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서류 아버지 김현태 교사

최미향 기자l승인2019.03.20l수정2019.03.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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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서류 아버지 김현태 교사

 

개구리는 자연생태계 허리 역할, 마지막 기록자가 되지 않기를...

 

# 프롤로그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에 드는 도반을 만난다는 것은 큰 기쁨인 동시에 설렘을 안겨준다. 잠시 짬을 내어 자연의 소리와 함께 양서류의 아버지 김현태 교사(중앙고등학교)가 걸어온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었다. 필자는 듣는 내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연을 돌아보며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다. 그에게 물었다. “그냥 편하게 살아도 되는데 왜 굳이 양서류를 조사하고, 구호활동을 하느냐?”고. 그는 이런 말을 했다.

“흔히 ‘끓는 물속의 개구리’라는 말을 합니다. 저희는 지금 주변의 개구리들이 죽어가는 것에 대해 ‘아직은 피부에 와 닿지 않으니까.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니까’라며 그냥 지나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큰 문제에 직면했을 때 ‘아 그랬었구나!’ 하고 땅을 치며 후회할 거예요. 그럼 안되잖아요.”

 

# 혹여 마지막 기록자가 될까 두려운 김 교사

 

“최근 1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예요. 양서류(개구리, 도롱뇽 등)의 개체수가 이렇게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걸 기록하고 있어요. 아마 제가 ‘마지막을 기록하고 있는 기록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는 두 팔을 천정으로 들어 올려 수직으로 떨어뜨린다. 그날따라 창밖에는 비가 내렸고 떨리는 우리의 목소리는 창 밖 너머로 무겁게 잠겨 들었다.

 

# 서산 아이들이니까 자연을 더 접하고 사는 줄 알았는데...

 

“봉지 안에 든 것만이 먹을 것으로 착각하는 지금의 대한민국 청소년, 이 모습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제 주변의 학생들만 봐도 생물과 접해보지 않은 아이들이 의외로 많아요. 몇 해 전 수학여행으로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 삼방산에 오른 일이 있습니다. 덩치가 산만한 녀석들이 잠자리와 나방을 보고선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가는 겁니다. 이뿐만이 아니에요.”

그는 상기된 얼굴로 서울 근교 양서류서식지에서 전국 학생동아리 모임이 있던 날 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서울학생들은 밤에 논 속으로 들어가 개구리를 관찰하는데 제가 데리고 간 서산학생들은 하루살이를 보곤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때 주변에 계신 서울선생님들이 양봉할 때 쓰는 망을 우리 아이들에게 씌워주었습니다. 얼마나 창피하던지 고개를 들 수 없었죠. 그때 한 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서산 아이들이니까 자연을 더 접하고 사는 줄 알았는데... 부모님들이 참여기회를 주지 않았나 봅니다. 의외예요.’ 가만히 보면 오히려 자연과 격리된 도시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의도적으로 체험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 준 결과인거 같습니다.”

 

# 암모니아를 뿌려 잡은 개구리로 ‘개구리 즙’을 수출하는 대한민국

 

“산개구리(식용) 개체수는 아예 씨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가장 큰 이유가 있어요. 개념 없는 사람들이 계곡에다 암모니아를 뿌려 개구리를 잡아요. 그걸 가져다 즙을 내려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몇 마리 먹는다고 해서 줄어들겠습니까. 아녜요. 또 어떤 사람은 개구리 양식업으로 허가를 받고는 ‘돈이 많이 드니까. 잘 되지 않으니까’라는 이유로 외부에서 개구리를 잡아다 양식한 것처럼 즙으로 팔아요. 참으로 어이없는 현실이 바로 대한민국 현주소입니다. 그런데도 환경부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하고 있지 않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심히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 개구리는 생태계에서 허리역할을 한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말아 달라

 

“개구리가 많이 사는 습지가 대부분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지요. 이렇다 보면 생태계에서 허리역할을 하는 개구리가 사라지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많은 벌레들을 잡아 줬고, 뱀이나 새의 먹이가 되어줬던 중추의 개구리들 아니겠습니까. 제발 심각성을 알아주시고 천혜의 자원을 가진 서산을 지켜주십시오.”

