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원 신성대 교수

 

장애 “이제는 종합적 관점에서 보아야”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에 노력할 터

 

# 프롤로그

 

‘누군가를 깊이 안다는 것, 누군가를 깊이 알아가는 일은 바닷물을 뚫고 달의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고 했다. 지난 5일, 신기원 교수를 만나기 위해 신성대학교 융합교육관으로 핸들을 돌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잿빛재앙이라 불리는 미세먼지의 폐해가 상당히 심했다. 그러나 개강일을 맞아 뿌연 하늘에도 불구하고 교정에는 활기가 넘쳐흘렀다.

 

#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는 것은 어쩌면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복지학을 전공했나?”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사실은 행정 쪽이었다”고 말했다. “학과변경을 복지행정과로 했다가 현재는 사회복지과로 바뀌었다. 물론 여기에는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도 있었다. (잠시 침묵 후)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가족사도 영향을 미쳤다. 2남 1녀 중 막내아들이 자폐성장애2급이다. 어쩌면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 막내 아들이 자폐성장애2급이다. 청천병력이었다. 내려오는데 계속 눈물이 나더라.

 

“처음엔 몰랐다. 사실 예전에는 발달장애만 있었지 자폐성이란 명칭 자체가 없었지 않았나. 여동생이 한의사인데 어느 날 내게 조심스럽게 말하더라. ‘오빠, 막내(희진이) 한번 병원 데려가서 진단 받아봐.’ 우리 부부는 그냥 말이 조금 늦는 것으로만 알았다. 그때가 희진이 세 살 무렵이었다. 말만 안했지 영어도 곧잘 하기에 뭔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한 달만 자신에게 맡기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아질 것 같다. 사실 안 해도 1년 정도 지나면 나아진다’고 의사 선생님이 얘기 하더라. 진료를 받는다면 한번에 7만 원. 당시 나는 대전에서 시간강사 할 때였으니 어떻게 진료를 받겠는가. 포기하고 1년을 기다렸다. 그런데 나아지지 않더라.”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에게서 아버지로서의 아팠던 모습이 오버랩 되어 필자는 눈길을 떨어뜨렸다.

“그러다 (신성대학교)이쪽으로 교수임용이 되어 이사를 왔다. 그 참에 일산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자폐성장애2급이더라. 단지 ‘말이 좀 늦나보다, 시간이 지나면 되나보다’라고만 믿고 있었는데... 우리 부부에게는 청천병력이었다. 일산에서 내려오는데 계속 눈물이 나더라. 그냥 신체적인 병이면 약이나 수술로라도 낫게 할텐데... 이것은 평생을 장애로 살아야 된다는 것 아닌가. 부모로서는 어떻게 감당이 안 되더라. 상당히 힘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의 마음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뜨거운 것이 가슴을 타고 흘러내렸다.

 

▲ 신기원 교수, 아들 신희진 군과 함께

 

# 대중적인 장소에 가면 불안하니까 자기만의 방어기제로 격한 행동을 한다. 그러다보니 식당에 가도 우리가 앉은 옆자리는 항상 비어 있었다.

 

“지금이야 나이도 있고, 학습도 되고 해서 좀 낫지만, 그 당시만 해도 충동적 행동이 아주 많았다. 자기 세계에 고립되어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아이. 대중적인 장소에 가면 불안하니까 자기만의 방어기제로 격한 행동들이 나타나곤 했다. 우리 가족이야 상관이 없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희진이를 보며 당황해 하거나 자리를 피하더라. 특히 음식점에 가면 희진이 같은 아이들은 소리가 더 커진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앉은 옆자리는 항상 텅텅 비어있었다. 이해는 가지만 그럼에도 이런 사소한 것들이 마음 아팠다.”

 

#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서 늘 손에 뭔가를 지니고 다니는 아들

 

“희진이는 늘 무언가를 손에 들고 다니며 위안을 받는다. 한때는 지 엄마 브래지어를 손에 들고 다니더라.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수군거리는데 창피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시베리안허스키 인형으로 바뀌어 지더라. 사내아이가 시커멓게 때가 탄 인형을, 그것도 너덜너덜하게 낡은 것을 가지고 다녔다. 이것 또한 어떻게 하다 보니 교체되더라.

지금은 프린터 용지다. 여기에는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간다. 희진이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출력한다. 그것도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말이다. 그러다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잉크를 사야하는 실정이다. 어릴 때는 절제를 잘 못하는 바람에 출력이 제대로 안되거나 늦어지면 충동적으로 카메라와 프린터기를 부숴 새로운 제품으로 바꿔야 했다. 우리 가족들은 우스갯소리로 종종 ‘기기 값만 해도 어디 땅 좀 샀을 걸’이라고 말한다.”

 

# 느리지만 조금씩 우리 아이가 변화되고 있음에 안도를 한다.

 

“희진이는 그동안 성봉학교에서 ‘초등과정’부터 ‘전공과’까지 배워 졸업했다. 현재는 서림단기보호에 다니고 있다. 학교생활 및 단기보호활동을 통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대한 학습들을 한 상태다. 그래서 그런가 이만큼이나마 학습이 이루어졌다는 것에 감사하다. 무엇보다 지금은 과잉 행동들이 많이 줄었다. 느리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우리 아이가 변화되고 있음에 안도를 한다.

