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르네상스를 꿈꾸는 ‘서산시립도서관’

▲ 『2018년 범시민 책읽기 운동』 선정도서 선포식에서 맹정호 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범시민 한 책 읽기 운동』...2018년 선정도서 선포식 가져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의사의 말씀은 지식의 홍수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서산시립도서관에서 2018년 7월 20일 오후 2시 『2018년 범시민 책읽기 운동』 선정도서 선포식을 가졌다.

선포식은 관현악단과 기타리스트의 연주, 소프라노 특송 등 오프닝 공연으로 시작되어 선정도서 선포, 시민 낭독 공연, 독서릴레이 도서 전달식으로 진행됐다.

 

▲ 선정도서 선포식에 지역문인, 도서관운영위원, 독서동아리 회원 등 시민 1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지역문인, 도서관운영위원, 독서동아리 회원 등 시민 1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범시민 한 책 읽기 운동’은 서산 시민 모두가 한 권의 책을 함께 읽어 정서적 일체감을 형성하는 독서문화 프로그램으로, 1998년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시작된 ‘One City, One Book 운동’을 2003년 서산시립도서관이 도입하여 전국 최초로 추진해오고 있다.

 

▲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올해는 3월 2일부터 4월 13일까지 시민들로부터 추천받은 94종 211권의 도서를 면밀히 검토하여 5권의 후보도서를 선정, 6월 27일 도서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2018년 범시민 한 책 읽기 운동 최종 도서로 선정했다.

맹정호 서산시장은 “오늘 선정된 책을 통해 시민 모두의 감성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며 “민선 7기 시정운영도 갈등과 배척보다는 소통과 대화가 핵심이며, 시민 모두를 배려할 수 있는 따뜻한 온도의 시정운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립도서관은 오는 8월 1일부터 8월 19일까지 독서릴레이 도서를 배부하고 8월 7일부터 9월 21일까지 독후감 공모를 진행하는 등, 선정도서와 관련된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서산 시민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조원향 서산시립도서관 운영팀장 만나 『범시민 한 책 읽기 운동』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인터뷰 조원향 서산시립도서관 운영팀장

 

▲ 조원향 서산시립도서관 운영팀장

단정한 외모와 다부지고 진지한 표정의 그녀와 마주 앉았다. 큰 행사를 주도적으로 치르다 보니 다소 지친 표정도 나타났지만 차분한 어조로 『범시민 한 책 읽기 운동』 행사의 중요성과 의의 그리고 서산시립도서관에서 주체적으로 하고 있는 중요사업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만남의 자리가 되었다. - 김애란 기자

 

 

Q. 『범시민 한 책 읽기 운동』은 전국에서 서산시가 가장 먼저 실시했다. 어떤 의지를 가지고 하게 되었나? 전국적 확산 분위기는?

 

(조) 먼저 『범시민 한 책 읽기 운동』이 출발된 『One City One Book』에 대하여 설명하면 지역사회에서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서산시민 모두가 함께 읽고 토론과 다양한 문화행사를 펼쳐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자는 운동입니다.

『One City One Book』은 1998년 미국 시애틀시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시애틀 공공도서관의 ‘Washington Center for the book’이 『만약 온 시애틀이 같은 책을 읽는다면』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시작되어 2001년 시카고 등 미국 전역에 확산되었고, 영국 브리스톨을 비롯하여 캐나다 등 영미권 나라를 중심으로 확산되었다고 합니다.

2003년, 한국도서관협회가 행정자치부의 민간단체 공익활동 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되었고 자치단체 공모사업에서 서산시와 순천시가 경합하여 서산시립도서관이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2003년 당시 서산시립도서관은 『One City One Book』을 『서산시민 모두가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이란 프로젝트로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첫 번째로 선정하여 독서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게 되었습니다.

2006년에는 『서산시민 모두가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 』이란 명칭을 범시민적으로 확대하여 책 읽기 운동을 확산하자는 의미로 『범시민 한 책읽기 운동』이란 타이틀로 명칭을 변경하여 올해로 꼭 16번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범시민 한 책읽기 운동』은 다양한 계층의 주민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정서적 일체감과 정체성을 찾는데 기여하여 왔다고 자부합니다.

2016년에는 ’책 읽는 군포‘로 잘 알려진 군포시에 초청을 받아 사례발표를 하기도 하고 그 도시에서 모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벤치마킹하는 등 서로 교류하며 첫 독서운동의 주자로 명실상부한 업적도 올렸습니다.