새가 많아서 서산에 왔고, 새를 모태로 서산의 자연을 보았던 김현태 교사. 양서류, 민물조개류, 가재류 등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서산이 좋아 지금까지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끝까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것은 곧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귀중한 가치들입니다. 그런데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사라지고 있어요. 자연은 생명을 품고 생명은 인간을 살게 합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어요. 이 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고 함께 보듬으며 보호하는데 앞장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양서류 아버지 김현태 교사는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상기된 얼굴로 ‘바로 눈앞의 이익이나 편리를 위해 서산이 품어야 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 10년 만에 나타난 황새가 서산에서 발견되다

 

온양에서 태어난 그는 학창시절 몸이 좋지 않아 학교를 휴학했고, 혼자 있는 아들이 외로워보였는지 부모님이 십자매 한 쌍을 사오셨다. 십자매는 김 교사에게 정서적으로 아주 많은 도움이 되어 주었다. 덕분에 그는 학교로 복귀할 수 있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사범대학 생물학과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그 후 TV에서 서산에 철새들이 많이 온다는 방송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팀들과 합류하여 서산간척지에서 황새 다섯 마리를 발견하는 가슴 벅찬 일도 겪었다. 그것이 9시 메인 뉴스에서 ‘10년 만에 나타난 서산의 황새’라는 이름으로 특종보도 되었고, 덤으로 서산간척지도 그때부터 유명세를 탔다.

 

▲ 학생들과 함께 하는 동아리 활동

 

# 터전을 서산으로 옮긴 김현태 교사, 본격적인 자연지기의 길로 들어서다

 

서산의 자연을 사랑하게 된 김현태 교사. 그는 그토록 사모하던 서산으로 발을 들여놓았고 지금까지 학생들과 함께 꿋꿋하게 자연지기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서산으로 와서 했던 것이 서·태안의 환경운동연합에 가입하여 철새를 보호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우리 서산의 새들을 인터넷을 이용하여 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했죠. 그사이 서산간척지가 개발로 몸살을 앓았고 저는 마지막까지 혈혈단신 반대를 외쳤지만, 그 당시 찬성했던 추진위원회 대부분이 학부모였다는 사실에 참 난감함을 느끼며 물러서야 했습니다. 분위기는 살벌했어요. 환경부가 천수만 일대를 생태 자연도 1등급 권역으로 지정하려는 계획을 세우자 개발 계획이 무산될 것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이 철새 서식지 일부를 불태우는 등 반발하기도 했던 때였으니까요. 그러면서 제 마음이 물러서지대요. 사실 충격을 먹으니까 새들 보는 것도 회의가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순간에 우울증이 왔어요.”

 

▲ 김해 봉하 경남 양서류 네트워크 생태교육 현장

 

# 개구리를 정확히 구별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그는 산으로 갔다. “사람들 부딪치지 않는 곳으로 가니 신기한 게 있더라”며 양손으로 단단히 깍지를 끼고 신기한 눈빛을 보냈다. “물새와는 달리 산새가 지저귀는데 그놈들이 제 눈에 보이지 않는 거예요. 자꾸 나무 뒤로 숨다보니 술래인 저만 샘이 나잖아요(웃음). 그런 상황에서 나무 뒤를 돌아 나가는데 개구리 한 마리가 저 쪽으로 막 뛰어가더군요. 그때가 2006년이었습니다. 새 사진을 찍어 올리던 것처럼 개구리 사진을 찍어 평상시처럼 인터넷에 올렸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아무도 어떤 개구리인지 대꾸를 해주지 않는 겁니다. 당시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학자들이 몇 분은 계셨지만 정확히 구별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던거죠. 대한민국에 개구리와 도롱뇽 다 합쳐봐야 기껏 18종인데 말예요. 그것도 개구리 13종, 도롱뇽 5종. ‘금방 끝나겠지 뭐’라고 생각하며 연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 지표 종으로 양서류를 보고 있다

