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까지 악취 호소...인근 공장 한때 대피령까지

▲ MBC 현대오일뱅크 사고 현장 보도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코크스 공정 트러블로 발생한 유증기 유출사고로 인근 공장 및 대산지역 주민은 물론 당진시까지 악취가 나는 등 주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사고는 현대오일뱅크 서산공장의 코크스 공정중 코크스를 절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코크스는 원유에서 휘발유와 등유 등을 뽑아내고 남은 물질로 일부 스팀을 생산하는 연료로 재활용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현장 관계자는 “코크스가 뜨거운 상태에서 절단을 하면서 냉각수가 더해져 수증기가 갑자기 분출하게 된 것 같다”며 “이 과정에서 수증기와 가스가 유증기 형태로 섞여 배출돼 기름 냄새와 악취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인근의 일부 공장에서는 직원들에게 방독면까지 지급하는 등 한때 대피령까지 내리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유독가스에 노출된 일부 주민과 공장 직원들은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했다.

 

▲ 유증기 유출 현장 모습

 

한편, 유증기는 바람을 타고 석유화학단지 대산읍 대로리 인근 마을과 당진시 석문면, 읍내동, 송산면, 송악읍, 사고 장소로부터 약 40km 거리에 있는 합덕읍 일대까지 번지면서 당진시청 홈페이지에 사고 내용을 알리는 공지까지 게재됐다.

당진시의회 김기재 의장은 “불안함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당진시민들의 문의가 빗발쳤는데도 당진시는 상황보고 및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재난문자도 하지 않았다.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 당진시민들의 민원에 대한 당진시청 홈페이지 게시글

 

사고 발생 후 지난 해 현대오일뱅크의 코크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집단에너지사업 변경허가와 관련 반대집회를 이어 왔던 반대대책위원회 홍혜숙 위원장은 “2년동안 코크스 고체 연료를 반대했다. 외치고 산자부, 청와대 등 주부들이 안 가본 곳이 없었다. ‘억울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정의는 살아있다 후손들에게 우리는 떳떳하노라’며 매일 눈물을 벗삼아 투쟁할 때 주민도 시민도 국민도 다 외면했었다”며 “사고후 현대오일뱅크 측은 접근조차 막았다”고 분을 떨치지 못했다.

작년 9월 주민들과 만난 당시 청와대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은 홍혜숙 위원장의 “코크스 연료사용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시설만으로도 충분하다. 집단에너지 사업을 위해 경관녹지를 없애면서 까지 추진할 이유가 없다. 대산은 대기환경이 최고의 위험상태에 처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대산지역을 ‘대기보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라고 하자 “대산 집단에너지 코크연료 사용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석탄을 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소를 중단 할 만큼 대기오염에 관한 문제는 국가적으로도 중대한 문제다. 엄중하게 검토 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현대오일뱅크 측은 코크스 원료 사용 계획을 중단하고 LNG 연료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다시 원안대로 코크스 연료 사용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고에 대해 서산화학단지 합동방재센터 관계자는 “현장 확인 결과 일시적 트러블로 코크스 공정 내 수증기가 누출된 것으로 파악되며 주민들의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서산시는 유수증기 성분을 채취하여 인체 유해성 여부 등에 대해 전문기관에 검사 의뢰했다.

 

▲ 지난 해 현대오일뱅크의 코크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집단에너지사업 변경허가와 관련 반대집회 모습1

 

현대오일뱅크, 고체연료 ‘코크스’가 뭐길래?

 

현대오일뱅크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9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기존 운영되던 노후화된 열연설비 4기와 5기(각 150t 규모)를 철거하고 이를 대체할 270t 규모의 신규 보일러 11호기를 신축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 현대오일뱅크 측은 지난 2017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열연설비 변경허가를 신청하였고, 당시 삼길포 지역 대산주민들은 현대오일뱅크 측에 고체연료인 코크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신규설비사업 취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해 허가반려를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현대오일뱅크 ‘집단에너지 사업’은?

원유정제부산물 ‘코크스’ 사용 시 연료비용 절감 커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추진하는 ‘집단에너지사업’은 대산석유화학단지 입주기업(현대케미칼, 현대코스모, 현대쉘베이스오일, KCC, 한화토탈, LG화학, 롯데게미칼, 코오롱인더스트리)에게 스팀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현대오일뱅크에서는 그간 중유를 연료로 사용했던 설비를 철거하고 대신 원유정제부산물인 코크스를 연료로 고압의 스팀을 만드는 ‘FBC·Fluidized Bed Combustion 보일러’ 설비를 신축하려는 것이다.

이 설비는 저유황 중유(重油)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설비와는 달리, 원유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석유코크스를 연료로 스팀(Steam)을 생산하는 설비로 스팀은 정유나 석유화학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기를 자체 생산하거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각 생산공정의 열원(熱源)으로 사용된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이를 통해 연간 수백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난 해 현대오일뱅크의 코크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집단에너지사업 변경허가와 관련 반대집회 모습2

 

대기환경보전법 ‘고체연료’ 금지...서산은 예외

현대오일뱅크, 오염물질 95% 이상 제거 최신 기술 적용 주장

 

대기환경보존법에 따라 울산과 서울, 6개의 광역시 및 경기도의 13개시는 고체연료 사용 금지 지역이다.

정부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대기오염 물질을 많이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 중심으로 고체연료 사용 금지 지역을 지정했다. 여기서 서산시는 제외됐다.

즉 현대오일뱅크 공장이 위치한 대산석유화학단지는 개별공단으로 고체연료 사용금지 대상에서 빠져 있어 코크스 사용에 법적 제한이 없다. 실제로 4개 정유사 중 현대오일뱅크 대산정유시설만 유일하게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 측은 정화시설이 잘 갖춰진 고체연료 사용 설비의 경우 최종적으로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이 일반 연료 사용 설비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주민 설명 자료를 통해 “집단에너지방식은 개별 기업생산방식보다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고 대산공단의 산업경쟁력이 강화되어 지역경제발전과 에너지효율 극대화로 국가에너지 절감 정책에 기여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오염물질을 95% 이상 제거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배출허용기준 보다 강화된 당사 관리기준을 적용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오염물질에 대한 방지시설은 먼지는 백필터를 통해 95%이상, 황산화물은 석회석을 투입하는 건식탈황 방식인 적용배연탈황으로 98%이상, 질소 산화물은 촉매가 충진된 반응기에 암모니아를 투입하여 연소가스 중 질소산화물과 반응시키는 SCR, SNCR 방식으로 95%이상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내용을 신뢰하지 않는다. “현재 오염물질 배출량을 측정하는 원격감시체계(TMS)는 기업들이 교묘하게 조작하는 등의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배출량 기준 강화만으론 근본적인 고체연료 사용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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