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부전(冥府殿) 발설(拔舌)지옥

이현우l승인2018.11.08l수정2018.11.0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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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이이 선생은 “희롱하는 말로 남을 농락하며 침해하고 모욕하며 헛소문을 망령되게 전하여 여러 사람을 현혹게 하고, 서로 만나면 옳다 하고 돌아서면 그르다 하며, 남의 비밀을 들춰내며 허물을 말하기 좋아하는 것을 삼가라”고 했다.

가짜뉴스로 온 세상이 난리다. 거짓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포장하거나 아예 없었던 일을 언론사 기사처럼 만들어 유포하는 것이 가짜뉴스(페이크 뉴스 Fake News)다.

2010년대 이후로 인터넷이 발달하고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언론사가 아닌 개인들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진짜 뉴스처럼 퍼뜨리는 사태가 많이 일어나면서 가짜뉴스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짜뉴스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성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만으로는 가짜뉴스를 적극 수사하기 어렵다. 현행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당에서 추진 중인 신설법은 법이 제정되기도 전에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가짜뉴스 단속을 강화하면서 사이버 명예훼손죄(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를 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만으로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단속하는 인지수사에는 한계가 있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짜뉴스 규제가 필연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도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부가 허위조작 정보의 정의를 규정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검열과 사전 제재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19세기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은 “모든 개인에게는 사상의 자유와,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토론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은 절대로 틀릴 수 없다는 무오류성(infallibility)을 전제하는 것이고, 그것은 독단이자 독선이며 독재이다. 따라서 어떤 의견이 아무리 틀리고 사회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 해도, 그 의견을 표현하고 토론하는 자유를 막는 것보다 허용하는 것이 사회에 더 큰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마을에 가면 동네우물가를 중심으로 빨래터가 있었다. 동네 아낙들이 모여 온갖 동네 소식이야기로 입방아를 찧는다. 옳고 그름보다는 대부분 ‘그렇다고 하더라’는 ‘카더라~’ 통신이었다.

요즘 SNS는 어찌보면 그 빨래터와 유사하다. 다만 그 소문의 파급효과가 무서우리만큼 치명적이다. 오죽하면 최소한의 기준선인 법까지 만들고자 할까. 하지만 빨래터 소문들에 발설의 기준을 정한다는 것도 참 무모하다. 입방아를 가지고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사실인지 누가 판단하고 판결해야 하는 걸까? 보고 듣는 사람들이 알아서 새기면 그만이지만 소문이 천리를 가고 사람을 죽이고 살리니 말이다.

절에 가면 명부전(冥府殿)이란 건물이 있고 여기에는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사후 세계 인간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을 그린 시왕(十王)이 좌우로 배치된다. 시왕은 명부세계의 사령관격으로, 사람이 죽으면 시왕 앞에 끌려가 자신이 살아생전에 지은 죄악에 대해 심판을 받게 된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폭마다 펼쳐지는 지옥 장면인데 그 가운데 발설(拔舌)지옥이란 곳이 있다. 죄인의 입에서 혀를 길게 뽑아 놓고 그 위에서 소가 쟁기를 끈다. 입으로 지은 죄가 많은 사람이 받는 벌이다. 또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는 말이 있다. 입은 곧 재앙의 문이라는 뜻이다.

악성댓글과 가짜뉴스. 사회문제가 커지자 지난 5일 충남도는 선플달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민간단체인 선플재단과 ‘선플운동 실천협약’을 맺고, 충남도청 전 직원 모임에서 선플 선언식을 가졌다.

도 직원들은 선플 선언문을 통해 △건전한 내용의 선플만 작성 △욕설, 비방, 타인에 대한 험담 금지 △건전한 비판과 따뜻한 말 사용 △타인에게도 건전한 선플 작성 권장 등을 다짐했다. 아름다운 글과 말, 아름다운 행동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가짜뉴스. 도덕과 개인적 인성에 호소해야 하는건지, 아니면 법으로 규제해야 하는 건지 현대판 빨래터 SNS가 가진 양면의 칼날이다.


이현우  동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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