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 한 책 운동의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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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 한 책 운동의 재정립
  • 서산시대
  • 승인 2018.05.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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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정책의 하나이다. 이 제안은 인문학자 김경집 교수의 저서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골든타임(2017,들녘)에서 발췌, 요약한 것으로 김 교수님의 허락아래 게재하는 것이다. 김 교수님께 감사함을 전한다.

▲ 발행인 류종철

한 도시에서 선정한 한 권의 책을 시민들이 함께 읽고 토론하자는 취지의 원 북 원 시티(One Book One City)운동은 1988년 미국 시애틀의 공공도서관 사서 낸시 펄(Nancy Pearl)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그것에 대한 반응이 좋아 여러 도시들이 벤치마킹하였고 2001년 시카고 공공도서관이 하퍼 리(Harper Lee)의 '앵무새 죽이기'를 함께 읽을 책으로 선정하고 시민들에게 동참을 제안하고 기획하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음으로써 문화운동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후 세계로 확산되어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우리 서산시가 국내 최초로 채택하였고 현재는 많은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는 문화운동이다. 우리 서산시의 역사적 자랑인 셈이다.

그러나 이 운동을 펴고 있는 많은 도시들은 거의 일방적(선정위원회가 운영되는 곳이 많으나 일부 위원들에게 한정되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으로 선정된 책을 일괄적으로 다량(대개는 200여권) 구매하여 도서관에 비치하고 시민들에게 대여해 주거나 구입을 선전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오히려 책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을 방해하기도 하여 출판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릴레이 대여 방식이라 독자의 저변도 매우 제한적이다.

물론 안 읽은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나 책에 대한 대화와 토론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산시도 이 문화운동이 지속되고는 있으나 발전적인 뚜렷한 진화는 보이지 않는다. 즉,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시미들이 책을 공동으로 읽음으로써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지, 이 운동이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살펴보는 적극적인 행정이 아쉽다.

2001년 시카고가 선정한 '앵무새 죽이기'라는 책은 그 당시 큰 사회적 문제인 흑백 인종갈등을 어린이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 본 작품이다. 이 작품을 함께 읽은 시카고 시민들은 식탁에서 카페에서 지인들과 또는 모르는 시민들과 함께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토론한다. 그리고 도서관 별로 또는 지역별로 마련된 토론의 장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함께 고민한다. 이렇게 의식의 변화를 경험한다.

이 운동은 사회적 문제를 이슈화하고 그 문제를 생활의 의제로 만들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제 한 도시 한 책 운동은 단순히 행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도시와 시민의 정책과 삶에 구체적으로 의제화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즉, 어떤 책을 고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도시가 어떤 의제를 도출하고 실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여야 한다. 서산시에도 시민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많은 생활 의제들이 있다. 공감대를 넓히고 행정에 반영하는 정치의 기본은 생활의 의제화와 참여다.

시와 도서관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한 의제 토론을 통해 다음 해의 의제를 선정하고, 그 의제에 맞게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 책(꼭 한 권에 국한 될 필요는 없다.)들을 선정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토론회를 알차게 준비하여 사회적 정치적 의제들을 집단지성을 통해 해결한다는 큰 흐름을 가지고 이 문화운동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런 변화를 통해 독서 인구는 증가할 것이고 따라서 도서관은 지역사회 문화와 의사소통의 중심이 되면서 활성화 될 것이며, 이 운동은 한 도시의 중요한 미래가치가 될 것이다. 그런 큰 그림에서 이 문화운동을 바라보아야 한다. 단지 독서 운동에 그쳐서는 안 되며 공동의 관심사를 공유함으로써 공동체의식과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혁신으로 진화해 나아가야 한다. 행사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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