 

# 장애인 교육에 봉사하는 사람은 철저히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특수교육을 4년 공부한 선생님들이 다양한 범주의 스펙트럼에 놓여있는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발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장애인 교육의 현실이다. 이 길로 들어서고자 하는 교사들은 ‘자신의 길이 감당할 만한 길인가?’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단을 내려야한다. 무엇보다 장애인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은 기본적인 열정 내지는 헌신, 사명감 같은 각오로 완전 무장되어야 한다. 관련된 분야의 연구 탐색은 물론 철저히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하나의 직업에 불과하지 않나. 이는 특수교사를 배출해내는 교수도 마찬가지다.”

 

# 장애라 하면 주로 의학적 관점으로만 봐왔는데 이제는 종합적 관점으로 접근해야한다.

 

“장애인복지법상 용어에 의하면 관련 장애인 종류는 무려 15가지다. 그중에서 신체적 장애 12가지와 정신적 장애 3가지로 나뉜다. 신체적 장애는 다시 외적장애 6가지와, 내적장애 6가지로, 정신적 장애는 IQ가 70이하인 지적장애와 조현병(정신분열), 정동장애 등과 같은 정신장애, 그리고 전반적인 사회성 부족인 자폐성 장애가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라고 하면 의학적 관점에서만 봐 왔다. 그러다 보니 교육 쪽과 관련되어 있는 재활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나 인식들이 많이 개선되기를 바란다. 종합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 사회적인 인식이 자리 잡지 않았을 때는 자칫 또 다른 고립을 가져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을 보며 ‘수용되어 있는 것은 잘못이다. 사회로 내보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사회적인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한 경우 자칫 또 다른 고립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틀 속에 가지고 있는 장애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큰 오산이다. 굉장히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실제 발달장애와 관련해서 보면,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시험적인 시도’를 통해 ‘아직은 우리 사회가 그들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또 하나는 그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들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발달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 안타깝게도 발달장애인들은 표현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부모가 나설 수밖에 없다.

 

“장애인 당사자나 부모들이 데몬스트레이션(demonstration:표출)을 하면 과격하다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휠체어 장애인들이 의사표현을 하려고 휠체어를 끌고 가면 건장한 사람 둘이서 (휠체어를)잡고 다른 곳으로 옮겨버린다. 이런 실정이다. 이들이 어디에 가서 주장을 하겠나! 외국사례를 보더라도 휠체어 장애인들이 쇠줄로 휠체어를 서로 묶어 데모를 한다. 반면 안타깝게도 발달장애인들은 이런 표현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부모가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일부 사람들은 ‘왜 부모가 야단이냐!’라고 한다. 그럴 땐 울어야 될지 웃어야 될지...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이면이다.”

 

▲ 제6대 서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에 취임하는 신기원 교수

 

# 사회복지사는 감정노동자다. 그들의 처우개선과 불공정한 소외에 최선을 다하겠다.

 

제6대 서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신기원 교수는 임기중 세가지 목표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먼저 사회 복지사들의 권익향상과 남다른 노력을 통해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한 이기학 전임 회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회장님은 상당히 (사회복지)저변을 넓혀 놓았을 뿐만 아니라 체계화·문서화 해 놓았더라. 개인적으로 ‘이런 분이야말로 더 오래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부족하지만 제가 이기학 회장님의 뒤를 이어 6대 회장이 되었다. 우선 조직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취임하면서 말했다시피 세 가지 목표 중에서 그 첫 번째가 바로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개선이다. ‘사회복지사’의 어원을 살펴보면 아동, 노인, 심신 장애인 등과 같은 사회적으로 어려운 계층을 도와주고 관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은 감정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처우가 굉장히 열악하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사회복지 영역 중에서도 민간부문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개선이 가장 시급한 실정이라고 본다. 다음으로는 공공부문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불공정한 소외, 마지막으로 민간과 공공부문의 동아리 활동을 통한 유대강화를 목표로 정했다. 개인적으론 복지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면서 동시에 서산시 사회복지 수준을 더 높이는데 앞장서겠다.”

 

# 에필로그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신 교수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장애인을 무시하고 차별했던 고대 서구의 역사와 달리 우리나라는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고 하여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 즉, 홀아비(鰥), 과부(寡), 고아(孤), 독거노인(獨)을 삼국시대 이래로 국가나 지역사회에서 돌보는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국가가 성립되고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과거의 아름다운 풍습은 사라지고, 대신 행동이나 말투가 불편해 보이고 행색이 초라해 보이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배척하기 시작했다. 장애인, 병든 노인, 고아들이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외관상 잘 정돈되지 못하고, 돌보는 사람이 없거나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장애인의 90%이상이 후천적 원인에 의한 것이고, 누구든 늙고 병드는 현실은 피할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이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나서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자 역할 뿐만 아니라 인권신장에 앞장서야 할 것을 부탁드린다.”

기자도 돌아서 나오며 생각했다. 앞으로는 조금 느리더라도 눈물겨운 그들의 시간이 찬란한 봄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창가로 스며드는 바람은 이미 겨울이 지났음을 알려주었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