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달개비 회의실에서 개최된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태스크포스(TF) 제1차 자문회의’

 

“한국, 석탄발전 회사에 돈 가장 많이 주는 나라”

“저렴하다는 건 착각... 2024년부터는 돌릴수록 손해”

 

충남도는 19일 서울 달개비 회의실에서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태스크포스(TF) 제1차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자문회의에서 한국 석탄 화력발전이 ‘좌초자산’으로 인한 손실액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된 가운데 그 주된 원인이 세계에서 발전 회사에 가장 큰 수익을 보장하는 왜곡된 전력시장 구조 때문으로 지적됐다. 화력발전 사업자의 과투자로 인한 손해를 소비자가 떠안는 구조로 석탄 화력발전소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영국의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의 매튜 그레이 씨는 ‘저렴한 석탄, 위험한 착각: 한국 전력 시장의 재무적 위험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석탄화력발전 설비 용량의 95%를 차지하는 34개국 가운데 ‘좌초자산’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좌초자산이란 자산 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말한다.

보고서는 현재의 대기오염 및 탄소 가격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현상유지 시나리오’와 파리기후협정 목표에 맞춰 2040년까지 한국의 모든 석탄 화력발전이 중단되는 '2도 미만 시나리오'를 설정해, 두 시나리오를 비교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2도 미만 시나리오’ 적용 시 분석 대상 34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1060억 달러(약 12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좌초자산 위험이 가장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튜 그레이 씨는 “이는 한국이 석탄 발전 회사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돈을 주지 않고 정상적인 시장 가격에 맡긴다면 석탄화력 발전소 상당수가 자연 도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화력발전소의 절반(30기)이 밀집돼 있는 충남을 예로 들며 “2024년부터는 재생에너지와 비교할 때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차 살 때 차 값은 안 보고 기름 값만 보는 격”

 

기후숄루션의 부대표인 이소영 변호사는 “차를 선택할 때 차값은 안 보고 기름 값만 보고 차를 사는 잘못된 전력시장 구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총괄 원가 보상제’, ‘용량 정산금’ 등을 통해 발전회사에게 발전소를 짓는 비용은 물론 유지비, 인건비 등 전력 생산 비용 등을 모두 보상해 큰 수익을 안겨준다”며 “결국 사업자의 투자 리스크와 설비 과투자로 인한 손해를 소비자가 떠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화력발전은 저렴하다는 인식은 진실이 아니다”며 “재생에너지보다 가격 측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2024년부터는 발전소를 돌릴수록 손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튜 그레이 씨도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 보고서를 인용 “한국의 경우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과 기존 석탄발전소의 수명 연장은 경제성 측면에서도 중단돼야 한다”며 “관련 신규 투자 중단, 폐쇄 계획 수립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충남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TF’ 나소열 단장(충남도 문화체육부지사)은 “정부와 국회에 ‘총괄 원가 보상제’ 폐지와 가동한 지 35년 이상 지난 보령 1·2호기 조기 폐쇄 등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닉 메타 주한영국 대사관 부대사와 파트릭 헤베르 캐나다 대사관 참사관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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