 절대 빈곤계층과 상대적 부유층, 시장주의자와 생태주의자 사이의 큰 간극을 좁혀야 한다.

무엇보다 먹거리 위기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해당된다는 사실을 사회구성원 모두 공감하고 공유해야 한다. 먹거리는 생산자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먹거리 공급연계(food supply chains)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과 관련된 문제다. 먹거리 문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적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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