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불황과 지역경제

 

▲ 정진호 경영국장

최근 자동차산업의 불황이 지역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생산과 판매, 수출 등이 모두 저하되는 ‘트리플 부진’ 늪에 빠진 한국 자동차산업의 불황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특히 충남의 성장세를 견인해오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 침체되면서 공단이 밀집한 서산지역경제도 상황이 녹녹치 않다. 최근 당진시 인구 정체에 이어 수년간 해마다 4~5천명씩 인구가 늘어날 만큼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던 서산시도 경기침체의 칼날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원도심 지역 상권은 침체되고 날이 갈수록 점포정리가 늘고 있다. 전통적인 중심가인 번화로, 중앙로 패션잡화 거리에는 ‘임대중’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빛을 바래가고 있다. 한 겨울 찬바람만큼이나 을씨년스럽다.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국가경제가 불황이다. 경기침체를 벗어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시적 분석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지역경제도 국가경제의 일부분으로 나홀로 경제는 존재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체정도도 제각각 다르고 그 파급영향도 다르다.

서산경제가 한파를 겪는 것은 주력인 자동차 산업이 침체되면서 오토밸리 등 지역에 70여개나 되는 크고 작은 관련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석유화학시장도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30여년 서산경제를 이끌던 거대 양축이 흔들리고 있다.

2018년 부터 일부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구조조정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괜찮겠지하는 희망의 끈에 매달리지만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서산시는 지난 4일 오전 서산오토밸리 산업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주)에서 오토밸리를 비롯한 인더스밸리 입주기업과 간담회를 가졌고, 또 같은 날 오후에는 성연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서산테크노밸리 및 서산자동차전문단지에 입주한 기업들과 간담회를 갖고 기업의 애로사항 청취, 상생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어려움을 타개해보자는 일종의 단합대회 성격이지만 지자체장이나 기업 대표들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서산시는 조성중인 첨단정밀 화학 특화단지외에 2026년까지 165만㎡ 규모의 지곡일반산업단지를 추가로 조성해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4~5년 후의 그림이다. 민선 7기 바톤을 물려받은 맹정호 시장이 자동차산업의 불황이 예견됐던 4~5년전부터 준비를 하지 못한 안일한 시 행정에 안타까움을 내비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포화 상태가 된 산단에 대비 중장기 대책을 왜 세우지 못했는가 하는 탄식이다.

서산시는 오는 2022년까지 청년창업과 복지일자리, 사회적경제 활성화 등을 통해 일자리 2만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기수소자동차 관련산업의 유치, 서산의 산업구조 다각화, 원도심활성화 등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복안이다.

맹정호 서산시장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내수경기가 침체된 상황으로 일자리 2만개 창출이 쉽지않은 목표지만,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뼈를 깍는 노력과 치밀한 전략수립, 과감한 실천력이 없이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다.

더구나 여기에는 함께 고민해야 할 대목이 있다. 우선 시민들의 소득 급감과 일자리 감소는 늘 함께 온다. 미취업자가 증가하고 소득과 일자리 쇼크로 가계소비가 감소함에 따라 자영업이 위기에 몰리고 지역경제는 무너진다. 복지수요도 증가한다.

2019년 위기의 해이다. 그러나 뒤집으면 기회의 해가 되기도 한다. 서산시는 신발 끈을 다시 묶고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전략과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전략은 과감하게, 실행 중 발견되는 부정적 효과는 즉시 수정 보완하여 최소화해야 한다. 먼 길을 떠날 때, 지혜로운 운전자는 자동차의 고장난 부품을 교체한 뒤 출발한다. 세금의 낭비요소도 차단해야 한다. 장밋빛 전망 속에서 웃으며 세웠던 계획들은 다시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행정과 시민, 기업들도 함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갈등을 해소하고 위기가 깊을수록 더 빛을 발하는 서산시는 우리 모두의 서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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