이 『One City One Book』의 독서운동은 2004년에는 부산시교육청, 서울문화재단, 원주투데이, 익산시립도서관 등으로 확산되는 성과를 올렸으며, 지금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각기 지자체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독서운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 도서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2018년 범시민 한 책 읽기 운동 최종 도서로 선정했다.

 

Q. 『범시민 한 책 읽기 운동』 외에 인문학이 시민들과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사업이나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은?

 

(조) 시립도서관은 200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처음으로 주최하는 『길 위의 인문학』 공모사업에 처음으로 선정되어 지금까지 6년째 국비지원사업에 선정, 인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시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아 왔습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인문독서 아카데미』 공모사업에도 선정되어 인문학 인기 프로그램으로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올해에도 『길 위의 인문학』과 『인문독서아카데미』 두 개의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우리 삶이 풍성해지는 우리말 인문학’과 ‘스무 번의 추억여행, 그림책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으로 35회 강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길 위의 인문학』과 『인문독서아카데미』 사업은 자유롭게 사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멋진 사업입니다. 도서관 관련 사업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사실 공모사업이 아니면 작가 한 분 초청하기가 녹록하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인문학과 관련 꼭 해보고 싶은 일은 시청대회의실에서 매주 월요일 아침, 유명한 작가들을 초청하여 ‘밥처럼 먹는 인문학’을 강좌를 만들어 작품취지, 작품세계, 작품철학 등을 시민들께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마음에 있는 밑그림이죠. 특별한 일을 추진하다보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에 아직은 관망해 봅니다.

 

Q. 요즘 신세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인터넷이나 온라인게임에 비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 계획하고 있는 일은?

 

(조) 독서의 분야를 넓혀서 여러 방면의 책을 조화롭게 읽을 수 있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독서토론 동아리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도서관사업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의 내용을 분석, 비판, 종합하는 과정을 통해서 창의적 사고력이 길러집니다. 독서토론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서로 나눌 수 있는 의사소통이고 독서의 본질과 원리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저는 청소년들이 미디어나 게임에 빠져 있기 보다는 학교 공부 중심으로, 진학 및 성적위주의 틀에 매어 있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바람이 불어 온다하여도 인간의 창조혁신은 감성에서 이루어집니다. 유일하게도 AI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감성이기 때문입니다.

내년도에는 예산을 확보하여 시립도서관 내에 있는 유휴 공간을 활용, 독서토론방을 설치하려고 합니다, 독서동아리 방을 예쁘게 만들고 꾸며 어린이부터 청소년들이 년령대별로 편하게 이용하며 토론방을 이용, 토론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청소년들에게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다양한 지식 습득과 정서순화로 바람직한 인격이 형성되는데 도모하고자 합니다. 독서토론대회, 독서퀴즈대회, 독서감상화대회, 작가에게 편지쓰기 대회 같은 건전한 독서활동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청소년들이 독서의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해 나가겠습니다.

 

Q. 서산시립도서관 팀장 일은 언제부터 하게 되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보람있었던 일은?

 

▲ 독서동아리 활동 모습

 

(조) 지난해 7월, 대산도서관팀장으로 근무하다, 올 1월부터 시립도서관 팀장을 일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팀장자리가 탐나는 자리는 아닙니다(웃음~). 단지 사서직으로써 시민이 바라는 정확한 방향을 알고 있기에 저 팀장 자리에 앉으면 맘껏 시민에게 유익한 일들을 펼쳐 보고 싶은 염원이 있던 자리이긴 했었습니다(웃음~ ). 아직 시립도서관 운영 팀장으로 7개월 남짓 근무한 기간들이지만 생각해보면 마음은 뿌듯합니다.

『범시민 한 책 읽기』 선포식 때 의례적으로 선정도서를 들고 사진만 찍던 일들을 올해는 사서 직원들이 함께 공감하며 계획부터 준비했습니다. 올 1월에 직원들과 타 지역은 독서운동을 어떻게 하고, 선포식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벤치마킹도 다녀오고, 시장님과 의장님을 모시고 그 어는 때와는 다른 색다른 선정도서 선포식을 갖게 되어 뿌듯합니다.

