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웅 편집국장

서산시자원회수시설의 운명이 ‘계속 추진’으로 결론 났다. ‘시민 대표’로 선정된 시민참여단의 최종 결론은 ‘계속 추진’이다. 찬·반 양론이 팽팽했던 양대동 자원회수시설 건설 문제는 공론조사 결과 발표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됐다.

자원회수시설 공론화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공론화의 의미나 절차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었던 대다수 시민들에게 ‘새로운 숙의민주주의’의 모습은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에 대해 알게 해 준 첫 사례가 되었다.

또 이번 공론화에서 보았듯이 우리는 공론화가 일반 투표와는 다르게 확률 추출을 통해 선정된 대표성 있는 시민들이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학습과 토론, 숙의의 과정을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도 지켜보았다.

기존의 찬성과 반대 입장이 상호 숙의 속에 변경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숙의민주주의의 장점이며 집단지성의 표출이다.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애초 반대 의사를 표시했던 참여단중 8명이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반대의사를 밝힌 총 27명중 29.6%에 달하는 8명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의견을 바꾼 것으로 일반여론조사 결과와 토론과 숙의를 거친 조사 결과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

찬·반을 떠나 숙의민주주의 첫 걸음을 내딛은 이번 공론화는 그 시도와 목적성이 정당하고 나름대로의 성과도 거두었다. 무엇보다 ‘행정중심’, ‘이해관계자 중심’의 의사 결정을 ‘시민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이번 공론조사가 첫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결과를 떠나 공론화 숙의 과정에서 환경문제와 시민의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도 됐다. 대다수 시민참여단은 자원회수시설과 관련 운영상에서 발생된 문제점을 보았고, 운영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 새롭게 인식했다.

이렇듯 서산시 자원회수시설 공론화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찬·반 결과만이 아니다. 공론화는 향후 자원회수시설 운영과 관련 시민의 참여와 감시가 필요함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만들어 주었다. 또 전처리시설이 대안으로 인정받기 어려웠지만 쓰레기의 감량·분리·재활용의 중요성과 경제성에 대해서도 학습했다.

무엇보다 시민참여단이 끝까지 선택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환경과 시민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바램이었다. 3개월의 ‘실험’은 이제 마무리됐다.

이번 공론화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도, 새로운 시도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도 공론화 작업이 앞으로도 자주 소환될 중요한 선례라는 점에서 이번 공론화의 결과를 존중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터미널 이전 사안이 그렇고, 시청이전과 산폐장 문제 등 앞으로 도출될 주요 사회갈등 현안이 그렇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시민의 참여와 감시가 보장되는 자원회수시설.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서 쓰레기 배출량을 최소화 하며 지속가능한 순환자원의 소중함을 실천하는 시민들. 이것이 이번 공론화에서 도출된 ‘시민의 뜻’이며 ‘시민의 명령’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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