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태양광 발전

서산시대l승인2019.02.26l수정2019.02.2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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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두웅 편집국장

취재차 이곳저곳 시골길을 다니다보면 산자락에 태양광 발전 패널들이 흔히 보인다. 기자가 살고 있는 팔봉면 조그만 동네에도 동네 뒷산을 까고 흙먼지를 날리면서 태양광발전 공사가 한창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모두 파헤쳐지고 황토색 벌거숭이도 안쓰럽지만 올해는 뒷산 진달래 구경조차 할 수 없음에 섭섭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에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올리고자 태양광 설치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탈원전 가치를 존중하지만 태양광발전소 개발로 몸살을 앓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미세먼지의 주범인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진행되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이 오히려 산림파괴, 농지피해, 부동산투기의 온상이 되면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무시되고, 농촌공동체는 무너지는 논둑처럼 돼버렸다.

태양광의 칼날이 산림훼손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로 그 대상을 바꾼 격이다.

농업은 기본적으로 먹거리 생산을 주목적으로 하는 산업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긍정적 또는 부정적 부산물이 생성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결합생산물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시장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긍정적 부산물을 외부경제효과라 부르고, 사회에 보상하지 않는 부정적 부산물을 외부불경제효과라 일컫는다.

농업에 있어 홍수조절·경관보전·지역균형발전·식량안보 등은 시장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외부경제효과이며, 수질오염이나 악취 등은 외부불경제효과에 해당한다.

국가간 무역흐름을 더욱 투명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설립된 세계무역기구(WTO)는 농업의 이러한 다면적 성격을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ality)으로 인정하지만, 이를 빌미로 국내 농업에 대한 보조를 정당화하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 농업수출국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특히 식량안보를 다원적 기능에 포함시키는 것을 명시적으로 반대한다.

양질의 충분한 식량 확보는 국가 존립의 기반이다. 2006년부터 시작해 식량가격이 사상최고로 폭등했던 6년 동안 적지 않은 정부가 몰락하는 것을 지켜본 지구촌은 그간 수출국들이 꾸준히 부정해왔던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자유무역이 식량안보의 효율적 방안이라는 주장이 허구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국내 생산기반은 식량안보의 가장 강력한 대안이며 식량위기인 시기에 더욱 높은 식량안보 가치를 생산한다.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더욱 중요시되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지역의 균형발전과 도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 제공, 전통문화 유지 등이다. 농업은 경기침체기에 일자리와 생계의 기반을 제공하는 국가경제의 완충지대가 된다. 또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도시민을 위한 안식처를 제공한다. 이러한 다원적 기능은 농촌이 건강하고 활기찬 농가들로 구성될 때에만 가능하다. 다원적 기능은 별도로 생산하기 어려운,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며 공익적 가치를 지닌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이 농업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하는 것은 농업이 생산하는, 그러나 시장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다원적 기능을 지속적으로 제공받고자 하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을 보면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농사의 산출물 대비 수익이 얼마나 더 높다는 금전적 비교에만 관심이 있다.

과연 농촌을 파괴하면서까지 전기를 생산해야만 한다면 누구를 위한 태양광 발전인지 뒤묻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은 사람중심,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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