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서산에서 고속도로를 타려면 주로 서산IC를 이용한다. 밤늦게 돌아오는 길 “수고하셨어요.”라는 톨게이트 직원의 짧은 눈인사에 피곤이 풀리고, 집에 다 왔다는 안도감이 푸근함을 더 한다.

지난 3월 운산면이 지역구인 김맹호 시의원 소개로 운산톨게이트 직원들이 신문사로 찾아왔다. 내용인즉 2월초 톨게이트 운영사가 교체되면서 지부장과 부지부장 등 노조핵심인원 3명이 부당해고를 받았다는 하소연이었다.

당시 운영사는 신입사원을 모집한다는 명목아래 기존 근무자들에게 이력서를 다시 제출받았고, 시 홈페이지에도 구인광고를 내는 등 형식을 갖추었지만 해고자를 대신해 새롭게 채용한 직원들에 의혹이 많았다. 신규직원 면면을 보면 한국도로공사 직원의 아내, 사무장의 지인 등 이미 정해놓은 사람을 뽑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결국 노조 측이 한국도로공사 측에 민원을 넣자 도로공사 직원의 아내는 사표를 냈다.

세상이 꼭 공정하게 돌아가지만은 않는다는 허탈감. 취재와 사실보도에도 불구하고 부당해고 철회에 대한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운산영업소로부터 촉발된 도로공사 불법 수의계약 비리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해고자와 서산노동인권상담센터의 상담과정에서 도로공사와 운영사의 불법 수의계약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후 조사를 통해 전국 41개 도로공사 톨게이트 영업소들이 불법 수의계약에 연류 되었고, 그 규모가 2000억을 넘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정치권과 시민사회, 그리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진상규명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도 국가계약법상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업체의 입찰은 참가자격을 갖추지 못해 무효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계약 41건의 취소를 요구하는 한편 도로공사 사장을 비롯하여 관련 직원을 배임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우리는 이미 관피아가 초래하는 재난을 '세월호 참상’을 통해 뼈아프게 깨달았다. 그러나 온 국민이 슬픔에 채 가시지도 않았던 작년 8월. 도로공사는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퇴직자와 수의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준 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시행일 전날 전관예후 차원으로 퇴직을 앞둔 직원들과 무더기 불법 수의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형식을 갖추기 위해 수개월 후 법인을 설립하여 사업자등록증을 제출하고 계약서를 수정하는 낯 뜨거운 행태도 보였다.

도로공사 측은 “지난해 11월 본사 지방 이전계획과 맞물려 서두르다 보니 8월 퇴직자 인사를 앞당겨 계약을 맺게 됐다”며 “계약의 무효여부는 사법부의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일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기야 세상은 반드시 공정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경험이 있고 보니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더구나 관피아란 권력과 밀착된 것이 아닌가. 예전보다 인상된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면서 왜 도둑맞고 있다는 생각이 들까!

관피아가 뿌리 뽑히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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