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와의 약속지키겠다”며 말기 암과 싸우던 그가 떠났다

▲ 우리들의 영웅 서산경찰서 故 최완재 경위

“경찰관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그 일을 할 때 제일 행복합니다.”

신장암 말기 선고에도 불구하고 암과 사투를 벌이며 마을 치안 업무를 계속했던 우리들의 영웅이 끝내 그토록 사랑하던 가족들의 곁을 떠났다. 지곡치안센터장 최완재 경위(46).

그는 태풍 솔릭이 별 사고 없이 지나가는가 하더니 연이은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26일 정들었던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경찰청은 최 경사에게 경위로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최완재 경위. 그는 떠났지만 우리들의 영웅으로 영원히 남아 있다.

지난 2012년 2월.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서산에서 발생했다. 30대 남성이 자신이 다니던 서산의 한 공장을 찾아가 옛 동료를 엽총으로 살해하고 여러 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뒤 서해안 고속도로로 도주한 것이다. 당시 형사과에 근무하던 최 경장은 동료 경찰 1명과 함께 경찰에게까지 엽총 50여발을 쏘며 달아나는 범인을 추격했다. 당시 총알 파편이 얼굴에 스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쫓아가 서해대교 상에서 범행 50여 분만에 검거했다. 당시 범인을 검거한 최완재 경장은 1계급 특진했다.

최완재 경사는 “형사 생활을 10여년 했는데 제 적성에 딱 맞았어. 영화 속 대사처럼 돈은 없었지만 자부심은 있었죠.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자부심에 힘든지 모르고 펄펄 날아다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펄펄 날던 최 경사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의사의 진단이 나왔다. 특진 이듬해인 지난 2013년 신장암 4기 진단을 받았기 때문. 그 이후 그토록 건강에 자신했던 최 경사의 말기 암과의 싸움은 처절했다.

암이 자란 신장을 절제하며 버텨내던 그에게 폐와 간으로 전이되면서 암과의 전쟁은 견디기 힘든 통증과의 싸움이었다. 항암 치료는 오히려 내성을 키워 기존 약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여기에 개발 중인 신약의 임상실험을 자처해 치료를 받았지만 이도 그를 살려내지 못했다.

암 투병을 하며 근무하던 지난 2014년 최 경사는 경찰교육원에서 교육을 받다 쓰러져 집으로 후송됐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날 교육을 끝까지 받고 싶다며 돌아와 1주일간의 교육을 마쳤다. 이에 당시 교육원장이던 정용선 전 충청남도지방경찰청장은 그를 위해 특별한 수료식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당시 최 경사는 “1000여명의 동료 경찰 앞에서 제 얘기를 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힘들어하는 그에게 직장 동료와 주변사람들은 휴직을 권했지만 그는 여전히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서산경찰서장의 배려로 형사과에서 치안센터로 옮긴 그는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마을 주민들의 안녕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 왔다.

 

▲ 최완재 지곡치안센터장

 

그에게 있어 경찰직은 천직 그 자체였다.

어릴 때부터 꿈꾼 경찰이라는 직업. 그는 14번의 도전 끝에 2001년 경찰 제복을 입었다. 시험에 연거푸 떨어지자 주변에선 ‘다른 일을 찾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그는 “세상과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은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 경찰”이라고 말했다.

“몸이 좀 좋아지면 그 때 인터뷰를 하죠.”

그는 임종을 앞두고도 인터뷰 요청을 하는 기자에게 따뜻한 배려를 나눴다.

우리의 영웅 최완재 경위. 그의 영전 앞에 명복을 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미경, 딸 미강 양, 아들 무빈 군이 있다. 빈소는 서산의료원 상례원, 발인은 28일 오전 예정이다. 장지는 서산희망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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