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박경신(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 원장/전문의/순천향대 의대 외래 교수)

나의 아버지 박성호(서산장학재단이사장)는 현명하시다. 이번 명절에 가족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83세의 아버지는 본인과 어머니는 연명치료 하지마라. 연명치료 받지 않겠다고 사전에 동의하는 절차가 있다는데 동의 하게 알아보라고 하셨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하시려고 한다. 본인이 병 혹은 사고로 의식을 잃어서 본인이 원하는 치료방법에 대해 스스로 말할 수 없게 됐을 때 사랑하는 가족들과 담당 의료진들에게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서류이다. 본인의 삶의 마무리에 대해 생각 하고 계시다. 삶을 어떻게 마무리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의학의 눈부신 발전 했지만 그러나 누구나 삶의 마지막 단계인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환자 본인의 의사가 우선이다. 환자가 건강한 상태에서 건강보험 공단에 가서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서류를 작성하면 된다. 그러나 많은 어르신들이 이런 절차를 하지 않고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에 불편해 하고 아무런 준비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에는 가족 간에도 의견이 달라 난처한 경우 많다.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연명 치료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이다. 통증을 조절하거나 산소, 수분, 영양분 등을 공급하는 일반적인 연명 치료는 중지할 수 없다.

연명 치료에 대한 논쟁이 시작된 것은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부터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유지하던 환자를 가족의 요청에 따라 퇴원시킨 의사가 2004년 대법원에서 살인방조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2009년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김 할머니’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할머니의 평소 뜻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가족의 손을 들어주며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한 바 있다.

보라마 판결이 아니더라도 의사들이야 당연히 환자를 살리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하고 싶지만, 일부 보호자들의 경우 가정 문제, 경제적 문제, 치료 후 간병 문제 등으로 치료를 포기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급성기질환은 치료 하는 게 맞다 그러나 무의미한 연명 치료거부의 사전에 의사 표현으로 존엄하게 생명을 마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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