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패혈증에 의한 후유증으로 손가락 모두를 절단하는 고통을 받고 있는 임 모 씨.

 

마을 길 안전사고 ‘무방비’...“안전도시 갈길 멀어”

무면허란 이유로 고령에 따른 후유증 치료도 보헙급여 거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끊기고, 대부분 연로한 노인들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우리 농촌 현실. 유휴농지 증가와 농사 포기, 공가 증가, 학교 폐교 등 마을이 소멸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진행되면서 인구감소에 따른 행정서비스 축소가 벌어지고 있다.

세월호 이후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마다 ‘안전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지만 농촌마을에는 별 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쇠락의 길로 접어 든 농촌마을에는 종종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해 5월 지곡면 임 모 씨는 마을길에서 소형오토바이(50cc이하)를 타고 가다 마주 오던 차량을 피하면서 도로가에 세운 전봇대와 추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는 병원에서 경추골절과 지주막하 출혈진단을 받았고,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패혈증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손가락 모두를 절단하는 고통을 받고 있다. 젊은이였으면 거뜬히 회복할 수 있던 교통사고가 지병인 전립선비대증과 연로한 탓으로 인해 패혈증으로 전개된 것이다.

그러나 시골의 작은 농사로 삶을 영위해 가던 임 씨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날벼락이 떨어졌다. 건강의료보험공단 측이 임 씨를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의 사유로 보험급여를 부당이득금으로 결정 환수를 고지한 것이다. 53조 1항의 보험급여의 제한으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한다. 즉 보험공단 측은 임 씨의 소형오토바이 운전을 ‘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로 규정한 탓이다.

결국 7~8천만 원에 해당하는 치료비는 물론 후유증으로 인한 모든 비용을 고스란히 임 씨가 부담하게 됐다.

 

시 행정 “마을길은 지자체 관리 대상 아니다”

건강보험공단 “무면허는 범죄행위로 급여대상 아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사고와 관련 간접적 가해 차량은 찾을 길 없다. 또한 건강보험공단의 ‘무면허는 범죄행위로 급여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과 사고의 원인이 된 전봇대와 관련 ‘마을길은 지자체 관리대상이 아니다’라는 시 행정의 입장은 일맥상통한다. 모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 시골 마을길마다 안전사고 위험성은 도처에 깔려 있다. 눈비내리는 밤이면 가로등 하나 없는 마을길은 아차하는 순간 논두렁에 처박히기 일쑤다. 최소한 버스가 들어오는 마을길 주도로만이라도 커브길 안내, 형광 반사스티커 등 안전시설이 필요함에도 마을길은 지자체 관리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 시는 민원에 의해 마을길 도로포장을 해준 것일 뿐, 임 씨가 추돌한 도로 위에 전봇대가 위치한 것에 대해 지자체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마을 사람들의 민원해결 차원에서 아스팔트를 깔아주었지만 도로내의 전봇대를 도로 밖으로 이전설치 할 의무는 없으며, 급커브 길에 안전표시판이나 과속방지턱을 설치할 의무도 없다는 입장이다. 사고 후 전봇대는 제거됐다.

 

의료보험 급여제한 지나친 확대해석 소지

마을길 시설안전에 대한 행정책임 강화해야

 

이번 사건에 주목되는 점은 의료보험 급여제한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 적용되고 있고, 국민건강보험의 도입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점이다. 즉, 사고의 원인이 무면허로 인한 과실 사고가 아니라 마을길 도로의 안전시설 미비로 인한 외적요소와 결합된 법률부지에 의한 사고로 볼 수 있음에도 오직 ‘무면허 범죄행위’로 해석하여 급여제한을 하고 있다.

이는 협소한 폭의 마을길의 S자 커브에서 직진하는 불상의 차를 피하려다 포장도로 내에 있는 전봇대와 추돌하면서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면허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다. 결국 이 사고는 무면허가 아닌 안전을 무시한 도로 제반요건과 운전자가 살기위한 조건반사적 행위로 야기된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이에 대하여 의료보험을 적용치 않는 것은 급여제한을 지나치게 확대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임 씨는 교통사고로 인한 경축골절로 입원하였으나 전립선비대증과 88세의 고령의 나이로 인하여 입원 중 간수치가 급증하는 등 세균감염 증으로 정형외과에서 감염내과로 이관되어 내과적 치료를 하게 됐다. 사고로 인한 정형외과적 치료는 초기 MRI 촬영와 외상치료가 전부였고, 이후 패혈증으로 인한 내과적 재활적 치료가 주된 치료행위였다. 결국 내과적 치료는 교통사고가 주된 원인이 아니라 고령의 연세와 지병으로 인한 질병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의 도입 취지를 보면 ‘국민의 질병 부상에 대한 예방, 진단, 치료, 재활과 관련하여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의료보험공단의 주장대로 직접적 교통사고에 의한 외상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고령과 지병으로 인하여 발생된 패혈증과 그로 인한 부가적 치료까지 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건강 보험의 목적에 위배되는 결정으로 볼 수 있다.

마을길 안전에 대한 행정책임의 범위에 대한 규정도 재해석되어야 한다. 마을길도 시민이 사용하는 도로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입장에서 시설안전에 대한 책임이 면해지는 그런 7~80년대 사고방식으로는 ‘안전 대한민국’은 도달할 수 없는 목표다.

무엇보다 이제는 안전에 대한 행정의 책임의 범위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해석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시 행정은 마을길의 안전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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