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월 50만원 농민기본소득제 도입

박두웅l승인2018.09.12l수정2018.09.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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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군 농민수당 도입 환영 및 전남도 농민수당 도입촉구 기자회견(출처 : 해남우리신문)

 

전남 해남發 농민수당, 전국으로 확대되나?

농촌의 붕괴는 전국민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것

 

농민수당이 화제다. 민선7기에 들어서면서 전남 해남군이 전국 최초로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농민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해남과 전남을 넘어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해남군이 내년부터 전 농가를 대상으로 ‘농업인 소득지원금’(농민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한 지자체의 농민수당 지급은 전국 최초여서 다른 지역에서도 지자체 차원에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여타 지자체로의 확산도 예측되고 있다. 나주시 의회에서도 해남군의 ‘농민수당’ 사례와 강진군의 경영안정자금 지급 결정 등을 예로 들면서 나주시에도 농민수당 도입이 마땅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벼 재배농가로 한정돼 있긴 하지만 전남 강진군은 2008년부터 ‘농가 경영안정자금’이라는 농민수당제를 시행해오고 있다.

한마디로 해남發 농민수당 태풍이 서서히 전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인 것인데, 충남도의 경우는 어떨까?

민선7기 박정현 부여군수는 ‘농민수당’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 시군수와의 대화에서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예산을 이유로 난색을 보여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현재 양승조 도지사는 아동복지, 여성복지, 출산율 제고에 올인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민수당 포플리즘인가

실현가능한 예산규모인가

 

농민수당은 농업을 어떻게 보는냐의 가치판단이 먼저다. 농민수당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농민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보상이라는 측면과 복지 측면에서 지나친 포플리즘이라는 주장이 격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남군의 경우 농민수당 지급결정에 대해 “농가의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한 결정”이라며 강조하고 있다. 농업이 농산물의 생산뿐만 아니라 국토환경과 자연경관 보호, 토양유실과 홍수 방지, 생태계 보전 및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 유지 등 다양한 역할과 다원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자체 차원에서의 ‘공식 인증’이다.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소득불균형과 연속 100만명을 넘어선 실업자 수,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청년실업률 등과 농촌의 붕괴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농촌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져 70세 이상의 노인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일자리 찾기가 힘든 데다 교육·의료 등 기본적 서비스가 부재하고 농산물 가격 또한 형편없어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난다. 반면 도시는 과밀 인구로 집값 상승, 열악한 환경 등 숱한 문제들로 몸살을 앓는다. 이런 도시 문제의 상당 부분은 농촌 붕괴에 따른 도시로의 인구 밀집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닐까?

농민기본소득제는 이 모든 문제를 관통, 해결하는 핵심 열쇠라는 주장이다. 즉, 농촌을 살리지 않고는 도시가 지속가능할 수 없으며 도시에서 농촌으로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여 농촌을 살려내야만 도시의 문제는 물론 농촌의 문제도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예산 확보는? 농민기본소득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예산 확보에 대해서도 모두 긍정적이다. 농업예산의 조정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 김성훈 전 장관의 경우, 농가 호당 약 월 50만원씩 전국 110만 농가에 일률적으로 지원한다고 할 경우 연간 총 6조6000억원이 소요되는데 기존의 각종 직불금 예산과 농업 관련 기관의 구조조정 등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한다.

좀더 근본적인 대안도 보인다. 도시와 농촌 전체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처한 숱한 난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농업예산을 벗어나 보다 큰 틀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처럼 농촌과 도시를 별개로 나눈 칸막이 예산 방식의 처리로는 농촌과 도시의 고착된 문제를 풀 수가 없기에 정부의 재정지출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9년 정부예산안을 보면 내년 예산의 투자 중점을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 저출산 대응, 소득분배 개선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 두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청년일자리 창출과 고용산업 위기지역 지원에 3조9000억 원, 구직급여에 7조4000억 원,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에 2조5892억 원 등 일자리예산만 23조4566억 원이나 된다.

해남군의 경우 농민수당 지원대상은 농업경영체를 등록한 사람으로서 지원대상자로 등록하는 연도의 직전 1년 이상 해남군내에 주소를 두고 실제로 농작물을 가꾸는 개인이다. 연 60만원을 농가별로 균등 지원한다. 해남군 전체 농가 1만 4579가구가 대상이다. 하지만 현금지원이 아니고 전액을 지역 상권에서 쓸 수 있는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이른바 지역화폐 유통을 통해 지역 내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해남군은 이에 소요되는 예산이 연간 약 90억 원의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서산시의 경우 해남군보다 예산규모도 크고, 재정안정성도 높다. ‘농민수당’ 지자체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건강한 농촌 없이는 건강한 도시가 있을 수 없다. 농민기본소득제 도입. 젊은이가 없는 농촌을 두고 출산율 제고는 허황된 꿈이다. 농촌의 붕괴는 전국민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위기위식 차원에서 바라볼 일이다.


박두웅  simin11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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