 

“비록 양서류는 18종이지만 한 종을 찍더라도 찍을게 굉장히 많을뿐더러 기록해야 되는 것도 다양합니다. 알로도 구별해야 되지만 46단계를 거치는 유생은 전문적으로 접근해야 되더라구요. 무엇보다 성채는 너무 비슷해서 구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구요. 제가 앞장 서 총대를 메기 시작했습니다(웃음). 2009년을 지나면서 18종에 대한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과정에서 국제연합조직(IPCC)에서 ‘전 세계 기후가 온난화 현상으로 빠르게 변해 가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양서류가 다른 생물군보다 멸종속도가 엄청 빠르다’는 보고서를 읽게 되었습니다. 큰 충격이었죠.

양서류는 물에서도 살고 땅에서도 살다 보니 어디 한군데 환경이 파괴되면 생활사를 연결하지 못하면서 계체수가 확 줄어요. 예를 들면 물이 하나 파괴된다거나 땅이 파괴되면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기후변화 지표 종으로 전 세계에서 양서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기후에 민감한 지표종이 양서류예요.”

 

▲ ‘화살표 양서파충류도감’

 

# 그동안 조사한 자료들을 묶어 ‘화살표 양서파충류도감’을 출판했다

 

“2019년 1월, 13년 동안 조사했던 자료들을 정리하여 ‘화살표 양서파충류도감’을 출판하였습니다. 이 책은 기존의 도감과는 다르게 알, 올챙이, 성체 등 비슷한 종끼리 비교하는 사진들을 글이 아닌 사진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주요 포인트와 화살표로 표시한 도감입니다.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많은 분들이 ‘양서류를 구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책을 통해 궁금한 부분이 해결되었다.’ 라며 연락을 해옵니다. 그때 ‘아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 DNA검사를 하는 도롱뇽, K&L연구소 소장님의 통 큰 도움 덕분이다

 

기자는 “조사하기까지 비용은 많이 들지 않았냐?”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에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집사람연구소’ 소장님의 도움이 크다며 너스레를 떨었다(웃음).

“도롱뇽의 경우 외형만 봐서는 구별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럴 땐 피부를 면봉으로 긁어 DNA연구소로 보내 유전정보를 구합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 건당 5~10만 원 정도, 한 달에 몇 백 마리를 하다 보니 우리로서는 큰 금액이죠. 이때는 K&L연구소(그의 성과 부인의 성을 딴 이름) 소장님이신 저희 집사람이 비용과 시간을 통 크게 쏩니다. 여기에 국립생물자원관에 계시는 한상훈 박사님의 도움도 힘이 되구요.”

 

# 국무총리상보다 아이들의 변해가는 생각이 더 기쁘다

 

“양서류는 생태교육의 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만져보고 관찰하는 것을 우리 (중앙고등학교)학생들과 함께 동아리활동으로 이어가고 있죠. 나아가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온도, 강수량자료와 알 낳고 성장하는 시기들을 측정하여 데이터로 묶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생명의 귀중함을 알면서 커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것이 곧 ‘미래를 만들어가는 발자국’이기에 적극 추천도 하구요. 이렇게 조사된 자료는 방송국이나 신문사로 보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으로 과학전람회나 동아리 발표대회에 출전하여 각종 상을 받기도 했구요. 특히 국무총리 상을 받을 때는 아이들이 정말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상보다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환경이 변해가고 있다. 이는 곧 인간에게도 위험을 알리는 경고신고다. 자연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란 걸 깨닫는 것이 더 기쁩니다.”

그의 말에는 이상한 힘이 있었다. 이날 필자는 운 좋게도 비 내리는 봄의 오후를 행복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마음 속 한 자락 어딘가에는 김현태 교사의 이력만큼 ‘깊은 자연’을 필자의 가슴에도 오롯이 전달되었음을 느끼며, 세상의 모든 절망한 자연들이 그로인해 천천히 다시 날아오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미향 기자  vmfms08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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