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선/우리맛연구회

오곡밥은 대보름을 맞이하는 명절식이다. 또한 아직은 추운 때의 영양을 보충하면서 온갖 곡물의 풍요를 예축한다는 의미도 있다.

신라 제21대 비처왕(毗處王)은 소지왕(炤知王)이라고도 하는데, 왕이 즉위한 지 10년째인 무진년(戊辰年, 488)에 천천정(天泉亭)에 행차하였다. 그때 까마귀와 쥐가 와서 울었고, 쥐가 말하기를 까마귀가 있는 곳을 찾아가라고 하였다. 왕은 기사(騎士)에게 명령하여 뒤쫓게 하였다. 남쪽의 피촌(避村, 지금의 경주 남산 동쪽 기슭)에 이르렀을 때, 돼지 두 마리가 싸우고 있었다. 멈춰 서서 이 모습을 구경하다 까마귀가 간 곳을 잃어버리고 길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그때 한 노인이 연못 가운데서 나와 글을 바쳤다.

그 겉봉에 “이를 뜯어 보면 두 사람이 죽고 뜯어 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라고 씌어 있었다. 사신이 와서 글을 바치니 왕은 “두 사람이 죽는 것보다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하였다.

일관(日官)은 “두 사람이란 백성이요, 한 사람이란 왕을 말하는 것입니다”라고 아뢰었다. 왕이 그 말을 옳게 여겨 뜯어 보니 “금갑(琴匣)을 쏴라”라고 씌어 있었다. 왕은 궁궐로 돌아와 금갑을 쏘았다. 그 바람에 내전에서 분향 수도하는 승려와 비빈이 은밀히 간통하고 있었다가 주살되었다. 이때부터 나라 풍속에 따라 매년 정월 상해(上亥), 상자(上子), 상오(上午)일에는 모든 일에 조심하여 함부로 행동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듯 신라 소지왕이 역모를 알려준 까마귀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해마다 음력 1월 15일에 귀한 재료를 넣은 약식을 지어 제사를 지냈다.

하지만 잣이나 대추 같은 귀한 재료를 구하기 어려웠던 서민들은 약식 대신 오곡밥을 지어먹으며 한 해의 액운을 막고 건강과 풍년을 기원했다. 또한 오곡밥은 성이 다른 세 사람이 나눠 먹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셋 이상의 씨족들이 오곡밥을 나눠 먹으며 화합하고 산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한편, 오곡밥은 대개 찹쌀, ​차조, ​찰수수, ​찰기장, ​붉은 팥, ​검은 콩을 넣어 짓는다. 각각이 가진 건강 기능성이 다양하다.

하얀 찹쌀은 성질이 따뜻해 소화가 잘된다. 노란 조와 기장에는 베타카로틴과 식이섬유, 무기질, 비타민이 많이 들었다. 베타카로틴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으로 세포 노화를 막는다. 붉은 팥과 검은 콩에는 눈을 건강하게 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안토시아닌이 많이 들었다. 갈색 수수에는 폴리페놀이 많이 들어 역시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 혈당을 조절해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을 예방하는 데도 좋다.

한편 팥은 미리 한 번 삶고, 알갱이가 작은 차조는 뜸 들일 때 넣으면 더 맛있는 오곡밥이 된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