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재정지원은 '밑빠진 독' 농촌지역 부분 공영제 검토 필요

 

버스사업자 “운전기사 대폭 추가 고용...재정지원과 요금인상 있어야”

원주시, 비수익 노선에 직영 마을버스 투입 ‘부분 공영제’ 도입 추진

 

 

정부는 지난 3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노선버스 운수종사자의 과다한 근무시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근로시간 특례업종중 노선버스 운송사업자를 제외함에 따라 시내버스도 주52시간 근로시간에 적용대상이 되었다.

다만 지난해 7월부터 주 68시간 근무제가 적용됐던 300인 이상 버스 운송업체를 시작으로 올 7월부터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즉,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9년 7월 1일부터 주52시간 상한제(주40시간+연장12시간)가 시행되고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그 이하는 2021년이 되어야 전 사업장에 적용이 된다.

유예기간을 둔 이유는 농어촌지역 버스 이용자 대부분이 60~70대 고령의 교통약자들인 만큼 불편을 최소화할 방안 모색이 필요하고, 벽지노선 교통량 전면조사를 실시해 합리적인 노선 개발, 버스업계 경영진단을 바탕으로 지원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누이 예고된 시내버스 운행 축소가 바로 코앞에 다가왔건만 지자체마다 별다른 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결국 시내버스 사업자들이 자구책으로 노선축소라는 강공을 택하게 됐다.

시에 따르면 주52시간 근로시간 시행으로 현행 버스운행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버스기사 충원이 필요하나, 시내버스 운전의 경우 난이도가 높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감소로 이직자가 증가해 인력 충원이 쉽지 않아 불가피하게 노선 조정을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타 지자체처럼 시내버스노선 개편에 따른 시민설명회도 없고, 근본적인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 채 2020년 1월 시행 1년 전부터 강행하는 점에 대해 다소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2019년 7월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행을 앞당긴 것은 대산지역 터미널 신축에 따른 노선변경 시점에 맞췄고, 감축운행 폭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민들은 “근로기준법 개정 시행시기에 대해 공무원과 시민이 다르게 알고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만일 2020년 1월 적용이라면 시민불편을 볼모로 재정지원과 요금인상을 요구하는 모양새가 된다”고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더구나 시는 버스운행 감축 등 결정사항과 관련 시민의 대의기관인 서산시의회와 사전교감이나 간담회 등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하지도 않았다.

 

버스사업자 “추가 재정지원과 요금인상 원해”

시 보조금 매년 30억 원으로는 적자 면치 못해

 

주(週) 52시간제 도입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현행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버스 기사 1만5000명이 더 필요하다는 정부 진단이 나왔다. 정부는 시외버스 요금을 올리고 버스 업체에 인건비를 지원해 추가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대책을 지난 12월 27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버스 운전 인력 1만5720명이 부족하고, 이를 채우려면 인건비 7381억 원이 추가로 든다고 밝혔다. 전국 시내·시외버스 업체 329곳과 고속버스 업체 11곳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버스 업체 인력 부족이 생기는 건 대부분 업체가 하루 16~18시간 근무하고 다음 날 쉬는 격일제 근무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격일제는 일주일에 12시간까지만 연장 근무를 허용하는 주 52시간제에선 유지될 수 없다. 이 때문에 버스 업체는 운전기사를 대폭 추가 고용해 하루에 2명이 나눠 근무하는 1일 2교대제 등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M버스(광역급행버스), 광역버스 등 시외버스 요금을 내년 2월쯤 인상해 업계 경영 여건을 개선해 주겠다고 했다. 시외버스 요금 인상은 5년 만이다. 다만 정확한 인상 폭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고용기금을 통해 새로 버스 운전기사를 채용하면 첫 1~2년간 한 달에 60만~80만원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런 식으로 내년 7월까지 7300명, 2020년 1월까지 7600명 등 2년간 1만4900명의 버스 운전 인력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버스 요금을 올리고 정부 예산을 투입해 주 52시간제를 강행한다는 것.

하지만 시내버스 업계에선 “시외버스보다 더 문제가 심각한 시내버스 정책을 담당하는 지자체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로 시내버스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결국 예산 투입을 늘이거나 노선을 줄이거나 버스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근무여건에 비해 평소 넉넉지 못한 임금을 받던 버스기사들은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급여가 줄어들고, 버스회사들은 버스기사들의 단축된 근로시간을 채울 인력을 채용해야 하지만 숙련된 인력을 수급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서령버스가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경우 기존 운행하는 노선을 유지하려면 버스기사 40여명을 신규로 채용해야 맞출 수 있다.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현재 보수보다 20-30% 정도 더 줄어들게 되면 그 비용으로 버스기사를 구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서령버스의 고민이다. 또 신규 버스기사를 양성해 현장에 배치까지 15개월 정도 걸리는 시간적 문제도 있다.

서령버스 관계자는 “대도시를 제외한 농어촌 시내버스의 경우 각 자치단체의 보조금 없이 흑자를 내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당장 근로기준법을 맞추려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어쩔 수 없이 노선 개편 등이 불가피해 당장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산시의 입장도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밑빠진 독처럼 시내버스 재정지원을 무한대로 늘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는 2015년 24억 6천만 원, 2016년 25억 7천만 원, 2017년 25억 8천만 원, 2018년 7월말 기준 18억6천만 원을 지원하는 등 매년 재정지원의 폭이 급증하고 있다.

 

비수익노선 적자, 2017년 기준 13억6천만 원

대로리-삼길포 노선 연 적자 1억 원 넘어

 

서령버스의 2017년 대표적인 적자 비수익노선은 △ 대로리-삼길포 구간 1억 8백만 원 △ 해미-고북-사기리 구간 1억2천5백만 원 △ 창리-간월도 구간 8천8백만 원 △ 해미-운산 구간 7천9백만 원 △ 운산-원평 구간 8천3백만 원 △ 해미-장요초록 구간 7천5백만 원 △ 어송-구도 구간 5천만 원 등 총 17억9천만 원에 달한다.

또 벽지노선 적자폭은 △ 해미-기지리 구간 2천3백만 원 △ 해미-고북 구간 2천8백만 원 △ 구도-호리 구간 2천1백만 원 등 총 3억3천만 원에 달한다. 기타 청소년, 어린이 요금할인 2억 8천만 원, 무료환승 손실 3억9천만 원 등이다.

한편, 일부 지자체의 경우 몇 차례의 시민설명회와 함께, 교통약자를 위한 희망택시 운영 확대, 농촌 지역의 경우 시에서 직영하는 공영버스제 도입 등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원주시의 경우 시내버스 비수익 노선에 직영 마을버스를 투입하는 부분 공영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대부분 비수익 노선인 읍·면 농촌지역은 원주시가 직영으로 마을버스를 운행하고 도심지역은 현행 운수업체가 맡는 방식이다. 또 올해 비수익 노선을 대상으로 1년간 시범 운행하고 효과가 입증되면 설립 예정인 시설관리공단을 통해 공영제로 전환할 방침을 세웠다.

원주시 관계자는 “부분공영제 시행으로 운수업체 경영난 개선과 농촌지역 버스 이용불편 문제가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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