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1조2456억 들여 ‘전국일주 자전거길’...이용자도 없는 유령길

▲ 붕괴된 천수만 자전거도로 모습

 

이용자도 없는 전국 자전거도로가 부실공사로 인한 붕괴와 유지관리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산시도 예외가 아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2009년 3월로 돌아가자. 당시 3월 초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22년 동안 자전거 출퇴근을 고집했던 백정선(51) 전남대 교수가 퇴근길인 3월10일 저녁 6시50분께 광주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 앞 도로에서 졸음운전을 하던 버스에 치여 숨진 것이다. 자출족의 상징과 같았던 백 교수의 죽음에 백 교수의 동료인 정봉헌 전남대 교수는 “백 교수의 사고는 도심에 안전한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충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고 말했다.

사고 한달여 만에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자전거 타기 활성화’ 약속으로 전국의 자출족들을 들뜨게 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정부의 ‘전국 자전거 네트워크 구상’은 황당했다. 자출족들이 원하던 도시 안의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 계획은 전혀 없고, 바닷가와 강가, 새도시에 5000㎞의 ‘자전거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국토해양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2018년까지 바닷가와 비무장지대를 따라 1조2456억원을 들여 3114㎞의 전국일주 자전거도로를 놓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서해안선(행주대교~목포) 548㎞, 남해안선(목포~부산) 1652㎞, 동해안선(부산~강원 고성) 634㎞, 비무장지대 노선(경기 강화~강원 고성) 280㎞ 등이다. 이 계획에는 기존 도시의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계획은 전혀 없었다.

 

MB, 자전거길 특별교부세 ‘꼼수 집행’

이용자도 없는 도로 서산시는 왜 만들었을까?

 

이명박 정부의 자전거네트워크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하는 특별교부세의 ‘꼼수 집행’ 이었다. 국비 50%, 지방비 50%로 MB의 자전거도로 사업에 지방비를 끌어다 쓴 모양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해당 지자체에서 자전거길 건설을 하겠다고 요청해서 집행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자전거길이 지나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행안부에서 자전거길 연결계획을 세워서 특별교부세를 지급했다”며 “이 특별교부세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더구나 행안부는 자전거길 건설계획을 세우면서 수요가 얼마나 될지,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는지 사전에 조사조차 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다. 당시 행안부 관계자는 “일단 자전거길을 연결해야 수요가 나오기 때문에 사전에 수요조사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웃지못할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산시도 매 한가지. 이번에 붕괴된 천수만 자전거도로의 경우 아예 이용자가 없다. 그럼에도 서산시가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도 ‘내가 먼저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말이다.

 

▲ 붕괴 도로와 이어지는 도로 곳곳이 심각한 균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누가 누구를 위한 특별교부세 유치인지 따져야

서산시, 5년간 국비(50%) 및 시비(50%)로 48억 원 투입

 

행안부의 ‘2011년도 국가자전거도로 구축사업 종합지침’ 정보공개 자료를 분석해 봤다.

우선 자전거도로 건설은 1조 205억 원 규모로 국비 50%, 지방비 50%로 집행됐다. 중앙정부 중점사무로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정부는 지자체 협조사항으로 예산조기집행을 독려했다. 예산 조기집행을 위한 절차 간소화 등 제도개선을 주문하고 상·하반기 2차례에 걸쳐 추진실적 평가를 통해 당해 연도 및 차기 연도 사업비 배분 시 증액 또는 감액 조치하겠다는 강압 조건도 제시했다.

서산시의 경우 부석면 간월도리에서 창리 구간이 선정됐다. 사업계획 수립지침도 내렸다. 모든 공사는 연내 준공을 목표로 역공정 계획을 수립하여 공사가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만일 사업계획 변경 시 반드시 사전 승인을 득하라고 정했다. 집행목표도 월별, 분기별 세부집행 계획을 수립해야 했다.

더 나아가 조기집행을 위해 긴급입찰, 수의계약 범위 확대 등 공사 전 행정 처리기간 단축과 선금제도 적극 활용을 지시했다. 구체적으로 2010년 예산안 의회 통과 즉시 회계연도 개시전 예산 및 자금 배정, 계약체결을 요구했다. 입찰의 경우 7~40일 소요되는 일반입찰 대신 5일이 소요되는 긴급입찰을 적극 활용토록 했다. 수의계약 범위는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확대했다. 또 계약기간 60일 미만인 경우에도 선금 지급이 가능토록 했다.

 

▲ 폭우에 대비한 방비 또한 허술하기 짝이 없다. 사진은 태풍 솔릭 비상발령 시 대비 모습

 

누가 보아도 중앙정부 사업이지 지자체 사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서산시는 이용자도 없는 자전거도로에 시비 50%를 투입했다. 누가 누구를 위한 특별교부세 유치인지 따져 물어야 할 대목이다.

한편, 서산시는 전국자전거네트워크 사업에 지난 2011년 시범사업으로 7억 8천만 원을 투입하는 등 총 5년간 국비(50%) 및 시비(50%)로 48억 원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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