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부 (사)한국문인협회 서산지회 감사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무술년(戊戌年) 한해도 숱한 미련과 아쉬움을 남긴 채 황망히 저물어 갔고, 이제 내 마음에 남은 따뜻한 사랑과 깊은 관심은 ‘기해년(己亥年) 새해에는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영양분으로 써야한다’고 다짐해 본다.

필자가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희생정신을 기리며, 청주 삼일공원 항일독립운동 기념탑을 찾은 지도 벌써 40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 약혼한지 얼마 안되는 나와 정희, 절친한 친구 부기와 창순이는 정말 세상 어디라도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행복한 사랑이란 마음이 순결해야 하고,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야 하며, 변함없는 마음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는 청순하고 투명한 사랑과 인생의 풍향계가 뚜렷함이 맘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청순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그런 미소가 담긴 그녀의 목소리는 더없이 아름답고, 총명하고, 순결하고 어디 한 구석 부족한 곳이 없는 완전한 여성들이라고 믿었다. 이런 감정을 가지며 우리 넷은 석양이 뉘엇뉘엇 저가는 삼일 공원을 산책하며 서로 마주보며 사진도 찍고 즐거운 담소와 함께 공원을 걷고 또 걸었다. 날씨는 우리들의 사랑을 시샘이라도 하는 듯이 추위가 몸을 꽁꽁 얼게 만들었고, 칼바람이 매섭게 겨드랑이를 파고들었다.

민족대표 33인은 3.1 운동 때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하신 분들이시다. 이 분들은 천도교, 기독교, 불교 등 종교와 관련 없이 참가했으며, 그중 여섯 분이 충북 출신이다. 충북은 예로부터 애국지사를 많이 배출한 충절의 고장이기도 했다. 삼일공원은 성별과 직업과 종교를 초월해 독립운동에 헌신한 중부지역 영웅들의 얼이 깃들어 있는 곳이었다.

자유와 독립의 영원을 담은 상징적인 공간이라는데 더 많은 의미가 있으며, 이런 좋은 장소를 안내해준 친구 부부에게 깊은 감사를 보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말씀하신 우리나라의 초대 대통령처럼 우리 약혼자들은 한마음 한 뜻이 되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보람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가자고 다짐하기도 했었다.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면 희망찬 내일의 현실이 펼쳐질 것이며, 도전하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는 영광의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었다. 새로운 각오로 새 출발을 함께 하면서 이 지구촌을 뜨겁게 사랑하는 우리 약혼자들이 되자고 약속했었다.

또한 이렇게 준비된 사명자(使命者) 들에게는 건강과 행운이 기다리고 있음을 깨달으며 살아가자고 다짐했다.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과 희망이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하며, 희망찬 새해를 보내자고 얼마나 다짐하고 다짐 했던가.

이렇게 예쁘고 마음 착한 약혼자들과 함께 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행복이 넘치는 한량없는 감사라고 생각했다.

새해의 청사진은 찬연하면 더욱 좋겠지만 분수에 맞도록 조촐해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세월은 흐를수록 아쉬움이 크지만 세상은 알수록 만족함이 커진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자.

더불어 살아가면서 서로를 위하는 인연이 행복한 세상이며, 기쁨으로 승화된다는 것을 느끼면서 삼일 공원을 뒤로 한 것이 이젠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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