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공탄의 아름다움

김영선l승인2018.11.15l수정2018.11.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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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선/부석면 적십자봉사회

집에서 연탄을 때던 기억이 남아있는 세대는 연탄 들이는 수고를, 추운데 밖으로 나가 연탄을 갈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아궁이를 열 때 확 풍겨오는 가스냄새를, 또 겨울에 골목길이 얼면 연탄재를 부숴 흩뿌리던 기억들, 김장 때면 꼭 연탄도 함께 들여놓아야 마음이 놓였던 옛 추억이 남아 있다.

연탄의 유래는 일본이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때 군함의 연료로 성형탄을 사용하기 위해 많은 궁리를 하였다. ‘조개탄’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조약돌 모양의 석탄도 널리 이용되었다.

그런데 일본산 석탄은 영국이나 미국의 석탄과 비교하여 연소할 때 검댕이가 많이 나오고 화력이 약하다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 이우리에게 친숙한 원통형의 연탄은 이 단점을 개량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원통형 연탄을 개량하여 가정용 연료로 보급하는 데 이바지한 사람은 오노자와 타츠고로였다. 오노자와가 개량한 연탄과 연탄 곤로는 1930년대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연탄은 아홉 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 ‘구혈탄’ 또는 ‘구공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광복 후에도 연탄은 도시 서민의 땔감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집이 넓은 이들은 겨우내 쓸 연탄을 창고에 쟁여 두었고, 그럴 여유가 없는 이들은 저녁 찬거리로 콩나물이나 두부를 사듯 그날 쓸 구공탄을 귀가길에 한두 개씩 사들고 가기도 했다.

연탄도 십오공탄, 십육공탄, 십구공탄 등으로 점점 개량되었다. 구멍이 늘어나면 연소효율이 높아지고 화력도 좋아지지만 그만큼 연탄이 빨리 타 없어진다.

하지만 연탄은 자주 크나큰 아픔을 안겨주기도 했다. 완전연소하지 않은 탄소는 유독가스인 일산화탄소가 되어서 사람들을 습격했다. ‘구혈탄’이 처음 소개된 1930년대 초에도 이미 연탄가스 중독으로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신문지면에 오르내리곤 했다. 1960년대 급속한 도시화가 진전되고, 이촌향도로 도시 서민 인구가 급증하면서 연탄가스 중독사고도 마찬가지로 급속히 늘어났다.

연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생각하면 미소짓게 하는 추억들. 그중 제일은 연탄을 갈 때의 난해함이다. 새 연탄을 넣을 때 불 붙은 연탄을 옆으로 옮기고 그 다음 깔려있던 연탄재를 꺼낸 뒤 불 붙은 연탄은 밑에 집어넣고, 새 연탄을 그 위에 구멍을 맞추어 올려놓아야 한다.

위아래 연탄이 붙어 있는 경우는 난감하다. 연탄재가 부서지는 대형사고가 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연탄집게의 화려한 손놀림과 경력이 있어야 연탄이 깨지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또 불 붙은 연탄과 새 연탄의 구멍을 맞추어 주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화력조절을 위해 위 아래 연탄 구멍을 약간씩 비트는 고난도의 기술은 아무나 할 수 없었다.

올 겨울은 무척 추울 것이라는 이야기들이다. 다들 마음이 추워진 탓일까. 저마다 먹고 살기도 바빠져서일까. 김장 봉사가 예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는 소식들은 새벽 바깥의 찬바람보다 더 무서운 칼바람이 되어 서민들의 어깨를 더욱 움츠리게 만든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전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를 기억하는 것은 연탄재와 그것을 발로 차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의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이 활발하다. 모두가 시인이 되어 3.6kg의 사랑을 나누는 천사의 손길들. 살기가 팍팍할수록, 서민생활이 어려워질수록 사랑이 전해주는 온기가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올해다. 그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다.


김영선  부석면 적십자 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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