도서관일이란 것이 미묘하게도 힘들기도 하지만 신나게 일하면 할수록 아주 재미를 더하며 일할 수 있는 곳이라 몸이 만신창이가 되는데도 힘든 줄도 모르고 매달리는 아주 미묘한 매력 있는 일입니다.

기억에 남는 일이란 게 이십년의 세월을 훌쩍 넘겼는데 어디 하나만 꼽을 수 있겠어요?(웃음)

생각해보면 어린이도서관 사업추진, 전국 최초 작은도서관 육성시범지구 국비 5억 지원 사업, 작은도서관 리모델링 사업 등등 큰 사업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그 많은 일 중에서도 지금까지 5개의 독서토론 동아리를 처음 만들어 운영하는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십 년 전에 〈미소주부독서회〉를 시작으로 장년층이 독서토론하는 〈책 읽는 시니어 독서동아리〉, 직장인들이 독서토론하는 〈직장인 독서동아리〉, 대산에 근무하며 여성들로 구성되어 독서토론하는 〈여울 독서동아리〉, 어르신들로 구성되어 동화책으로 독서활동을 하는 〈옹달샘 독서동아리〉 등이 있습니다. 모두들 책과 함께 건전한 소통·공감의 공간이 있다는 것에 모든 분들이 기뻐하시고 서로들 화합하며 발전해 가시는 모습들은 제게 큰 보람입니다.

직장인 독서동아리 첫 오프닝하던 날이었어요. 교육청에 근무하시는 분이 자기소개를 하면서 지금까지 30년 넘게 직장에서 받은 공문 중에 가장 반갑고 기쁜 공문이 ‘직장인 독서동아리 회원 모집’ 공문이었다고 말씀하시는데 가슴 찡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Q. 서산시립도서관이 여름 피서지로 각광 받으면서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는데 시민들에게 당부의 말씀은?

 

(조) 도서관이 여름 피서지라고 느끼는 이유는 공부할 수 있는 큰 열람실. 그리고 몇 개의 자료실이 시원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뜨거운 밖에 있다 도서관 내부로 들어서면 천국이라는 생각이 자연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냉방을 26~27도 정적 기준에 맞추어 가동되고 있지만 자료실과 열람실 전체를 가동하다 보니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용자님들 덕분에 직원들도 무더운 여름에 특별한 혜택을 받고 근무하고 있습니다.(웃음~)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져서 따로 당부드릴 사항은 없습니다만, 때론 도서관이 춥게 느껴진다, 덥게 느껴진다며 열람실에서 공부하시는 분들이 분분하게 민원을 제기합니다. 도서관 실내 온도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말이죠. 그건 개인의 컨디션에 따라서 체감온도가 달라서라고 봅니다. 밖에서 운동하고 들어오시는 분들은 체온을 좀 식히시고 난 후에 자리에 앉아 주시고, 다소 춥게 느껴지시는 분들은 얇은 겉옷을 하나 준비해주신다면 도서관 이용하시며 좀 더 차분하게 독서하실 수 있다고 봅니다.

 

Q. 누구에게나 권해주고 싶은 가장 감명 받은 책은?

 

(조) 도서관 사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늘 책과 가까이 하려고 하지만 도서관에 근무하고 있어도 많이 못 읽게 됩니다.

최근에 읽은 책으로 부담없이 누구에게나 읽힐 수 있는 책을 추천한다면 생태학자이신 최재천 교수님의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라는 책을 권해 봅니다. 일단 쉽게 책장이 넘겨지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영철학이 담겨 있어 단숨에 읽힙니다.

제 개인적인 독후감을 말씀드린다면 ‘자연의 숲을 가꾸는 일도 경영철학이 담겨 있듯 우리의 삶을 가꾸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거죠. 자연과 생태와 숲을 가꾸듯, 우리의 삶을 가꾸는 일이야 말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책 내용에는 정책 결정자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 개인의 경영철학을 믿어 줌으로서 조직을 키웠고 인력을 확보해서 큰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책 내용처럼 한 도시가 성장하고 우리의 삶을 가꾸는 일이야 말로 리더의 시각과 통찰과 판단력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끝으로 도서관은 지역 주민의 삶을 키워 줄 뿐만 아니라 행복과 직접 연결되는 결과를 주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삶을 가꾸는 곳이 도서관이면 좋겠고 책 속에서 본인의 꿈과 삶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서산시립도서관 전경
서산시립도서관 전경

 

김애란 arkim06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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