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블루...응급 환자들의 골든타임 수호자 ‘닥터헬기’

이국종 “잘못이 있으면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알려야 한다”

생명을 최우선시하는 컨트롤타워의 매뉴얼이 보다 더 중요

 

지난 19일 서산시 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국내 복합 중증 외상치료의 권위자인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 초청강좌가 열렸다.

이날 특강은 1000여 명의 시민이 대공연장을 가뜩 채울 만큼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이 교수는 “얼마 전 강의와 관련해서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강의 중에 헬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서산에서 헬기와 관련해서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잘못이 있으면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알려야 한다”고 밝혀 행정의 민낯을 보였다.

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공무원 입장에서 시민들에게 좋은 면만 보이려는 입장이겠지만, 누구를 위한 행정을 하는 건지 어이가 없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국종 교수도 강의를 마친 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충남은 단국대 병원에서 잘 운영해서 낮에는 (거점외상센터로) 후송이 되고 있고, 우리는 주로 밤에 서산지역으로 출동하고 있다”면서 강의 중 언급한 헬기와 관련 ‘착륙 불허’에 대해 “착륙 불허문제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영상에서 보았듯이 (생명을 다투는)우리는 착륙허가고 뭐고 도로나 길바닥에도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닥터헬기에 착륙허가가 꼭 있어야 하냐”고 반문하면서 “그런데 잘 안 바뀔 것이다. 하지만 충남에서는 잘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가 언급한 헬기문제는 앞서 지난 6일 서산에서 닥터헬기 착륙 불허로 골든타임을 놓칠 뻔한 일로 당시 생명을 다투는 뇌출혈 응급환자 수송을 위해 출동한 충남닥터헬기가 행정기관이 착륙허가를 내주지 않아 구급차가 당진시 면천중학교까지 이동한 후에야 병원으로 후송되는 일이 발생한 일에 대해 거론한 것이다.

당시 환자 가족인 A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6일 오전 11시 30분경 오토바이사고로 서산의료원으로 이송된 환자의 MRI 촬영결과 머리에 피가 고인 뇌출혈로 밝혀져, 서산의료원 측이 서산종합운동장으로 오후 12시 30분 충남닥터헬기를 긴급 요청했다. 이에 충남닥터헬기는 서산시와 MOU를 체결한 공설운동장에 착륙허가를 요청했으나 관계부서에서 8일 열릴 마라톤 대회 준비로 보조경기장과 주차장 등 운동장 주변에는 착륙할 수 없다는 답변에 따라 결국 당진시 면천중학교로 기수를 돌렸고, 그곳에서 환자를 천안 단국대학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사건 당일은 제17회 서산마라톤 전국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관계자들이 주경기장(평소 닥터헬기가 내리던 곳)에서 차량운행, 장비 등 시설물 설치, 물품정리를 하고 있던 상황으로 헬기 착륙에 안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완섭 서산시장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러한 상황이 발생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닥터헬기 전용 착륙장 건설 추진 등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 닥터헬기 전용 이착륙장 조성 ‘긴급대응’

10억 원 예산...둔당천변에 5천여㎡ 규모로 조성

 

마라톤 행사준비 탓에 ‘닥터헬기’가 서산시종합운동장에 착륙하지 못한 불상사가 발생하며 시민의 비난 여론이 급등하자 서산시가 응급의료 전용헬기인 ‘닥터헬기’ 전용 이착륙장을 조성에 발 빠르게 나섰다.

시는 20일 예천동 둔당천변(예천동 1134-6)의 폐지된 상수도 정수처리장에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닥터헬기 이착륙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착륙장 건설에 필요한 사업비를 총 10억여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는 시유재산 이전 등 행정절차와 실시설계를 마치는 데로 10월경 착공에 들어가 올해 말까지 이착륙장 건설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며 “닥터헬기 전용 이착륙장이 올해 말까지 건설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고 관련 절차를 조속히 마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용 이착륙장 조성이 닥터헬기 착륙불허라는 황당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서산시 관내에는 종합운동장 외에도 고파도 전용착륙장을 비롯 한서대운동장, 대산중학교, 고속도로 서산(상)휴게소, 웅도선착장, 현대농장 등 총 7곳(전용착륙장 1곳 및 인계점 6곳)이 운영되고 있다.

즉, 생명을 살리기 위해 촉각을 다투는 닥터헬기의 경우 전용 착륙장 조성과 더불어 생명을 최우선시하는 컨트롤타워의 매뉴얼이 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서산은 경기도를 벗어나 헬기와 함께 응급출동을 가장 많이 한곳 중의 하나로 거점지역으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헬기가 뜨지 못했던 영상을 보여주면서 “세상은 만만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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